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자격

희정 · Social Science
3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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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고 ‘시민’이라는 건, 그가 곧 ‘노동자’라는 뜻이다. 그리고 ‘노동자’라는 건 (성실한), (효율적인), (민첩한), (건강한), (규율을 따르는), (젊은) 근로자라는 의미다. 이 책은 누구나 반드시 획득해야만 하는 ‘(정상) 노동자’란 위치가 얼마나 비현실적인 자격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밝힌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노동자성’에서 미끄러졌거나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 즉 열정적이고 자기관리에 능통한 청년이 될 수 없는 사람들, 정숙한 현모가 될 수 없는 여자들,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을 갖출 수 없는 사람들, 더는 젊음을 흉내 낼 수 없는 사람들, 게으름뱅이, 낙오자들…(로 낙인찍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를 비추어 본다. ‘노동자’는 어떻게 ‘사람’의 자격이 되었을까? 노동할 수 있는 (생산적인) 몸·정신·생활이란 무엇일까? ‘(정상) 노동자’ 각본에 어긋나거나 길들여지지 않는 개인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노동자’가 될 자격을 박탈했거나 ‘노동자 되기’를 포기한 이들의 존재를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사회에서 이 책은 이제껏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노동의 자격’을 바라본다. 우리는 지금 어떤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가? 노동자란 누구이며 세상은 왜 그것을 규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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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들어가며 1. 생산적으로 살아라? : 성실하지 않은 청년들의 분투기 #성실한 #나태한 #생산적인 #쓸모없는 #열정적인 #의지박약한 2. 덮어놓고 낳든, 낳지 않든 : 혼자 양육하는 딸들의 노동 #숭고한 #얕보이는 #완성된 #결함 있는 #규범적인 #난잡한 3. 약봉지를 흔들며 걸어간 곳, 직장 : 정신질환을 겪는 여성들의 직장생활 #강인한 #나약한 #안정적인 #불안정한 #무난한 #별난 4. 늙은 사람을 돌보는 늙은 사람의 노동 : 노년 돌봄노동자의 자기관리 #젊은 #나이 든 #건강한 #골골대는 #독립적인 #짐스러운 5. 뚱뚱해서 게으르다고 여길까 봐 : 과체중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적 활동 #민첩한 #둔한 #지적인 #멍청한 #절제력 있는 #무절제한 6. 군대보다 편하니까 :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이들의 첫 직장 # 남자다운 #남자답지 못한 # 건장한 #결격사유가 있는 # 성숙한 #미성숙한 나가며 주 추천의 말

Description

모두 일해야 한다지만 아무나 일할 수 없는 사회, 다가설 수 없는 ‘노동의 자격’에 대하여 “그러게 좀 열심히 살지…” 산업재해나 과로사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 달린 댓글을 심심치 않게 본다. 너무 열심히 일하다 다치고 사망한 이들에게 ‘열심’이란 잣대를 들이댄다. 다치고 죽은 이들이 행한 ‘열심’과 세간의 ‘열심’은 다르다. (사람들은 ‘열심히’ 살았다면 지방의 작은 대학을 졸업할 리 없다고 생각하고, 졸업 후 변변한 곳에 ‘정식’ 취업을 하지 못할 리 없다고 여긴다.) 이렇듯 누군가의 ‘열심’은 ‘진정한 열심’이 아니다. 그리고 ‘진정한 열심’을 행한 것이 아니라면, 그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는 모두 개인의 탓이 된다. 이 책은 누구나 제 밥벌이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세상, 일하지 않은 자는 먹지도 말라는 세상, 즉 ‘노동자’가 ‘사람’의 자격이 된 세상,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노동시장에서 소외될 수 없다고 믿는 세상에서 ‘일할 자격’이 진정 모두에게 보편타당한 것인지를 묻는다. “당신은 젊은가? 몸이 건강한가? 외모가 준수한가? 신체에 손상이 없는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 없는가? 의지는 강한가? 생활 패턴이 안정적인가? 교우 관계가 원만한가? 최종 학력이 평균 이상인가?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이 있는가?” 당신은 이 질문들로부터 얼마만큼 떨어져 있는가? 지금의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더라도, ‘(정상) 노동자’로 살아가는 시간은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노동의 시간 전체에서 아주 잠깐일지도 모른다. 일할 자격이 없어 말할 자격도 없던 낙인찍힌 노동자들이 바라보는 일의 세계 ‘사람’이라면 ‘노동자’여야 한다는 조건은 너무도 강력해서, 우리는 노동자가 되는 데도 자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그리하여 이 자격에서 박탈된 이들의 문제는 ‘노동’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다. 이 책은 ‘성실하지 못한’, ‘생산성 없는’, ‘나태한’, ‘난잡한’, ‘늙은’, ‘불안정한’, ‘골골대는’… 일터에 들어올 자격을 박탈한 ‘낙인찍힌’ 이들의 시선으로 일의 세계를 바라본다. 노동자의 자격을 지배하는 정상 권력의 시선에서는 이러한 낙인이 정상성의 반대항이었다면, 가치의 위계를 뒤집어보는 시선에서 낙인은 정상성의 거울상이다. ‘열정적임’이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하는 ‘(정상) 노동자’의 자격이 될수록, ‘의지박약하다’는 낙인은 꼭 그만큼 누군가에게서 일할 자격을 박탈한다. 이 책은 “낙인의 기능은 비정상을 추려내는 데에만 있지 않다”는 것, “규율과 통제를 수락하고, 이윤의 획득을 긍정적 가치로 이해하고, 자신의 몸이 그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사용됨을 적극적으로 수락하는” 노력을 잠시라도 게을리하는 모든 이들을 채찍질한다는 것, 그리하여 ‘(정상) 노동자’들조차도 사실상 일터의 낙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새롭게 비춘다. 이 책을 쓰며 “나와 연결된” 일터의 낙인들을 우선하여 떠올려보았다는 저자는 ‘성실하지 않은 청년들’(나태한, 의지박약한), ‘혼자 양육하는 비혼모들’(얕보이는, 난잡한), ‘정신질환을 겪는 여성들’(나약한, 불안정한), ‘노년 돌봄노동자들’(골골대는, 짐스러운), ‘과체중인 사람들’(둔한, 무절제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이들’(남자답지 못한, 결격사유가 있는)의 이야기를 듣고 풀어낸다. 1장 ‘생산적으로 살아라?’는 성실하지 않은 청년들의 분투기를 다룬다. ‘자기관리’를 넘어 스스로를 기업처럼 운용하는 ‘자기 경영적 주체’로 살아가기를 요청받는 시기에 “차곡차곡 스펙을 쌓지 않고, 취업 준비를 유예하고, 취업해도 자꾸 퇴사하고, 사람들이 정식 일자리로 보지 않는 곳에서만 일을 구하는” 청년들이 어떻게 ‘일할 자격’과 ‘스스로를 설명할 자격’을 잃게 되는지(이들에게 사회는 ‘게으름뱅이’, ‘낙오자’ 외 다른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를 살핀다. 동시에 시장의 원리를 내면화한 ‘좋은 일자리’의 조건과 이 질서 안에서만 의미를 획득하는 ‘성실’이라는 가치, ‘성실’과 한 몸이 된 ‘불안’이라는 감정이 일의 세계를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살펴본다. 2장 ‘덮어놓고 낳든, 낳지 않든’에서는 한부모 가정의 가장이자 노동자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절박하기에’ 직장을 쉽게 그만둘 수 없는 처지라고 여겨지는 이들은 불안정하고 고된 일자리에 쉽게 고용되고, 그로 인해 일터에서 쉽게 소진되고 쉽게 내쳐진다. 어떤 결정을 하든 ‘그러게 누가 낳으랬냐’라는 타박의 시선과 ‘모자란 어머니’라는 자책의 마음으로부터 멀어지기 어려운 이들은 비혼을 말하는 여성들조차 비혼모의 삶의 종착지는 결혼이라고 여기는 사회에서 ‘미완성’, ‘난잡함’ 등의 낙인을 쓰고 노동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진정한) 어머니’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정상) 노동자’로 살아갈 수 없는 것과 어떻게 포개어지는지를 보게 한다. 3장 ‘약봉지를 흔들며 걸어간 곳, 직장’에서는 정신질환 증상을 겪으면서도 “매일 같은 곳으로 출근하고, 인사권을 지닌 존재와 한 공간에서 일하며, 평판을 공유하는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하는” 직장인에 주목한다. “버티면 베테랑이 된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아무 저항을 받지 않는 “진공 상태”에 머물 자원이 부족한 사람들은 남몰래 ‘광인’이 된다. 일터에서 “인정받지 못할까” 불안해하고,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약을 먹는다. 그러면서도 질환이 일의 효율을 방해할까 전전긍긍한다.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들의 막막한 의문을 저자는 “‘일터에 나가기 위해’ 약을 먹는 일을 우리는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꾸어 묻는다. 4장 ‘늙은 사람을 돌보는 늙은 사람의 노동’에는 80대 노인을 돌보는 60대 재가요양보호사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어르신’을 “애”라고 칭하며 정해진 방문일이 아닌 날에도 돌봄을 자청하는 이들이 왜 자신의 노동을 ‘일’이 아닌 ‘봉사’로 여기는지, 노인에게 가장 많이 마음을 내어주면서도 ‘늙음’을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살펴본다. “만 60세 정년을 정해둔 세상에서 만 61세의 노인이 일하지 않고는 살아갈 방법이 없”는 사회에서 ‘늙는다는 것’에 대한 이 사회의 못 미더움과 배제가 돌보는 사람과 의존하는 대상으로,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소비자로 노인과 노인이 만나는 공간에서 관계와 노동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들여다본다. 5장 ‘뚱뚱해서 게으르다고 여길까 봐’에서는 과체중인 이들의 공적 활동을 이야기한다. ‘뚱뚱한’ 몸이 ‘자기관리’의 실패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날씬함은 그 자체로 능력이 된다. 이 장에서는 ‘체중’이 ‘일할 자격’을 어떻게 가르는지, 일터 내의 입지와 이미지를 어떻게 좌우하며 일하는 이의 능력과 평판에 개입하는지를 알아본다. 동시에 “지금의 몸은 나의 몸이 아니”라고 여기기에 체중을 둘러싼 낙인은 당사자에게도 진지한 문제로 인식되기 어렵다는 점을 함께 짚으며 ‘살아 숨 쉬는 몸’을 바라보는 일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6장 ‘군대보다 편하니까’에서는 “‘군필’이라고 말하는 것은 금기시되고 ‘군대’라는 단어도 통용되지 않지만 병역의 의무가 수행되는 곳”에서 첫 직장(발령받은 근무지)을 갖게 되는 ‘사회복무요원’들의 노동에 다가간다. 어딘가 아프고 손상되었다는 이유로 4급 판정을 받지만, “건강하지 않은 청년을 상상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이들은 “꾀병”을 부리며 “꿀이나 빠는” “나약한” 남성이 된다. ‘취약한’ 이들이 소환되는 ‘더 취약한’ 일터의 현실 또한 함께 짚으며 거대한 노동시장의 하부를 떠받치는 무상노동과 강제노동의 세계를 살펴본다. 자격이 아닌 삶으로서 일터에 서기 일터에서 부당함을 겪은 사람들을 긴 시간 취재해온 저자는 그간 “직장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사람들만을 만나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직장 문턱”을 넘을 수 없거나 그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의 노동에 주목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다른 노동”의 가능성을 믿으면서도 “성실과 효율”이라는 이 사회의 노동 문법을 놓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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