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의 60년 역사를 담은 일러스트레이션 아트북
NASA(미국항공우주국, 이하 나사)에게 예술은 필수적이었다. 저명한 예술가들을 초청하고 나사 시설에 자유로이 접근해 작품을 그릴 수 있도록 했으며, 아예 전속 예술가를 고용하기도 했다. 지금은 우주가 낯설지 않지만 우주 산업이 막 시작되었을 때는 생소한 분야였기 때문이다. 나사는 정치가와 납세자에게 우리가 왜 우주로 가야 하는지 설득하고 홍보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예술은 실제로 효과적이었다. “나사의 이야기 속에서 예술은 기술적인 묘사 그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이 책 『NASA 예술: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만나는 우주 탐사의 길』은 우주를 대하는 우리의 인식에 예술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책은 우주 탐사의 역사를 예술 작품과 엮어서 풀어내는 데도 충실하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 피어스 비조니는 다양한 잡지에 과학, 항공우주, 우주론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여러 권의 우주 관련 책을 썼다. 나사 6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에 협력하기도 한 전문가로서 흥미로우면서도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에 수록한 시각 자료는 흑백의 삽화부터 화려한 컬러 일러스트레이션, 현대적인 CGI까지 망라하며, 예술 작품인 동시에 기술 발전의 흐름을 나타내기도 한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에서도 우주를 향하는 꿈이 한층 커진 지금, 이 책 속 나사의 이야기는 꿈이 성취를 가져오는 과정을 보여주며 다시금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아이디어와 환상, 동화가 무조건 먼저다. 과학적인 계산은 그다음이다. 결국, 꿈이 있어야 성취가 있다.”
“휴스턴, 여기는 고요의 기지. 이글이 지금 막 착륙했다.”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달 위에서 보내온 첫 마디다.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아폴로 11호는 가장 유명한 우주선일 것이다. 누군가는 달에 사람을 보낸 유일한 우주선으로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주를 향한 도전은 훨씬 전부터 시작되었다. 소련이 처음으로 소형 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하자, 미국은 질세라 머큐리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소련의 보스토크호는 전 세계를 돌았고, 미국의 아폴로 8호는 지구를 벗어나 다른 세계로 여행한 최초의 유인 우주선이 되었다. 그렇다고 우주가 냉전 시대에 각자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한 경쟁 수단으로만 이용되었던 건 아니다. 아폴로-소유스 두 우주선의 궤도 위 결합은 냉전 시대 종식과 평화 시대 시작의 이상적인 상징이 되기도 했다.
달 탐사 임무는 아폴로 11호 이후로도 여섯 번이나 추진되었고,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협력해 국제 우주정거장을 발사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선명한 심우주 이미지로 천문학자와 우주학자들에게 수많은 통찰력을 새로이 안겨주었다. 메신저 탐사선은 수성, 카시니 탐사선은 토성의 이미지를 우리에게 보내왔다. 이제 아폴로 프로젝트의 뒤를 이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다시 우리를 달로 보내고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고자 한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우리에게 더 멀고 어두운 곳의 별을 보여준다. 마스 2020 프로젝트의 퍼서비어런스와 인제뉴어티는 지금도 화성을 돌아다니며 토양과 암석 샘플을 수집하고, 우리는 화성 사진을 우리 뒷마당처럼 쉽게 볼 수 있다. 인류의 호기심은 우주처럼 끝이 없어, 미지의 세계에 쉬지 않고 도전 중이다. 우리는 우주라는 광활하고 막막한 세계에 압도당하면서도 홀린 듯이 매료되어 더 먼 별들을 응시하곤 한다.
나사의 기록이 방대하다는 건 유명하며, 모든 기록은 사진뿐 아니라 경이로운 예술 작품으로도 남아 있다. 하지만 사진 기록에 비해 삽화 기록은 쉽게 버려졌다. 콘셉트 및 아이디어 그림부터 원본 도면까지 다양한 작품이 꿈을 그려냈으나 현실적으로 구현하고 나면 ‘쓸모없는’ 종이 더미로 취급되기 일쑤였다. 결국 많은 양의 역사적 자료가 반세기 이상 실종되었다. 다행히 나사와 여러 시민 자료수집가의 도움으로, 중요한 그림들을 잘 보존된 상태로 수집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꿈과 현실 사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도전의 결과’이며, 덕분에 우리는 사라질 뻔했던 꿈의 아이디어들을 만나볼 수 있다. 희귀한 예술 작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익히 잘 안다고 생각해온 우주를 처음 만난 듯이 새로울 것이다. 우주애호가에게 가장 특별한 책이 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