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워크

신수형 · Poem
1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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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번째 아침달 시집으로 신수형의 『무빙워크』가 출간됐다. 신수형은 이번 첫 시집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 신인이다. 시인 안희연은 신수형의 첫 시집을 “완벽한 겨울 시집”이라고 평한다. 최소한의 언어만으로 백지를 채워나가는 신수형의 시가 겨울나무와 닮았기 때문이다. “선명한 사실”이 되기 위해 “최소한의 동작만” 하기로 한 사람의 독백이라는 추천의 말대로, 거의 사라지려는 듯한 존재들을 붙잡고 있는 그의 시를 읽는 경험은 마치 따뜻한 물 한잔을 앞에 두고 침묵의 대화를 나누려는 티타임과 같다. 이는 지친 자신의 영혼과 마주 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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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1부: 이상한 일들 시차 티타임 수신 테이블 행진 지도 무중력 기념일 개와 구름의 정류장 복도 가죽 지구행 식사 시간 새로 생긴 카페 잠기다 원근법 아이들 2부: 인생은 어떻게 축구가 되는가 파울 대설주의보 돌멩이 드로잉 인 - 아웃 행성의 끝 요가 스텝 발밑 의자 1월 - 엽서 로그아웃 친구들 첼로 트라이앵글 건너편의 허공 인생은 어떻게 축구가 되는가 무빙워크 3부: 당신의 뒤 봄 상계역 커브 약속 안부 물고기들의 끝말잇기 월요일 꿈 대명사 배우 연인들의 포로 교환 옐로우 오후 세 시 블로그 모든 것 타임캡슐 부록 암호

Description

하얗게 끓어오르는 물을 마시며 침묵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 36번째 아침달 시집으로 신수형의 『무빙워크』가 출간됐다. 신수형은 이번 첫 시집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 신인이다. 시인 안희연은 신수형의 첫 시집을 “완벽한 겨울 시집”이라고 평한다. 최소한의 언어만으로 백지를 채워나가는 신수형의 시가 겨울나무와 닮았기 때문이다. “선명한 사실”이 되기 위해 “최소한의 동작만” 하기로 한 사람의 독백이라는 추천의 말대로, 거의 사라지려는 듯한 존재들을 붙잡고 있는 그의 시를 읽는 경험은 마치 따뜻한 물 한잔을 앞에 두고 침묵의 대화를 나누려는 티타임과 같다. 이는 지친 자신의 영혼과 마주 보는 시간이다. 뼈처럼 조용한 백지 위를 거니는 문장들 어떤 날은 백지만 남아서 뼈처럼 조용했다 ―「지구행」 부분 신수형의 시는 고요하다. 최소한으로 존재하려는 듯한 시들은 정지해 있는 우리 일상 속 사물들을 드러낸다. 그 시의 언어는 첨가물이 거의 없어 순수한 물과 같은 맛이 느껴지는 듯하다. 신수형은 끓인 맹물을 한 잔씩 테이블 앞에 두고서 침묵으로 시작해 침묵으로 끝나는 대화의 시간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그런데 이토록 침묵에 가까운 대화 속에서 그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려는 것일까. 그의 시 세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들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신호 앞에 선 존재들처럼 멈추고 이동하기를 반복한다.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계속되는 그 정지와 이동은 목적지를 향해가려는 움직임이기보다는 "동작을 되풀이하면서" 축축해지는 운동에 더 가깝다. 시 속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적당해지려고 움직인다"라고. "움직이려고 움직"이는 그 시의 화자들은 "무언극의 거리를 지나//눈이 내리는/절반의 밤을 지나" 암호 같은 세계 속을 떠돌아다닌다. 이곳은 암호들로 이루어져 있다. 암호와 암호는 부딪히는 일이 없고 완벽하게 자기 자신 속에 존재하며 좀처럼 그 모습을 바꾸지 않는다. ―부록에서 우리의 일상은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알려고 하지만 알지 못한다. 다양한 풍경과 사물 속에 스며든 의미들을 찾으려 할수록 의미들은 저마다의 내면으로 깊게 몸을 파묻으며 침묵한다. 무의미해 보이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작은 의미라도 찾아내기 위해 골똘한 자세를 취해야 할까, 아니면 세상의 무의미함을 깨닫고 멈춘 자리에서 주저앉아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가만히 멈춰 서 있을 수는 없다. 다만 “최대한 전진”할 뿐. 그것은 선언이나 의지의 차원이기보다는 보다 운명적인 것으로 들리기도 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우리의 뜻과는 상관없이 떠밀려가는 무빙워크 위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수형의 주체는 그러한 떠밀림에 순응하며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대신에 무빙워크를 타고 주체적으로 움직이려는 자세를 취한다. 여러 존재들이 구멍 같은 소실점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을 목격하는 일. “네가 사라지는 걸” “끝까지” 지켜보는 일이며 한 사람의 퇴장 이후에 다가오는 자신의 차례를 향해 걸어가는 일이다. 그것이 제자리걸음에 불과해 보이더라 할지라도. 내가 원하는 건 계속 닳는 거야 선명한 사실이 되는 거야 어제보다 얕아지면서 ―「타임캡슐」 부분 신수형의 화자는 “테니스공처럼 자꾸만 사라지는” 시간들을 견디며 계속해서 닳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존재가 닳는다는 것이 존재의 스러짐뿐으로 여겨지는 데 비해 신수형의 ‘닳음’은 이를 통해 더 첨예해지는 과정이다. 소실을 통해서 더 선명해지는 이 역설의 순간을 견디며 그의 시는 특별한 다정함을 얻는다. 그 다정함이란 사라지고 스미는 것들에 눈 돌리지 않고 잘 바라봐주는 것, 그리고 우리가 사물이 되는 그 순간을 앞서서 바라보는 일로써 우리가 잘 있었다고 말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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