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부클래식 15번째 작품인 《미하엘 콜하스의 민란》입니다. [작품 해설] 《미하엘 콜하스의 민란》는 당대 독일 문학계의 이단아였던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1777-1811)가 쓴 중편소설이다. 작품의 일부는 클라이스트가 만든 문예잡지 <푀부스Phoebus>의 1808년 6월호에 처음 등장했고, 완결된 작품은 1810년에 출판되었다. 소설의 배경은 16세기이며 주인공은 말 장수 미하엘 콜하스다. 부당한 행위를 당하고 분개하여 스스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나선 그는 “이 세상이 멸망한다 하더라도 정의는 이루어져야 한다”는 좌우명에 따라 행동한다. 이 때문에 에른스트 블로흐는 미하엘 콜하스를 “엄격한 시민 윤리로 무장한 돈키호테”로 칭하기도 했다. 이 허구적인 인물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이 있다. 한스 콜하스라는 그 인물은 브란덴부르크의 슈프레 강가에 위치한 도시 쾰른C?lln에 살았던 상인이다. 그는 1532년 10월 1일에 라이프치히 장에 가려고 여행길에 나섰다가, 도중에 차슈니츠Zaschnitz 지주의 지시에 응하여 말 두 마리를 드레스덴까지의 통행허가를 위한 담보로 내주었다. 나중에 그는 이 부당한 일에 법적으로 대응하려 애썼으나 실패했다. 그리하여 그는 1534년에 무력보복을 선언하고 비텐베르크의 건물들에 불을 질렀다. 마르틴 루터가 그에게 보낸 경고성 편지도 그를 막지 못했다. 한스 콜하스의 범죄는 계속되었고, 결국 그는 체포되어 1540년 5월 22일에 베를린에서 거열형에 처해졌다. [작품의 의의] 길이는 짧지만 담긴 이야기의 양은 어느 장편소설에 견줘도 손색이 없는 이 작품이 독자에게 던지는 핵심 질문은 “정의란 무엇인가?”라고 할 수 있다. 작품 속에서 특히 강하게 충돌하는 두 입장은 중세의 정의관과 계몽시대의 정의관이다. 콜하스 자신은 생각이나 행동에서 예컨대 존 로크를 비롯한 계몽철학자들과 유사해 보인다. 그의 자의적인 정의 실현 활동은 말하자면 사회계약 탈퇴, 자연 상태로의 복귀라고 볼 수 있다. 국가가 정의 실현이라는 본연의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자, 콜하스는 곧바로 법의 역할을 자임한다. 이로써 그는 사회의 울타리 바깥으로 나간다. “제가 말씀드리는 쫓겨난 사람이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저에게 법의 보호를 허락하지 않는 것은 저를 외딴 황무지로 쫓아내는 것과 같습니다. 제 손에 몽둥이를 들려주어 저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본문64쪽) 한편 콜하스의 보복활동은 그가 당한 부당행위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의 살인방화 행각은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그의 보복활동에서는 정의감뿐 아니라 상처 받은 자존심과 (죽은 아내를 위한) 복수욕 등이 핵심적인 구실을 한다. 또한 콜하스가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본 다음에 스스로 정의를 실현하기로 결심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콜하스가 결심을 내릴 당시에 작센 선제후는 그의 탄원서를 보지도 못한 상태였다. 이처럼 미하엘 콜하스는 근대 시민의 정의감과 중세적인 결투와 보복의 욕구를 동시에 지닌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부당한 일을 당하고 항의하다가 아내를 잃고 분개하여 감히 정의의 천사로 자처하면서 치졸한 권력에 맞서 전쟁을 벌이는 민란지도자. 끝내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면서까지 야멸치게 복수를 완성하는 고집쟁이. 그를 두둔하든 비난하든, 한쪽으로만 기운 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