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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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한국 페미니즘시는 가부장제와 같은 지배이데올로기에 의문을 제기하고 저항하며 전복을 시도하는 ‘여성적 글쓰기’의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죽음이 탄생의 이면인 것처럼 폭력적 이데올로기, 자유의 결핍과 같은 세계의 부정적 요소가 이들 시인으로 하여금 페미니즘시학을 배태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성적 글쓰기’ ‘몸으로 글쓰기’로 구성되는 페미니즘시는 여성의 성 정체성을 바탕으로 온몸으로 시를 밀고나가며 자신과 세계를 변모시키는 시학이다. 이는 근대미학을 해체하며 여성과 소수자, 하위 체계의 언어형식까지 껴안고 나아감으로써 시 영역을 개방하며 확장하고 있다. 이들 시는 다양한 변모의 과정을 거쳐 여성성이 실현되는 생명력 넘치는 세계, 억눌린 자와 상처받은 삶이 치유되는 인간성 복원의 장으로 나아간다. 한국 현대페미니즘시는 페미니즘이라는 사상적 기반을 공유하지만 서구의 페미니즘 양상 이론이나 기존의 담론에 완벽하게 포획되지는 않는다. 이들의 시를 서구의 원론적인 페미니즘 이론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움과 모순이 있으며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은 포스트모던의 해체주의와 구주주의가 말하는 탈주체적 담론에 휩싸여 페미니즘의 역사가 어렵사리 복원한 ‘여성’을 말살하고 여성의 특수성을 다원성과 보편성의 담론 속에 함몰시킬 우려도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갖는 성별-회의주의적 입장은 젠더적 여성성을 '살짝 지나가 버릴(slip-slidin away)' 문제로 치부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시는 개별 여성에 대한 핍진성(verisimilitude)을 담보하며 좀 더 치열하게 논의의 지평을 넓혀야 할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한국의 현대라는 특수한 시공간 속에서 스스로 여성이라는 ‘타자’를 환대하고 각인하여 우리의 문학 속에서 끊임없이 증언하는 형식을 심도 있게 탐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