“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생의 연약함에 대하여”
개인의 아픔부터 철학적 논쟁까지
인류와 함께한 죽음의 모습을 그리다!
★★★ 스웨덴 사회를 흔든 바로 그 책!
★★★ 스웨덴 베스트셀러 1위
★★★ 북유럽 대표 문학상 ‘아우구스트 상’ 2024 수상작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알베르 카뮈가 《시지프 신화》에서 한 이 주장처럼 자살은 우리 삶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다.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다고 판단할 정도로 헤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지만 스스로 생을 저버리는 행위는 사회가 금기시하는 문제이기에 당사자는 혼자서 외롭게 죽음을 준비한다. 그래서 ‘가장 외로운 죽음’이라고 불린다. 마치 한밤중의 도둑처럼 남몰래 준비한 끝에 홀로 맞이하는 죽음이라는 의미다. 그러기에 자살은 어떤 죽음보다 더 충격적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남겨진 자는 평생 슬픔과 회한 속에 갇힌다. ‘왜 막지 못했을까, 누구의 잘못인가?’라는 질문은 온 가족을 죄책감의 수렁에 빠뜨린다.
2024년 1월 스웨덴에서 출간된 《자살의 언어》는 사회가 금기시하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화제작이다. 출간 즉시 주요 일간지와 TV 등 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종합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년 이상 정신 건강과 자살 문제를 연구해온 크리스티안 뤼크 교수는 세계 최고의 정신 의학자로 꼽힌다. 그는 이 책에서 자살에 대한 이해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과 슬픔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열한 살, 저자의 어린 시절 고모의 죽음에 대한 개인적 기억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수많은 사람의 증언과 연구를 거쳐 사회 전체와 역사로 나아간다. 사람들의 가슴 저미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모여 인간이라는 존재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하나의 전체 서사를 이룬다. 무엇이 우리를 죽음으로 내모는가? 죽은 자와 남겨진 자의 심리는 무엇인가? 자살에 뒤따르는 가장 최악의 결과는? 살 수 있었으나 살지 못한 삶일까 아니면 마음이 산산이 부서진 부모 혹은 수많은 질문과 슬픔에 젖은 자식일까?
자살에 대한 탐구는 역사적으로 죽음에 맞서는 문제에 천착한 작가와 사건들의 여정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인간의 간절함은 뭔가를 원할 때 우리를 이끄는 동인이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에 이르렀을 때 빛나기도 한다. 저자는 말한다. 죽음이 임박했을 때 삶의 길이 더 분명해지기도 한다고. 죽음은 세상의 끝이다. 그 세상의 끝에서 삶이 전하는 소리를 들어보자.
절망, 애도, 존엄, 사랑…
죽음이 전하는 말을 듣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개인의 이야기는 죽음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이라면 살아가면서 누구나 느끼는 되는 아픈 감정과 고뇌를 대변한다. 누군가에게는 자살이 고통을 끝내기 위한 회피의 수단인 반면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명예나 사랑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작동한다. 어느 곳에서는 삶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느끼는 존재론적 위협에 대한 해결책인 반면 다른 곳에서는 정치적 항의의 최후 수단으로 쓰인다.
24세의 벨기에 여성 에밀리는 자신의 자살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세상에 공개한다. 영상에서 엄마는 그녀를 말리기도 하지만 그저 딸의 말을 따르는 게 그녀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저명한 식물학자인 데이비드 구달 교수는 104세에 조력사를 위해 스위스를 찾았고 온 가족의 지지를 받으며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죽음의 의사’ 혹은 ‘조력사 분야의 일론 머스크’로도 알려진 필립 니츠케는 타인에게 치명적인 약물을 주입해 조력사를 집행한 최초의 인물로 조력사에 대한 찬반 논쟁의 중심에 섰다. 골든게이트 브리지에서 뛰어내렸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난 10대의 케빈 하인즈는 자살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20년 이상 강연을 하고 있다.
저자는 자살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거나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 장면을 최대한 담담히 묘사한다. 이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들의 결정에 대한 존중의 의도이면서 동시에 독자가 스스로 그 문제를 느끼고 고민하도록 유도한다. 그러기에 이 책은 작은 목소리를 내지만 우리 안에서 더 큰 울림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문학, 역사, 숫자로 보는
삶과 죽음의 사회사
저자는 역사, 문학, 철학, 사회학 등 다양한 기록을 통해 문화적으로 자살이 어떻게 해석되고 지금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지 그 변천의 과정을 보여준다. 고대 로마에서 자살은 금기시되었으나 그럼에도 죄악으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자살이 죄악이라는 인식은 기독교의 확산과 함께 처음 등장했다.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410년 《신국론》에서 기독교인이라면 어떠한 경우에도 자살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14세기 단테는 《신곡》에서 자살한 자가 살인자와 함께 연옥의 밑바닥으로 떨어져 영원한 고통을 받는 지옥을 묘사했다. 스웨덴에서는 1908년에야 처음으로 자살로 사망한 자의 시신을 평범한 교회 묘지에 묻기 시작했다. 1823년에 영국에서는 자살한 사람의 몸에 말뚝을 박아 교차로에 묻어야 한다는 법률을 폐지했다.
전 세계에서 매년 80만 명 정도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전쟁과 살인으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많다. 자살하는 사람 세 명 중 두 명은 남성이며, 남성의 자살 시도는 대체로 죽음으로 끝난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 중 약 3분의 1은 자살 시도 한 시간 전에 충동적으로 목숨을 끊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연구에 따르면 자살 예측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리에 울타리를 치거나 위독한 약물을 없애거나 독성 살충제에 쉽게 접근할 수 없게 하는 사회적 예방 조치가 자살 수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20년간 자살률이 가장 높으며 특히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 연속 1위라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십 대 청소년 자살률이 계속 증가 추세라는 기사도 자주 눈에 띈다. 무엇이 문제일까? 인간이 존재하는 한 자살을 막을 순 없다. 저자의 말처럼 자살을 없앨 수도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은 사람에게 비난과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삶의 마지막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하지만 저자는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이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무엇이 삶을 가치 있게 하는지에 대한 물음과 닿아 있다. 수치심, 분노, 취약함, 배신감, 침묵, 좌절, 허무함 등 우리는 삶에 드리운 긴 그림자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어둠과 빛은 늘 함께한다. 부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