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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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쪽으로 읽는 101명 화가들의 이야기 서양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화가 101명의 생애를 이해하기 쉽게 만화 형식의 그림책으로 소개하였다. 화가 한 사람 당 단지 2페이지 한도에서 밀도 있게 인생을 이야기한다. 한 칸 한 칸마다 글과 그림, 그리고 작품 이미지가 아기자기하다. 주인공 화가뿐만 아니라 화가를 잘 알고 있는 큐레이터가 자세한 설명을 부연하기도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곰돌이가 엉뚱하지만 독자들이 궁금할 만한 질문을 대신 하면서 호기심을 해결하는 구조이다. 그래서 두꺼운 미술사 책을 읽을 때의 부담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예술에 모든 것을 건 화가들인 만큼 그들의 인생 뒷이야기는 무척 드라마틱하고 우스꽝스럽다. 듣도 보도 못한 기인이나 괴짜가 화가로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의외로 인간미 넘치는 화가도 적지 않다. 너무 평범해서 특별해 보이기까지 한 화가들을 만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이슬만 먹고는 예술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지라 때때로 화가들은 세상을 따라잡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었다. 화가의 인생에서 이처럼 극적인 순간을 포착해내는 저자의 감각이 놀랍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어도 좋고, 기분이 내킬 때마다 틈틈이 읽어도 좋다. 화가들의 인생에 울다 웃으며 내 삶을 되돌아볼 수 있다. 인생이 예술이야! 혹시 화가의 이름으로 작품을 보는가? 낯설고 생소한 이름의 전시보다는 피카소나 고흐처럼 익숙한 이름의 전시에 보다 많은 관람객들이 모이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작품을 볼 때 작가의 이름을 중시하는 모양이다. ‘작품’보다는 ‘이름’에 열광하는 여러분의 예술에 관한 몰이해(?)를 비판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이 책은 ‘작품’보다는 ‘이름’에 방점을 찍어 이름 값 제대로 하는 작품 보기를 강조한다. 그 방법은 화가의 인생 들여다보기이다. 화가의 인생을 알면 작품을 더 잘 보고,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화가로 예를 들어보자. 르네상스 이후 매너리즘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로 불리거나 화려한 바로크 시대를 예견한 작가로 불리는 카라바조. 빛과 그림자의 날카로운 대비를 기교적으로 구사하고, 형상을 힘차고 조각적으로 묘사하였다는 것이 카라바조 작품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다. 그럼 여기에 카라바조의 인생을 덧붙여보자. 카라바조는 호모에다가 폭력배, 형무소를 제 집 드나들 듯 하였고, 급기야 친구를 죽인 후 도망자 신세로 전전하다가 39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자, 이제 카라바조가 어떤 이미지로 다가오는가? 한 시대를 풍미한 대가인줄로만 알았던 카라바조의 충격적인 인생 이야기를 알고 나면 분명 격하면서도 억제된 빛으로 조명된 카라바조의 음울한 작품들이 훨씬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책을 보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라는 명언에 이런 말을 덧붙이고 싶어진다. ‘인생은 비록 짧지만 화가의 인생을 알면 예술이 더욱 깊어진다’ 라고. 너무 유명한 화가, 정말 몰랐던 인생 이 책에 등장하는 101명의 화가들은 주로 르네상스부터 현대까지 서양미술사에 굵직한 이름을 남긴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유명한 화가들이라고 해서 절대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그동안 너무 은밀해서 알려지지 않았던 화가들의 사생활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출연하는 화가들의 눈에 띄는 이면은 다음과 같다. 증권 맨, 고갱 / 귀머거리, 고야 / 전도사 지망생, 고흐 / 체스 국가대표, 뒤샹 / 섹스 과로사, 라파엘로 / 세관원, 루소 / 정장 작업복, 마그리트 / 노출증, 모딜리아니 / 사교 댄서, 몬드리안 / 여성 공포증, 뭉크 / 금욕주의자, 미로 / 호색한, 부셰 / 바이올리니스트, 앵그르 / 연애 중독자, 에른스트 / 폭력배, 카라바조 / 애처가, 컨스터블 / 아웃사이더, 쿠르베 / 전업주부, 클레 / 근육질 레슬러, 클림트 / 돈 귀신, 티치아노 / 거식증, 폰토르모 / 수도사 프라 안젤리코 … 굳이 화가를 통해 인생을 말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화가의 인생이 일반인보다 굴곡이 심하기 때문이다. 좋게 이야기하면 극적이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팔자가 사납다. 단적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화가들은 때로는 주정뱅이기도 하고, 때로는 수도사이기도 하다. 한 사람 한 사람씩 읽다보면 ‘예술이란 그리고 예술가란 이런 것이다’ 라고 정의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인생이란 그리고 사람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정의내릴 수 없다는 사실 또한 공감할 수 있다. 상징적인 종교화나 기호 같은 추상화를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어도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