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멋져 보이는 것들의 사회학

오찬호 · Essay/Humanities/Social Science
3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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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은 놀랄 만한 혁신에 기대고 있다. 수세식 변기, 플라스틱, 스마트폰, 에어컨, 플랫폼 노동, 비행기 등 이 책에서 살펴보는 혁신적 기술과 사물은 현대 문명의 거대한 쳇바퀴를 구성하는 일부다. 안락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매끈하게 돌아가는 그 쳇바퀴 위에서 쉽게 내려올 수 없다. 세상을 이롭게 하고 장밋빛 미래를 선사한다는 기술과 사물 앞에서, 개인들은 그저 편리함에 감탄하기 바쁘다. 단순한 기대와 감탄 수준이 아니다. 현대인의 일상은 ‘이거 없었으면 어찌했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가득하다. 『세상 멋져 보이는 것들의 사회학』은 현대적 삶을 떠받치는 혁신적 기술과 사물의 이면을 사회학이라는 렌즈로 가로지르는 책이다. 일상 속 차별과 혐오의 씨앗을 추적해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글을 꾸준히 써 온 사회학자 오찬호가 이번에는 ‘혁신’을 키워드로 여러 질문을 던지며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기술과 사회, 개인의 복잡한 관계를 짚는다. ‘왜’ 그것은 혁신인가? 불편함이 줄었으니, 편리함은 늘었을까? 편리해지면서 불편해진 것은 없을까? 혁신 이후 ‘모두’가 좋아졌을까? 불평등과 차별, 혐오의 맥락은 어떻게 변했을까? 저자는 편리함과 안락함 너머 보이지 않는 것들, 쉽게 간과되는 것들에 시선을 두고, ‘혁신’을 향한 사회적 열광에 우려스러운 지점은 없는지 짚는다.

<그부호> 웨스 앤더슨 감독

비주얼 마스터의 독보적 세계관

<페니키안 스킴> · 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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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부호> 웨스 앤더슨 감독

비주얼 마스터의 독보적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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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프롤로그: 타임머신은, 없다 첫 번째 이야기: 사소하지만, 결코 하찮지 않은 Chapter 1. 마려우면 싼다, 마려워도 못 싼다: 수세식 변기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가 Chapter 2. (女) 괜찮을까? (男) 괜찮잖아!: 피임약은 여성을 해방시켰는가 Chapter 3. 본성일까, 예속일까: 화장품 강국이면 마냥 좋은가 Chapter 4. 편리해졌고, 끔찍해졌다: 지금처럼 일하면 플라스틱 못 줄인다 Chapter 5. 약 주고, 병 주고: 진통제를 먹었는데, 왜 마약에 중독되나 두 번째 이야기: 은밀하게 위대하게, 일상을 파고든 Chapter 6. 찍혀서 안심이고, 찍히니 불안하다: : CCTV, 그다음은 무엇일까 Chapter 7. 진화해서, 퇴보하다: : 스마트폰이 인간의 생각 회로를 바꾸다 Chapter 8. 가게 주인인데, 가게 주인이 아니다: 프랜차이즈가 동네를 점령하다 Chapter 9. 비쌀수록, 차별하는: 사람 위에 사람 있다, 아파트 요지경 Chapter 10. 건강을 챙길 때, 건강이 강박이 될 때: 헬스장 광고는 왜 무례한가 세 번째 이야기: 엄청나게 빠르고, 믿을 수 없게 편리한 Chapter 11. 나는 시원해지고, 우리는 뜨거워지다: 에어컨 덕분에, 에어컨 때문에 Chapter 12. 음식을 통제하고, 음식에 당하다: 냉장고에 코끼리가 곧 들어갑니다 Chapter 13.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위험하다: 원자력발전이 아니라, 핵발전입니다 Chapter 14. 소비자는 편해지고, 노동자는 무너지고: 플랫폼 노동, 컨베이어 벨트는 멈추지 않는다 Chapter 15. 갈 곳이 많아지고, 간 곳은 파괴되고: 하늘에 비행기가 빼곡해지니 에필로그 : 혁신적이고, 파괴적이다

Description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은 정말 위대할까? ‘세상을 놀라게 한 사물’은 정말 경이로울까? “진보는 언제나 이겨.”(빅터 호스킨스) “그럼 한 번쯤 진보가 지면 되겠네.”(오웬 그래디) ― 영화 〈쥬라기 월드〉에서 이 책에서 다루는 것들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우연, 오류가 축적되면서 생겨났고, 인간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에어컨을 비롯해 냉장고·스마트폰·CCTV 같은 각종 전자 기기는 물론이거니와 피임약·화장품·진통제·플라스틱 같은 화학 제품, 나아가 수세식 변기 같은 비교적 단순한 도구부터 원자력발전·비행기 같은 거대과학(big science)에 이르기까지 현대적 삶을 구성하는 이 기술들에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혹은 ‘세상을 놀라게 한 사물’이라는 수식어가 종종 붙는다. 처음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인간의 지혜가 고스란히 들어갔으며, 등장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인류는 혁신적 기술과 사물을 통해 삶의 많은 조건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분명 우리의 현재는 과거보다 엄청난 속도로 변했다. 하지만 “빛만 있는 건 아닐 거다”. 저자는 “혁신이란 단어는 어감부터가 긍정적 의지와 궐기가 듬뿍 느껴진다”며 과학기술과 혁신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엉켜서 부유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이는 혁신적인 것에는 비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기운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기술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저자는 순간적인 쾌적함이 주는 말초적 감각에 경도되어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표현만 남발하면, 미래를 위해 반드시 던져야 할 책임 있는 질문이 사라진다고 우려한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세계는 지극히 ‘혁신적’인 동시에 극도로 ‘파괴적’이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던 ‘기적의 소재’ 플라스틱이 미래 세대가 감당하기 어려운 쓰레기를 배출하는 오염원이 된 상황, ‘스마트하다’는 기계(스마트폰)가 엉터리 뉴스 하나 못 거르는 세상, 세련되어 보이는 디지털 시스템이 여전히 화석 에너지를 쓰며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현실 등을 우리는 눈앞에서 목도하고 있다. 이 책은 “세상 좋아졌다”는 말이 놓칠 수밖에 없는 이면이 반드시 존재한다면서, 과거보다 나아졌으니 모든 걸 긍정만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편리한 현재에 대한 질문과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류의 필요와 욕망으로 뒤덮인 세계 “우리는 편리, 효율, 풍요를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이 책은 혁신적 기술이 작동하는 폭넓고 복잡한 배후를 파고들며, 우리의 안락한 현재를 만든 혁신의 도구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1부 ‘사소하지만, 결코 하찮지 않은’에서는 일상을 유지시켜 주는 현대인의 유용한 사물들을 불러내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뒤처리를 깔끔하게 도와주는 수세식 변기, 덜컥 임신하지 않도록 해 주는 피임약, 자존감을 유지시켜 주는 화장품, 아픈 나의 어제와 오늘을 견디게 해 주는 진통제, 간편한 소비 생활에 필수적인 플라스틱 등 별탈 없는 하루를 위해 꼭 필요한 사물들이다. 저자는 너무도 사소하면 그 당연함에 덮인 문제를 직시하는 것에 둔감해진다고 지적하며, 우리가 항상 만나는 물건을 주제 삼아 편리함에 중독된 세계의 이면을 뜯어본다. 2부 ‘은밀하게 위대하게, 일상을 파고든’에서는 획기적이라고 찬사받는 현대적 생활양식의 놀랍도록 균질한 속살을 들여다본다. 물질문명의 세례를 풍족하게 누리는 세상은 자유와 개성이 넘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현대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에서 잠을 자고, 전국 어디에나 있는 편의점을 방문하고, 똑똑하다는 스마트폰으로 남들 다 하는 것에만 접속하고, 헬스장을 드나들며 타인과의 비교로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를 오간다. 그리고 이 모두의 하루는 예외 없이 CCTV에 찍힌다. 우리의 일상은 더 똑똑해졌을까? 우리의 권리는 더 보장받고 있을까? 저자는 무덤덤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사회의 무서운 법칙을 짚어 본다. 마지막으로 3부 ‘엄청나게 빠르고, 믿을 수 없게 편리한’에서는 효율성과 편리함으로 무장한 신기술의 이면을 다룬다. 냉장고 안에 먹을거리를 잔뜩 쌓아 두고, 에어컨으로 더운 여름을 거뜬히 나고, 원자력발전소 덕택에 값싸게 전기를 쓰고, 비행기를 타고 세계 이곳저곳을 누비는 우리의 빠르고 편리한 삶을 되짚으며, 삶의 편의를 위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는’ 전진이 마냥 좋은 것인지 질문한다. 챕터마다 주제에 대한 사회적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인포그래픽이 제공된다. 이슈와 연관된 설문 조사 결과, 각종 통계 자료, 중요한 의미를 지닌 년도, 언론에 보도된 사건, 관련 연구 데이터 등을 직관적이고 압축적인 이미지로 보여 주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는 복잡한 사회문제에 대한 감각을 키워 주는 한편, 지금까지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세계의 모습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무리 한쪽이 혁신적이라고, 그 반대편이 지옥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혁신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시대,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기술의 힘과 속도에 압도되지 않는 자세다. 저자는 “수백 년간 끙끙거렸던 고민을 해결하면서, 수천 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을 고민거리를 만들어” 내는 인류의 모습에 시선을 두고 “더 잘사는 시스템과 더 못사는 시스템을 동시에 구축하는” 혁신의 역설을 예민하게 드러낸다. 기발하다는 ‘수세식 변기’를 발명해 놓고 일하다 똥도 제대로 못 싸는 이들 앞에서 눈감는 사회, 여성해방의 기폭제가 된 ‘피임약’이 여성에게 임신과 출산의 부담을 전가하는 근거가 되어 버린 모순적인 현실, ‘화장품’ 바르는 행위를 개성의 자유로운 표현이라 칭송하면서 정작 화장 안 할 자유를 외치는 이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 ‘진통제’의 중독성을 제때 제어하지 못한 사회는 쏙 빼 놓고 약물 남용을 오롯이 개인 탓으로만 돌리는 현실 등을 가로지르며 혁신의 급류를 탄 세상의 이면을 거침없이 파고든다. 불평등과 차별, 혐오에 예민한 사회학자의 감각이 시종일관 책을 관통한다. ‘혁신’의 꼬리표를 단 것들은 하나같이 매끈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등장하지만, 한 겹만 벗겨내도 불평등의 사례가 끝없이 펼쳐진다. 사회적 불평등은 혁신적인 기술이나 사물 하나로 단숨에 해결이 불가능한 근본 모순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기업과 투자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었지만 다수의 노동자들을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몬 ‘플랫폼 노동’의 등장이 이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범죄 예방의 탁월한 도구로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은 CCTV 역시 이미 존재하는 사회적 차별에 기초한 감시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 삶 곳곳을 막무가내로 밀치고 들어오는 기술의 위세에 휘말리지 않고, 혁신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리 한쪽이 혁신적이라고, 그 반대편이 지옥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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