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헤어져 각자의 길을 가게 될 두 남녀가 마지막 날 밤 빈 방에 마주 앉아 두 사람 사이에 숨겨진 비밀을 밝히는 이야기를 그린다. 등장인물은 두 사람, 무대는 빈 방, 주어진 시간은 하룻밤이라는 지극히 제한적인 조건에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반전을 거듭하는 작품이다.
그와 그녀의 운명을 가를 마지막 밤이 시작된다!
운명과 기억, 사랑과 갈등이 얽히는 온다 리쿠의 최신 장편소설
그와 그녀가 함께 보내는 마지막 밤, 두 사람을 둘러싼 운명의 물결이 일으킨 잔잔한 파문
일 년 전 숲 속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두 사람의 기억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하룻밤의 여정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한 남자의 죽음을 둘러싼, 그와 그녀의 길고 긴 사랑과 이별 이야기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는 '노스탤지어의 마술사'로 불리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온다 리쿠가 2007년 발표한 최신 장편소설이다. 감각적인 제목으로 독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이 작품은 내일이면 헤어져 각자의 길을 가게 될 두 남녀가 마지막 날 밤 빈 방에 마주 앉아 두 사람 사이에 숨겨진 비밀을 밝히는 이야기다. 등장인물은 두 사람, 무대는 빈 방, 주어진 시간은 하룻밤이라는 지극히 제한적인 조건에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온다 리쿠는 연극적인 연출의 대가답게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반전을 거듭하는 심리 미스터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기억’이라는 서로 다른 현실로 갈등하던 두 사람이 ‘사랑’과 ‘죽음’에 얽힌 퍼즐을 함께 맞춰가는 과정을 가장 온다 리쿠적으로 그려낸 보석 같은 작품이다.
내일 아침이면 헤어져 서로 각자의 길을 가게 될 남자와 여자가 있다. 그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두 사람은 이삿짐을 치운 빈 방에 술과 안주를 준비하고 마주 앉는다. 두 사람 다 오늘 밤이 일 년 전에 있었던 그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묻어두었던 기억을 되살리며 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과 일 년 전 사건을 둘러싼 비밀과 진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한 장의 사진, 엇갈린 두 사람의 기억
“아마 이 이야기는 한 장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 5p.
꿈과 현실, 미스터리와 판타지의 경계를 허무는 매혹적인 작품들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작가 온다 리쿠의 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신작 장편소설이 지금 막 도착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라는 감각적인 제목의 이 작품은 제목에서 떠오르는 느낌 그대로 햇살처럼 어른거리는 기억의 파편 속을 노니는 두 마리 물고기와도 같은 두 사람의 하룻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내일이면 헤어져야 할 그와 그녀는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며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서로에게 감춰진 비밀과 일 년 전에 벌어진 어떤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자 한다. 과거의 어느 한 순간을 포착한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하룻밤 동안 수많은 변화와 성숙의 시간을 보내고 난 뒤 낡은 사진틀에 과거의 시간을 간직하며 마무리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새롭게 찾아낸 기억을 마음에 새기며 아침을 맞이한다.
진실을 찾아가는 하룻밤 동안의 여정
“어디선가 반을 잃어버리고 나면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는 게 있지”
- 마쓰토야 유미의 <진주 귀고리> 중에서
귀고리의 반쪽처럼 소중한 사이였다가 언제부터인가 서먹한 관계로 지내던 히로와 아키는 후회 없이 헤어지기 위해 마지막 날 밤, 빈 방에 마주앉아 각자 서로에게 품고 있던 의심을 푸는 자리를 마련한다. 서로 눈치를 보며 말하기를 꺼려하던 두 사람은 마쓰토야 유미의 <진주 귀고리>라는 노래 속 가사를 계기로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가기 시작한다. 일 년 전 두 사람은 일본 북동부의 S산지로 트레킹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S산지에서 산악 가이드를 하던 사람으로 두 사람과 동행하며 며칠을 보내다 마지막 날 하산할 무렵 벼랑에서 떨어져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두 사람은 그 남자의 죽음이 자신들 탓이며, 서로 저지른 일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그 남자의 죽음의 비밀을 풀기 위해 서로의 기억을 더듬으며 하룻밤 동안 과거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밤을 새워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죽은 남자의 비밀이 밝혀지고, 반전을 거듭하던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관계도 제자리를 찾아간다.
온다 리쿠적인 심리 미스터리의 진수
“죄란 무엇일까? 남을 사랑하는 것일까?” - 87p.
두 사람의 등장인물, 빈 방이라는 무대, 하룻밤이라는 시간, 지극히 제한적인 조건 아래서 출발한 온다 리쿠의 새로운 작품은 여전히 온다 리쿠적인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기억'이라는 상대적 진실 속에 갇혀 있던 두 사람이 심리적 장벽을 조금씩 허물어뜨리며 서로가 모르고 있던 비밀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다룬 이 작품은 작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장 익숙한 미스터리 플롯과 최소한의 세팅만을 동원해 완성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현란한 설정이나 기교의 도움 없이도 완벽한 이야기로 세공하여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온다 리쿠의 솜씨는 이미 장인의 경지를 넘어선 듯하다.
특히 한정된 공간에서 두 사람이 벌이는 실내극처럼 남자와 여자가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며 펼치는 심리전은 어느 추리소설 못지않을 정도다. 하룻밤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드러나고, 역전되고, 다시 반전되는 순간을 여러 번 맞이하면서 변화해 간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읽으며 ‘기억’이라는 또 다른 현실을 소재로 두 남녀의 엇갈린 심리 변화를 흥미 있게 변주하고 있는 가장 온다 리쿠적인 심리 미스터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