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인 내가 어느 날 직장인이 되었다

전은영 and other · Essay/Social Science
260p
Where to buy
Rating Graph
Avg4.2(9)
Rate
4.2
Average Rating
(9)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는 논할 필요도 없던 ‘당연한’ 것들이 상식으로 통하지 않는 필드에 들어선 여성들은 필연적으로 여러 혼란과 시행착오를 겪는다. 대놓고 성차별의 기운이 느껴지는 면접장과 인턴 자리를 꿋꿋이 버텨내고, ‘남성성’을 과장해 털털하게 행동하거나 ‘여성성’을 부각해 얌전한 척을 하며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꾸며낸다. 여성 동료가 당연히 페미니스트일 거라고 짐작했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실망하기도 하고, 여러 이유를 일터를 떠나는 여자 선배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선택을 곱씹기도 한다. 회사 안에서 여성혐오적인 발언에 용기 있게 대응하거나 웃으면서 받아치는 법을 터득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에 페미니즘적인 시각을 적용하며 효능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에는 처음엔 뒤죽박죽이고 엉망이었지만, 점차 ‘K-직장인’의 모습에 ‘메갈’ 시절의 자신을 끼워 넣으며 정체성을 재조립해간 페미니스트들의 솔직한 ‘애환’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Rating Graph
Avg4.2(9)

Author/Translator

Comment

1

Table of Contents

들어가는 글 페미는 걸러지지 않았습니다 1장. 메갈도 취업을 합니다 미투를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안전지대는 끝났다 옆자리 여자와 연대할 수 있을까? 2장.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싸운다 얼마나 씩씩해야 할까? 여기자는 일하기 편하다는 말 롤 모델 여자 선배 찾기 화내지 않으면서 싸우는 법 업무에 페미니즘 묻히기 3장. 남들처럼 잘 살고 싶다는 욕망 어쩌면 나 결혼할지도 몰라 한남은 싫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몸과의 불화를 멈출 수 있을까? ‘여성적’ 취미를 위한 변론 ‘정상에서 만나자’가 담지 못하는 것들 4장. 그래도 세상은 바뀝니다 우리는 역사의 한가운데 있는지도 몰라 유리천장을 깰 생각은 없었는데요 그 노래방이 사라졌다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때 나가는 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친구들을 찾습니다

Description

“페미는 거르면 된다”고요? 페미니스트도 취업을 합니다! 광장을 떠나 직장으로 들어간 ‘메갈’들의 좌충우돌 혼란스러운 분투기 □ 학교 다닐 때는 안 하던 화장, 취업하고 하고 있다 □ 예전이라면 정색했을 빻은 말, 이젠 흐린 눈으로 무시하거나 웃으면서 욕한다 □ 남성 중심적 일터에서 ‘여자’라는 고정관념 속에 갇히고 싶지 않아서 무리한 적 있다 □ 회사 빌런인 여자 동료를 욕하려다, ‘이거 여적여인가?’ 멈칫한 적 있다 □ 일하다 여성 직업인을 만나면 ‘혹시 페미니스트일까?’ 탐색에 들어간다 □ 당연히 비혼을 생각했는데, 주변의 결혼 소식을 들으며 마음이 복잡해진 적 있다 □ 소심하게나마 노트북에 페미니스트 스티커를 붙여뒀다 □ 성차별, 성폭력 사건을 듣게 되면 피가 다시 끓어오른다 위 체크리스트에서 세 개 이상 ‘그렇다’고 답변했다면, 분명 당신도 ‘페미니스트-직장인’ 자아를 지녔다. 당신은 한 명의 여성 노동자로서 매일 고민하고 망설이면서, 일터의 수많은 모순을 때로는 견디고 때로는 정면 돌파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2015년, ‘메갈리아’가 쏘아올린 공으로 페미니즘은 리부트되었다. 그때 가장 활발하게 여성혐오와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던 여성들은 20대였다. ‘메갈’들은 모여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고, 대학과 온라인 공간은 새로운 공론장이 되었다. 페미니즘이라는 유토피아의 울타리 안에서 여성들은 자신이 겪은 성폭력과 성차별을 폭로했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뒤집었고, 불공평한 규칙들을 바꿨고, 새로운 언어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2022년 현재, 수많은 ‘메갈’들이 노동시장으로 진출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과정에서 완전히 새로운 환경을 맞닥뜨렸다. “페미는 걸러야 한다”는 말이 떠도는 적대적인 세계에서, 페미니스트 취준생과 사회초년생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걸러지지 않는’ 무난한 직장인이 되어야만 했다.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는 논할 필요도 없던 ‘당연한’ 것들이 상식으로 통하지 않는 필드에 들어선 여성들은 필연적으로 여러 혼란과 시행착오를 겪는다. 대놓고 성차별의 기운이 느껴지는 면접장과 인턴 자리를 꿋꿋이 버텨내고, ‘남성성’을 과장해 털털하게 행동하거나 ‘여성성’을 부각해 얌전한 척을 하며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꾸며낸다. 여성 동료가 당연히 페미니스트일 거라고 짐작했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실망하기도 하고, 여러 이유를 일터를 떠나는 여자 선배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선택을 곱씹기도 한다. 회사 안에서 여성혐오적인 발언에 용기 있게 대응하거나 웃으면서 받아치는 법을 터득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에 페미니즘적인 시각을 적용하며 효능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에는 처음엔 뒤죽박죽이고 엉망이었지만, 점차 ‘K-직장인’의 모습에 ‘메갈’ 시절의 자신을 끼워 넣으며 정체성을 재조립해간 페미니스트들의 솔직한 ‘애환’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강렬한 경험을 공유하고 사회로 흩어진 친구들에게 던지는 질문 페미니스트 직장인 여러분, 다들 잘 살아남고 있나요? 사회에 진입해 적응하다 보니 페미니스트로서 새롭게 깨닫게 된 것들도 있다. ‘메갈’ 시절 비교적 쉽고도 명확하게 페미니즘 실천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래도 되는’ 안전한 시절이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비혼’을 외쳤지만, 결혼이 안정적인 중산층으로 점프할 수 있는 지름길이란 걸 깨닫고 자신의 개인적인 욕망을 발견하는 페미니스트도 존재한다. ‘정상성’을 갖춰야만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들은 자신의 욕망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한다. 사회에서 수행해야 하는 꾸밈노동과 외모에 대한 강박으로 고민하기도 하고, 자신의 ‘여성적’ 취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달라진 환경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여성들은 더 넓고 깊게 페미니즘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사회에 진입한 페미니스트들은 바빠진 일상에 더해 백래시와 팬데믹으로 이전의 강력한 연대를 잃어버렸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때로는 페미니즘이 바꾼 세상을 피부로 체감하며 전율하기도 한다. ‘야망’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자기계발과 각자도생을 외치는 페미니스트들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끼지만, 그래도 우리는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희미한 연대감이 분명히 존재한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로 약 7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몸집을 불린 거대한 백래시의 파도를 마주하고 절망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짧은 역사를 돌아보면 세상은 끊임없이 나은 방향으로 변해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감각하기도 한다. 혼란과 외로움, 막막함을 뚫고, 이 책은 비슷한 일상을 살고 있을 직장인 페미니스트들에게 다정한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안전한 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 도착하는 경험이 힘들지는 않았냐고. 이제 우리가 뭘 더 할 수 있을지, 앞으로 뭘 해야 할지를 이야기해보자고. 이 책은 ‘광장’에서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던 시간을 지나 ‘직장’에서 한 명의 사회인으로 살아가게 된 페미니스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차별과 혐오를 돌파하고 페미니즘에 대해 고민한 어지러운 궤적의 기록이다.

Collections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