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스타, 지미 헨드릭스
쇼킹하고 극단적이었던 일생 탓에 신화화되기 좋은 인물, 일렉트릭 기타의 신, 젊은이들의 우상, 인간미가 박탈된 외경스러운 존재 등으로 묘사되는 지미 헨드릭스는 <Are You Experienced>의 발표로 미국 대중음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기타를 이빨로 연주하는 신동’에서부터 ‘새로운 음악, 미래의 음악’이라는 찬사를 받으면서 수많은 레코딩과 라이브 콘서트의 강행군을 소화했다. 특히 1969년 역사적인 록 페스티벌 우드스탁에서 연주한 ‘The Star Spangled Banner’에 대해 ‘그 곡은 우드스탁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그건 아마 1960년대의 가장 위대한 순간을 상징하는 노래였을 것이다. 그 곡이 ‘당신의 나라를 사랑하되, 정부는 증오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라는 것을 마침내 알게 된 것이다.’고 언론에서 극찬했을 정도였다. 1967년에 데뷔하여 1970년에 약물과용으로 돌연사한 4년의 짧은 전성기 동안 헨드릭스가 발표한 정규 앨범은 단 4장이었다. 하지만 타계 이후 각종 편집앨범이 정규앨범으로만 50여 장이나 나와 있다는 사실은 그의 영향력이 어떠한지를 대변해 준다. 타계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무수한 라이브 앨범과 편집 앨범, 리마스터드 앨범, 미발표곡들이 지금까지도 여러 스튜디오로부터 정리되어 발표되고 있다.
“사랑의 힘이 권력에 대한 힘을 물리칠 때
세상은 평화를 알게 될 거예요.”
“우리는 어떤 범주에도 묶이고 싶지 않아요. 만약
꼬리표가 필요하다면, ‘자유분방한 느낌’ 정도로 해두죠.”
“우리는 우리 방식의 음악을 연주해요.
그건 ‘일렉트릭 처치 뮤직’이라 말할 수 있어요.
우리에게 음악은 종교와도 같은 것이니까요.”
“인생의 이야기는
눈 깜박임보다 빠르다.”
- 지미 헨드릭스
록 음악사의 거대한 시작
지미 헨드릭스는 1942년 미국 시애틀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 무렵에 부모가 이혼한 후 재결합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동안 할머니와 외할머니, 이모들과 지인들 집을 오가며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지미에겐 여러 명의 동생이 태어났지만 둘째 레온을 제외하고는 모두 생활보호대상자 보호시설로 가거나 입양되었다. 이 사실만으로도 지미가 얼마나 극단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었던 그런 그에게 기타는 삶이자 살아야 하는 존재 이유처럼 절실했을 것이다.
12살에 아버지로부터 기타를 선물 받은 후 밴드를 결성해 활동하며 기타 실력을 닦기 시작한 지미는 머디 워터스, 하울링 울프 등의 초기 블루스 기타리스트들과 비비 킹, 엘모어 제임스 등의 영향을 받아 블루스에 기반을 둔 연주 스타일을 만들어갔다. 세션 연주자로 활동하며 명성을 얻은 그는 초기 로큰롤 시대의 거성 리틀 리처드의 백밴드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 후 영국으로 건너가 베이시스트 노엘 레딩, 드러머 미치 미첼과 함께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라는 3인조 밴드를 조직했고, 1967년 대망의 데뷔 앨범 <Jimi Hendrix Experience>를 발표했다. 이 앨범 발표가 록의 역사가 주목하는 그의 본격적인 행보의 시작이 되었다. 첫 싱글 ‘Hey Joe’와 ‘Purple Haze’ 등이 수록된 앨범은 폭발적인 지지를 받게 되고 록의 새로운 전설로 떠오르게 되었다.
영국에서의 인기를 안고 미국으로 돌아와 팬들 앞에 첫 선을 보인 무대가 전설의 ‘몬트레이 팝 페스티벌’ 무대이다. 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무대에 대한 부연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 후 「롤링 스톤」지를 비롯한 각종 언론이나 미디어 조사에서 변함없이 맨 윗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지미 헨드릭스였다. 수많은 기타리스트들 중에서도 독보적이었던 그는 혁신적인 기타주법을 시도하고 창시한 개척자이며 화려한 퍼포먼스의 종결자이기도 했다.
거울로 가득 찬 방
이 책은 지미의 일생을 기록하기 위해 수많은 지미의 지인들을 4년 동안 총 325회의 인터뷰를 거쳤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숨겨진 암호를 해독하듯이 풀어 쓴 평전이다. 강점은 무엇보다 지미를 노골적으로 신화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심스레 지미의 흔적을 따라가던 독자들은 각자의 시각에 따라 다양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지미는 위대한 기타리스트인가? 물론이다. 지미는 약물로 점철된 호색한인가? 당연하다. 지미는 미디어 하이프가 주조해 낸 가상의 산물이자, 20세기 뮤직 비즈니스의 이면을 폭로하는 인물인가? 유감스럽게도 그렇다. 작가는 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그 안에서 답을 찾는 건 철저히 독자들의 몫이다. 이 평전은 비운의 록스타, 지미 헨드릭스의 짧은 생을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