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아직 어른이 되려면 먼, 아무도 몰라주는 나만의 성장통으로 고독한 어른을 위한 소설
젊은 일본의 여류 소설가, 니시 가나코는 작품 『사쿠라』가 일본에서 20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했으며, 그녀의 작품 『노란 코끼리』는 영화로 만들어지는 등 최근 문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캐릭터의 심리묘사와 독자들의 감성을 움직이는 데 탁월한 소설가인 그녀가 이번에는 조금은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소설 한 편을 내놓았다. 닳아빠진 중국집 빨간 원탁을 주워다가 신줏단지 모시듯 집 안 거실에 번듯하게 들여놓고 생활하는 대가족 고토코네 이야기를 다룬 작품 『원탁』으로, 북스토리에서 출간되었다.
오사카의 작은 공단 주택에서 여덟 명이나 북적대는 대가족 사이에서 홀로 필사적으로 고독하고자 하는 막내, 고토코의 당돌한 이야기는 일본에서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등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모두가 경험했지만 다들 잊어버린 아름다운 성장의 순간, 그 한순간을 니시 가나코는 놓치지 않고,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해 혼자 버거워하고 고독해하는 어른을 위해, 위로를 건네듯 시원스럽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냈다. ‘고독’이라는 말의 의미가 어떤 무게를 가지고 있는지, 겪어보지 못한 ‘아픔’이 나에게 어떤 키로 맞춰져 다가올 아픔이 극복될 수 있는지를 오사카에 사는 소녀의 눈을 통해 그려내 무한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유쾌함에 웃음 짓다가 어느새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그녀의 이야기에 자신도 모르게 감동했다는 서평이 줄을 잇는 것은 그만큼 공감 가는 캐릭터, 고토코의 모습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낀 독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저자 니시 가나코는 이 소설을 ‘이미 어른이라고 믿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어른들’에게 헌정했다.
“난 평범함을 경멸해!”를 외치는 우즈하라 고토코의 무더운 여름날의 성장통
세쌍둥이 언니,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작은 공단 주택에 살고 있는 우즈하라 고토코. 이름 때문에 친구들에겐 별명인 꼬꼬라 불리고 있다. 당돌하고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은 제법 똑똑한 소녀지만, 평범함을 경멸하고 고독을 동경하는 특이한 면을 갖고 있다. 여덟 명의 대가족이 북적거리는 집안의 가족들에겐 그런 막내의 특이한 면도 귀엽고 사랑스럽기 짝이 없지만, 꼬꼬에겐 그런 가족들의 관심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다. 꼬꼬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고독뿐이다.
꼬꼬는 ‘자포니카’라는 브랜드의 자유 공책에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적는 버릇이 있다. 담임인 지비키 선생도 경악하게 만들 정도로 한없이 고딕체에 가까운 힘이 넘치는 글씨로 진지하게 ‘누구건 여는 걸 그맘(금함)’이라고 공책의 맨 앞에 적어 넣을 정도로, 꼬꼬에게 자포니카 자유 공책은 소중하다. 물론 공책의 가장 첫 페이지에 쓰여 있는 말은 고독이다. 그런 자포니카 자유 공책이 꼬꼬의 손아귀에서 사라지면서 본격적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꼬꼬의 공책은 사실 셋째 언니인 수예부 도모미가 자수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 가져간 것.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꼬꼬는 사라진 공책을 찾기 위해 분주하지만, 느긋하기 짝이 없는 주위 사람들은 꼬꼬가 왜 그렇게 공책에 집착하는지 알지 못하고 어리둥절해한다. 자포니카 자유 공책을 찾지 못한 채, 꼬꼬는 기묘한 여름방학을 맞이하게 되는데…….
『원탁』은 아기자기한 맛이 살아 있는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특히 꼬꼬의 가족과 친구들의 묘사는 기가 막힐 정도로 독특하고 사랑스럽다. 근사한 리듬으로 말을 더듬는 현명한 아이 폿상, 반 아이들의 미스터리한 아이돌 고다 메구미, 이지적인 학급위원 박군, 물고기를 닮은 미키 나루미, 선택받은 자의 우수를 지닌 할아버지 등등. 읽다 보면 마치 자신이 꼬꼬의 친구나 가족이라도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또한 엉뚱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화학반응에 재밌게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버리는 독자들도 적지 않다. 이렇게 『원탁』은 유머러스하면서도 따스한 소설이기도 하지만, 주인공인 고토코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자포니카 자유 공책’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소녀가 성장하는 아름다운 순간을 절묘하게 그려낸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정신적인 성장이란 일종의 깨달음 같은 것이기도 하다. 고토코(꼬꼬)가 자포니카 자유 공책을 통해 ‘알았다’고 느낀 것, 그 깨달음의 정체가 독자들의 가슴속에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모두가 경험했지만 어른이 되면 잊어버리는 어린 시절의 그 경이로운 순간으로 『원탁』은 독자들을 안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