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산업혁명에서 ‘아랍의 봄’까지
‘개발’의 렌즈로 본 200년 자본주의 문명 비판서
연평균 경제 성장률 7, 8퍼센트에 이르는 고성장 국가 인도에서 왜 5살 미만 어린이의 절반이 영양실조에 시달릴까?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으로 대표되는 빈곤층 소액 대출 사업이 악덕 사채업으로 변질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던 디트로이트 한복판에 도시 농사꾼들이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2008년 이후 중국, 인도, 한국, 일본과 중동 국가들이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에서 토지를 사들인 이유는 무엇인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현상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개발(development)’이다.
《거대한 역설》은 지난 수백 년간 세계를 움직여 온 정치.경제적 흐름을 ‘개발’이라는 관점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독창적인 역사서이자, 환경과 에너지 위기, 슬럼 확산과 식량 위기 등 현재 세계가 처한 전방위적 위기를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의 대안을 구상하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문명 비판서이다. 미국 코넬대 교수이며 국제 개발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필립 맥마이클은 이 책에서 ‘개발’과 불평등 확대의 내적 관계를 총체적으로 파헤친다. 번역은 한국의 대표적인 인권학자로서 오랫동안 NGO(비정부기구)와 개발의 문제를 연구해 온 성공회대학의 조효제 교수가 맡았다.
왜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착한 개발’은 없을까?
‘개발’의 이름으로 세계를 지배해 온 거대한 정치적 프로젝트를 밝힌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개발의 의미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그동안 우리는 개발을 모두를 위한 경제 성장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추구해 왔다. 대체 언제부터 ‘개발’을 국가의 존립 근거이자 목표로 삼게 되었을까? 왜 모든 나라가 예외 없이 ‘개발의 사다리’에 위태롭게 올라서서 위를 쳐다보게 되었을까? 어떻게 개발이 선진국과 개발 도상국, 후진국으로 국가의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되었을까? 이 책은 식민화와 산업화 시대부터 시작해 ‘개발’의 역사를 추적하고 그 근원적 특성을 드러냄으로써 이러한 의문에 답을 찾는다.
스스로 근대적 발전의 표준 국가가 된 미국, 전후 ‘개발 프로젝트’의 총아로 부상한 한국, ‘양말 도시’와 ‘넥타이 도시’를 거느린 ‘세계의 공장’ 중국, 라틴아메리카의 자원 민족주의를 선도하는 베네수엘라까지, 이 책은 ‘개발’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생생하고 풍부한 사례들로 가득 차 있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개발’이 ‘통치를 위한 정치적 기획’으로 동원되었다는 데 주목한다.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 지배 프로젝트’부터 20세기 중반에 등장했던 ‘개발 프로젝트’, 해체기에 들어선 ‘지구화 프로젝트’까지, 오랜 세월 전 지구가 따라야 하는 ‘보편적 발전’의 길로 여겨졌던 개발의 맨 얼굴이 날것 그대로 드러난다.
사회학자의 냉철한 눈과 운동가의 뜨거운 가슴을 지닌 저자는 어려운 학술 용어가 아닌 일상의 언어와 흥미진진한 사례 연구를 통해 신자유주의 이후 지구의 미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썼다. 이 책을 통해 지난 200년간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개발의 역사와 주요 이론, 논쟁의 흐름을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개발만큼 역설로 가득 찬 현상도 없을 것이다. 개발의 기원 자체가 지배와 종속에 바탕을 둔 권력 관계로부터 출발한 역설, 신생 국가의 존립 근거로 표방했던 국가 발전 담론이 억압적 국가 체제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 역설, 자원 고갈과 기후 변화 시대를 맞아 기존의 개발 모델을 폐기하고 탈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개발’ 모델을 찾아야 하는 역설 등 어느 하나 역설 아닌 부분이 없을 정도이다. ……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변화’를 이루자는 것인데, 세상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개발 분야 역시 ‘좋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와 진단이 모두 다르다.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개발, 그저 선의를 품고 실천하기만 하면 달성되는 개발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어떤 성격의 개발인지를 반드시 짚어봐야 하는 것이다.” ― <옮긴이 머리말>에서
개발의 역설, 빈곤과 불평등의 지구화
이 세계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하면서 동시에 불평등하게 만든다.
생각이나 습관을 강제로 평등하게 만들어놓고,
정작 기회는 불공평하게 제공한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20세기 중반에서 지금까지 ‘개발’은 나라와 인종과 이념을 초월해 전 지구 차원의 정치?경제적 화두였다. ‘개발’은 ‘다함께 잘사는 세계’를 이루기 위한 경제 성장을 의미했다. 그런데 과연 개발은 인류에게 풍요를 가져다주었는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굳게 믿고 있는 것처럼 경제가 발전할수록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되는가? 《거대한 역설》은 이러한 기대와 달리 전 세계에 걸쳐 개발이 도리어 불평등과 빈곤의 확산을 불러왔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개발은 인간에게 기회와 번영을 확대해주지만, 불평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또 개발은 빈곤 퇴치를 목표로 삼지만 오히려 빈곤을 심화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 성장과 빈곤이 함께 나타나는 개발의 역설은 다음과 같은 사실 즉, 세계 인구 중 상위 10퍼센트의 부유층이 전 세계 소득의 50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사실과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성 영양 실조 상태에서 신음하게 만드는 먹을거리 위기 상황과 같은 사실로 명백히 입증된다. 인도의 예를 들어보자.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8퍼센트에 달하고 2013년이면 경제 성장률이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인데도 2010년 현재 다섯 살 미만의 어린이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아이들이 영양 실조 상태이다.
― 1장 개발이란 무엇인가 52쪽에서
멕시코의 착취 공장에서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 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아시아에서 소규모 경작지를 수출용 작물을 재배하는 상업형 농토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농민이 도시 빈민층으로 전락하면서 만들어진 ‘슬럼 행성’(대규모 빈민촌) 등 개발로 인한 빈곤과 불평등 확산의 다양한 사례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녹색 혁명은 농촌 지역의 소득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면서 진행되었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베네수엘라 같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그리고 푼잡과 하리아나 같은 인도의 관개 지역에서 진행된 녹색 혁명식 농업은 농가들 사이의?그리고 흔히 한 가구 내에서도?경제적 격차를 크게 벌렸다. ― 3장 개발 프로젝트의 국제적 틀 149쪽에서
멕시코 티후아나 근방의 전자 제품 회사 ‘마킬라도라’에서 일하는 어느 노동자에 관한 다음과 같은 증언이 착취 공장의 노동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구리 도선을 수작업으로 물레에 감는 것이 그녀의 일이다. 아주 가는 구리선을 겹치지 않게 촘촘히 일렬로 감아야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계속 하다 보면 극심한 두통을 겪는다. 이런 일을 1년 정도 하고 나면 보너스를 지급하는 회사도 있지만, 대다수 노동자는 그때까지 견디지 못한다. 1년 동안 버티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그때쯤이면 시력이 나빠져 안경을 껴야 한다. 얼마나 살인적인 일인지 노동력이 계속 교체된다.” ― 4장 개발의 전 세계적 확산?168쪽에서
식민 지배 프로젝트, 개발 프로젝트, 지구화 프로젝트까지
전 지구적 개발은 자연스러운 진화가 아니라 정치적 기획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과학 발전과 산업 진보의 결실이
저개발국의 발전과 성장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담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에 착수해야 한다.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 1949년)
이 책은 지난 200년의 근현대 세계사를 ‘개발’이라는 일관된 관점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