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 에센셜 한강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단편소설, 시, 산문을 한 권으로 만난다!
작가의 핵심 작품들을 큐레이팅하여 한 권으로 엮은 스페셜 에디션 ‘디 에센셜The essential’. 문학동네에서 출시하는 디 에센셜 한국작가 편은 ‘센세이션’이라는 키워드 아래, 독자들에게 강렬한 독서 경험을 선사하며 한국문학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가를 선정한다. 작가의 작품세계를 고루 조망해 수록작을 선정하고 표지와 편집을 새로이 한 ‘디 에센셜 한국작가 편’을 한국문학에 입문하는 첫 책으로, 혹은 한국작가를 재발견하는 기회로 두루 누려주시길 바란다.
첫번째 작가는 한강이다. 한강 작가는 1993년 등단 후 30년간 문학이 삶에 제기하는 근본적인 물음─인간은 어떻게 서로를 믿고 사랑하는가, 세상은 왜 이토록 아름다우며 동시에 잔인한가, 상실과 고통 앞에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나─을 정면으로 마주한 작품을 다양한 장르로 써왔다.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한 동화나 자신이 직접 만들고 부른 노래와 글을 함께 담은 산문집, 시와 소설이 어우러진 작품집 등을 꾸준히 펴냈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 아트를 통한 비주얼 퍼포먼스 작업도 이어가며 텍스트 밖으로 자신의 공간을 확장했다. 한국인 최초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으며, 아시아 최초로 노르웨이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 참여 작가로 선정되는 등의 쾌거를 이루며 국경을 넘어 한국문학의 센세이션이자 상징인 이름이 된 그를 ‘디 에센셜 한국작가 편’의 첫번째 작가로 선보인다.
『디 에센셜 한강』에는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과 단편소설 「회복하는 인간」 「파란 돌」 두 편, 시 다섯 편, 산문 여덟 편이 담겨 있다. ‘상실의 고통을 안고 사는 이들이 마주한 한줄기 빛’이라는 한강 소설의 미학이 응축된 작품들이다. 한 권으로 만나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작가가 그려나가는 문학 지도를 더 잘 들여다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예전의 나는 나와 같은 사람이기보다 닮은 사람(들)이다. 교정지를 읽는 동안 그 사람(들)과 묵묵히 함께 있는 것 같았다. 사주에 역마가 들어서인지 무던히도 여러 곳을 옮겨다니며 살아왔는데, 오직 쓰기만을 떠나지 않았고 어쩌면 그게 내 유일한 집이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_『디 에센셜 한강』 ‘작가의 말’에서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
희랍어 강의 수강생과 강사로 만난 여자와 남자 사이에는 침묵과 어스름이 놓여 있다. 말言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眼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찰나의 이야기. 소멸하는 삶 속에서 서로를 단 한 순간 마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되고 단단한 언어인 희랍어처럼, 고르고 또 고른 절제된 단어들로 세계를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존재하던 것들, 영원과도 같은 어떤 찰나들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장면을 목격한다.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희망의 본령이 무엇인지를, 더불어 언어와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끈질기게 사유하는 한강 작가 작품세계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어리석음이 그 시절을 파괴하며 자신 역시 파괴되었으므로, 이제 나는 알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정말 함께 살게 되었다면, 내 눈이 멀게 된 뒤 당신의 목소리는 필요하지 않았을 겁니다. 보이는 세계가 서서히 썰물처럼 밀려가 사라지는 동안, 우리의 침묵 역시 서서히 온전해졌을 겁니다.
_『희랍어 시간』, 53쪽
•단편소설 「회복하는 인간」 「파란 돌」
‘인간은 어떻게 회복되는 존재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작가의 숙고가 스민 두 편의 단편소설. 육체와 정신의 상처와 그 회복의 과정을 통해 죽음에서 삶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상처에 새살이 차오르듯 “시간만 지나면 낫는대. 누구나 다 낫는대”라고 서로를 위로하면서, 시간 밖의 또다른 시간을 그리면서 그들은 천천히, 온몸으로 삶을 향해 간다.
당신은 모른다.
목이 말라서 눈을 뜬 차가운 새벽, 기억할 수 없는 꿈 때문에 흠뻑 젖은 눈두덩을 세면대 위의 거울 속으로 들여다보리라는 것을 모른다. 얼굴에 찬물을 끼얹는 당신의 손이 거푸 떨리리라는 것을 모른다. 한 번도 입 밖으로 뱉어보지 않은 말들이 뜨거운 꼬챙이처럼 목구멍을 찌르리라는 것을 모른다. 나도 앞이 보이지 않아. 항상 앞이 보이지 않았어. 버텼을 뿐이야. 잠시라도 애쓰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그저 애써서 버텼을 뿐이야.
_「회복하는 인간」, 241쪽
어쩌면 시간이란 흐르는 게 아닌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그때 함께 찾아옵니다. 그러니까, 그 시간으로 돌아가면 그 시간의 당신과 내가 빗소리를 듣고 있다구요. 당신은 어디로도 간 게 아니라구요. 사라지지도, 떠나지도 않았다구요. 언젠가부터, 당신과 동갑인 남자를 만날 때마다 세월이 변화시켰을 당신의 얼굴을 막막하게 그려보던 버릇을 버린 것은 그 때문입니다.
_「파란 돌」, 271쪽
•시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외 4편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가 실리고 이듬해 서울신문에 단편이 당선되어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한 한강 작가는, 소설을 쓰는 틈틈이 시 또한 쓰고 발표했다. 2013년 첫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출간하였고, 이 가운데 다섯 편을 골라 이번 『디 에센셜 한강』에 실었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새벽에 들은 노래」 「심장이라는 사물」 「마크 로스코와 나─2월의 죽음」 「해부극장 2」가 그것으로, 제목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시의 정조가 느껴진다. 고독과 슬픔, 삶과 죽음, 어스름이 짙어지는 시간, 그리고 그사이 드러나는 환희의 순간까지, 작가 내면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던 영혼의 싸움이 정제된 언어로 잔잔히 빛난다.
•산문 「종이 피아노」 외 7편
유년의 기억부터 그리운 사람과의 추억, 글쓰기의 의미까지, 여덟 편의 산문에는 한강 작가의 나직한 음성이 스며 있다. 1980년 광주에 대한 기억과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던 시기의 일화가 담긴 「여름의 소년들에게」와 노르웨이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쓴 「백 년 동안의 기도」를 비롯해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 출간 후의 소회를 담은 「출간 후에」 등 작가의 내밀한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글을 쓸 때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움직이지 못한다. 걷지도 먹지도 못한다. 가장 수동적인 자세로, 글쓰기 외의 모든 것을 괄호 속에 넣고 한 단어씩 써간다. 그 외의 다른 방법은 없다.
그게 다행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다른 방법이 없어서 다행이다. 움직일 수 없어서 다행이다. 나의 것이라고 이름 붙은 삶의 모든 것을 괄호 속에 넣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_「기억의 바깥」, 315쪽
★ 표지 이야기
표지 사진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사진작가 정멜멜의 작품이다. 피사체를 따뜻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사진작가와의 협업으로 나온 수많은 사진 가운데 작가가 눈을 감은 컷을 선택하였다. 지그시 감은 눈에서는 신비로움과 새로움이, 엷은 미소에서는 다정함과 따뜻함이 느껴져 한강 작가를 잘 보여주는 사진이라 판단했다. 뒤표지에는 글을 쓰는 작가의 손 사진을 넣었다. ‘작가의 손’은 그 자체로 문학의 은유로 느껴진다. 더불어 수록작의 목록만을 뒤표지에 간결하게 넣어 마무리하였다. ‘에센셜’이라는 시리즈 타이틀처럼 작가와 작품을 수식하는 홍보 문구들 없이 그 자체만을 오롯이 담고자 하였다.
*위 도서는 교보문고 단독 한정 상품 『디 에센셜 한강』의 보급판으로 본문 내용은 동일하나 양장본에서 무선본으로 사양이 변경되었습니다.
gurum
4.5
갖가지의 불행속에서 피어난 행복은 얼마나 소중한가. 삶은 왜 계속되어야 하는가.
송은경
4.5
• 문학동네 시리즈-한강의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과 단편 두 편, 그리고 시, 산문이 수록 •희랍어 시간과 단편 파란돌이 좋았다. 내가 꿈꾸는 사랑은 오직 작가의 글 안에서만 존재한다. 그녀의 편지 글은 너무 아름답다. 그 편지를 받아 읽게 된다면 가슴이 시려서 그 자리에서 녹아 흘러내리고 말 것 같다. 여기까지 작성하다 관둬버림 2024. 10.10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누군가의 팬이라는게 이렇게 행복한거군요
김지은
4.5
희랍어 시간은 따로 코멘트를 적었다. 개인적으로 한강 작가님의 소설들 중 단편들이 되게 마음 몽글하게 하면서 오묘한 감정을 갖게 하는게 장편들보다 나한테 맞는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 ‘푸른돌’은 장편으로 나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문을 읽고 난 뒤의 코멘트> 희랍어 시간은 예전에 읽고 단편소설들도 빠르게 읽고 산문 부분을 읽기까지 참으로 오래 걸렸다. 소설이 아닌 작가의 현실이고 경험담이라 그런지 문장 하나하나가 참으로 더 와닿았다. 한 문장 하나하나 몇번을 곱씹어 가면서 읽어갔는지 모르겠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찡한 뜨거움들이 몇 번이고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오직 맛있는 케이크 먹으려고, 시간이 남아서 가볍게 읽을라고 가져온 책인데 정말 정신 없고 사람 많은 카페에서 오직 책에만 집중이 되고 그 뜨거운 것이 주체가 안되더라.. 진짜 이상해 보였겠지만 카페에서 책 읽으면서 완전 오열했다.. 2025년 사람이 북적북적한 카페에 있는게 아니라 작가의 어린 시절들에 직접 들어가서 작가가 느낀 감정들을 그대로 느꼈다.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를 어릴적에 되게 별로로 읽었었는데 다시 읽어봐야겠다. 이 작가님만이 주는 묘한 우울감과 담담함이 나에게는 버거운 감정이면서도 나의 어느 한곳을 자극하는 것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다.
니모
4.0
소설도 좋지만 산문이 참 좋다
랼리
4.5
“그 목소리에 처음 가슴이 두근거린 게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처음 당신을 사랑하게 된 것이 언제인지도 구별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부터 당신의 얼굴이 내 눈앞 어딘가에 어렴풋한 그림자처럼 자리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이미 모든 사물 위로 아련히 어려 있고, 놀라 눈을 감으면 어두운 눈꺼풀 위로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그 느낌이 강한 슬픔과 닮아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파란 돌) “그리고 그 녹찻잔을 생각한다. 깨어졌어도 아름다운 조각들을 들여다보며 한참 쪼그려앉아 있었던, 어두운 줄도 모르고 어두웠던 그 시절에, 내 책상으로 최인호 선생님이 가볍게 걸어왔던 것을. 담담한 진실을 담은 눈으로 내 눈을 건너다봤던 것을. 나는 인생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니? 네가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 잊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것에 대하여-최인호 선생님 영전에) “그 대목을 읽으며 내가 느꼈던 불길한 예감을 기억한다. 그 어두운 예감과 폭력의 기억으로 그늘진 - 그러나 동시에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세계, 낭기열라에서 소년들이 다시 죽음의 형식으로 함께 떠나가는 마지막 장면을 읽다가, 어느새 해가 져서 캄캄해진 내 방의 서늘한 벽에 기대앉아 오래 울었던 것을 기억한다. 알 수 없었다. 어떻게 그들은 그토록 서로를 믿고 사랑하는가? 그들의 사랑을 둘러 싼 세상은 왜 그토록 아름다우며 동시에 잔인한가?“ (여름의 소년들에게) “그 열두 살의 나에게, 이제야 더듬더듬 나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가 절망하는 거라고. 존엄을 믿고 있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우리의 고통이야말로 열쇠이며 단단한 씨앗이라고.” (여름의 소년들에게)
내게는 천국같았던
산문 너무 좋다
라임
5.0
숨을 쉬듯 고통이 스며든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서. 눈 내리는 제주도 앞바다에서, 또는 꽃이 피는 광주의 길가에서. 동시에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쉰다. 아름답다. 깨진 녹차 찻잔 파편들의 아름다움. 과거가 현재를 살리는 아름다움.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침묵의 아름다움. 죽은 영혼에게 비로소 생명이 부여되는 아름다움. 삶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기억하라고. - 열두 살의 나에게, 이제야 더듬더듬 나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가 절망하는 거라고. 존엄을 믿고 있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우리의 고통이야 말로 열쇠이며 단단한 씨앗이라고. <여름의 소년들에게>
윤지용
5.0
인간답게 산다는 게 참 버겁고 고통스럽고 아름답고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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