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 사회

김민하
3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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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주의의 함정에 빠진 한국 사회,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어려서부터 인터넷을 접한 세대는 삶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니게 되었는가, 세월호 참사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유권자는 어떤 기준으로 누구에게 투표하는가. 『냉소 사회』는 매체 비평지 《미디어스》 기자이자 사회평론가인 김민하가 우리 일상부터 정치까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냉소주의’란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우리는 무한경쟁 체제 속에서 남들과 비교되며 끝없이 열등감을 강요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러한 열등감은 일상생활과 사회·정치적 영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냉소주의로 표출된다. 주요한 사안들에 대한 ‘판단 중지’ 태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효율성의 신화,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한 정치 등은 그러한 냉소주의의 대표적 모습들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를 휘감은 냉소주의는 왜 발생하며 어떤 결과를 낳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진단하고, 열등의식·냉소주의·소비주의와의 화해를 통해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예견됐던 국정 농단 사태, 왜 막지 못했을까? 지난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에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라며 분노했고, 주말마다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모였다. 국민의 뜻을 외면할 수 없었던 국회는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켰고,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재의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리 업무를 본다고는 하지만, 당분간 정상적 국정 운영이 어려워졌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인 2007년 이미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또 2012년 일부 야권에 의해 그 가능성이 여러 차례 경고되었던 사안이다. 그런 여과 체제가 작동했음에도 박근혜 후보가 결국 대권을 차지했다는 것은, 우리의 체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이렇게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국 사회와 정치 상황의 원인을 ‘냉소주의’에서 찾는다. 우선 박근혜 정권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가졌던 냉소주의 때문이다. 정치 지향에 대한 냉소와 정치 역시 하나의 상품으로 소비하는 소비주의로 인해 진보 정치가 외면받게 되었고, 이를 발판으로 보수 정권이 대선에서 이길 수 있었다. 한편 박근혜 정권이 실패하게 된 원인 역시 권력 자체의 냉소적 정치의식 때문인데, 그 대표적 예가 세월호 사건 이후 정부가 보여준 대처 방식이다. 박근혜 정부는 구난 작업에서의 무능과 실패를 반성하고 제대로 된 안전 대책과 정책을 내놓기는커녕 난데없는 ‘해경 해체’라는 처방 아닌 처방과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작위적 연출 등 문제의 근원 해결이 아닌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는 데에만 골몰했는데, 이는 바로 권력 자체가 냉소적 정서를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냉소주의의 근원, 열등감 그렇다면 이러한 냉소주의는 무엇 때문에 생겨나게 되었는가? 그 근원은 다름 아닌 ‘열등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다수의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잘난 사람과 그만큼 잘나지 못한 사람이 나뉘게 마련이다. 부자가 있는가 하면 가난한 사람이 있고, 명문대생이 있는가 하면 이른바 ‘지잡대생’도 있으며,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취직조차 어려운 사람이 있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이러한 우열은 점점 극단화되었고, 인터넷의 발달은 그로 인한 열등감을 더욱 일상적으로 만들었다. 시쳇말로 ‘엄친아’라 불리는 잘난 사람들은 과거 같으면 멀리서 풍문으로만 듣거나, 주변에 있다 해도 소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은 다수의 사람이 실시간으로 교류할 수 있게 해주었고, 그곳에서 우리는 나의 능력을 넘어서는 사람을 수없이 마주치게 되었다. 이는 다시 우리가 인터넷을 할 때 자기를 전시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는 인터넷에서는 필연적으로 남의 평가 대상이 되리라는 것을 전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되는 상황에서는 나의 합리성과 열등하지 않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는 ‘소비주의’의 형태로 발현된다. 이러한 효율적 소비주의야말로 냉소적 세계관 위에 성립되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는 물건을 살 때 언제나 이 상품에 이 가격이 합당한지, 혹은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효율적인지 의심을 한다. 한마디로 우리의 일상은 ‘속지 않겠다’는 냉소적 결의로 차 있다. 만약 누군가 어떤 물건을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산다면, 그 사람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열등한’ 사람이 되고 만다. 이러한 소비주의는 비단 재화를 구매할 때뿐 아니라,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마다 작동한다. 선거에서 일정한 노선이나 이념에 따라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닌 나에게 가장 많은 이득을 줄 후보를 찍는 것이 그러한 예다. 효율성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월호 사건 효율성 제일주의로 인해 벌어진 비극이 바로 세월호 참사다. 모두가 알다시피 세월호는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배의 안정성을 희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비용을 들이는 것을 우리는 비효율적이라고 여긴다. 여기서도 효율성의 논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사고 수습 과정에서 또 다른 차원의 효율성이 작용했음을 지적하는데, 바로 인명 구조의 외주화이다. 즉, 국가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명 구조 업무를 외부 업체에 맡김으로써 국가의 기본적 권리이자 의무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라는 관점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체제적 열등감으로 인한 위기의식이 국제구난협회 정회원 자격을 가진 업체가 탄생하는 배경이 됐고, 자신감을 잃은 국가가 당연히 맡았어야 할 구조 작업을 시장에 떠넘기면서 시장화된 형태의 사고 뒷수습에만 체제의 관심이 쏠리게 됐으며, 결국 ‘인명의 구조’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돈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만 남게 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본문 79~80쪽)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세월호는 체제의 위기라기보다는, 체제가 ‘효율성’이란 이름 아래 돌아간 결과였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참사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효율성의 신화’를 깰 필요가 있다. ‘판단 중지’가 가져오는 결과 열등감은 결코 유쾌한 감정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열등감을 벗어나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한다. 가장 흔한 방법은 자기 자신을 냉소적인 사람으로 규정하면서 타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자신의 ‘공정한 잣대’를 전시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잘난 사람에게 ‘열광’하면서 그들과 대비되는 ‘못난’ 존재들에 대해 적대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는 ‘잘난 사람들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열광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때로 열광의 대상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를 포기하기도 한다. 게임 커뮤니티 내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자. 게이머 커뮤니티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므로 시사와 관련한 여러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마다 게임을 잘하는 사람의 의견에 일부 사람들이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현상이 일어났다. (……) 이 게임 고수의 지지자들을 앞서 말한 부류로 나눈다면 ‘열광하는 자들’로 규정할 수 있을 텐데, 이 열광의 정체는 앞서 살펴본 열등감의 문법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능력’에 대한 환호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의견’이라는 것에 대한 냉소다. ‘게임 고수’와 한편이 되느냐 ‘사회적 의견’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따지느냐에서 전자를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여기서 사회적 의견에 대한 열광하는 자들의 태도는 ‘판단 중지’라고 요약할 수 있다. 열광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문제에 대한 판단을 중지한 것이다. (본문 85~86쪽) 이러한 냉소적 판단 중지는 정치적 판단을 내릴 때도 흔히 작동한다. 2011년 통합진보당 창당이 그 대표적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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