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희망, 희망, 이 희망의 방패로, 저 공허 속 어두운 밤의 내습에 항거했소,
방패 뒤도 똑같이 공허 속의 어두운 밤이었지만.”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 루쉰의 핵심을 관통하는 대표 작품선
우리에게 「아Q정전」로 잘 알려진 소설가이자, 중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일컬어지는 루쉰의 작품집 『부엉이의 불길한 말』(성민엽 옮김)이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루쉰은 소설가일 뿐만 아니라 산문가이자 시인, 번역가와 문학 연구자로서 두루 활동했다. 그가 남긴 작품들은 발표 당시에는 동시대 중국 문학을 대표했으며, 지금은 중국 현대문학의 살아 있는 고전이 되었다. 이 책 『부엉이의 불길한 말』은 루쉰이 남긴 작품 가운데 열 편의 산문을 선별하고, 여기에 산문시집 『야초』의 수록 작품 스물네 편을 함께 묶었다.
루쉰의 산문은 시기별로 나눈다면 네 단계로 파악할 수 있다. 1907~1908년의 낭만주의 시기, 1918~1927년의 비판적 리얼리즘 시기, 1927~1930년의 전환기, 1930년 이후 좌익작가연맹 시기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낭만주의 시기를 ‘영웅에 대한 추구’라고 요약한다면, 비판적 리얼리즘 시기는 앞서 ‘영웅에 대한 추구’를 부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산문은 비관적이고 엄혹한 현실을 바로 보면서 비판과 저항을 수행하고 있다. 이 작품집에 수록된 열 편 가운데 여섯 편이 이 시기에 쓰인 것이다. 한편 산문시집 『야초』 역시 비판적 리얼리즘 시기의 끝 무렵에 놓이는데, 비판적 리얼리즘 시기의 특성을 극대화하면서도 네 단계 전체를 하나로 관통하는 동일성을 다른 무엇보다 잘 드러내고 있다. 즉 루쉰 문학의 핵심이 여기에 담겨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