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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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당신과 함께 여행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여행하고 싶습니다” 생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문장들, 당신과 함께 읽고 싶은 ‘여행의 문장들’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2007),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2013 개정증보판) 등을 펴낸 여행작가이자 시인 최갑수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라는 제목에서 읽을 수 있듯 작가는 오랜 시간 여행하며 마음 깊이 사유하고 간직해두었던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래서 이 책은, 작가 스스로 삶과 사랑과 여행의 정점을 찍은 순간들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여행작가라는 직업이 무색하게도 한동안 여행을 떠날 수 없었다는 작가는, 일로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여행이 절실함을 느꼈다. 어느 저녁 술잔을 달그락거리며,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까닭 모르게 울컥할 때마다 여행을 떠올렸고, 떠나지 못할 때면 책을 읽고 음악을 들었다. 그렇게 읽고 들어온 글귀에서 유독 반복해 들은 음악과 밑줄이 진한 문장들을 들춰보니 대부분 삶과 사랑과 여행에 관한 문장이었다. 그중에서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문장들을 뽑아내어 시인의 시선과 글을 더해 풍성한 에세이로 녹여냈다. 작가는 삶과 여행이 다르지 않다는 것, 이해하는 일과 사랑하는 일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중이다. 어떤 날 나의 소란과, 깊은 밤 당신의 고요가 일치하지 않듯 우리의 사랑은 일치하지 않았음을 인정해가는 나날들 ‘여행은 위로’라는 이 단순한 명제가 우리의 마음을 이토록 들었다 놓는 까닭은 무엇일까. ‘왜 여행을 떠나는가’를 떠올려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사랑을 시작하거나 혹은 잊기 위해, 생을 끌어안고 때로는 견디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일상은 엉망으로 얽히기 일쑤고, 해결책이라고는 그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며, 쉽게 떠날 수 없다는 사실만을 확인하며 절망하지만 그럼에도 여행을 동경하며 오늘을 버틴다. “생활에 지쳤거나, 일에 지쳤거나, 사람에 지쳤거나, 혹은 자기 자신에게 지쳤을 때, 세상과 불화할 때, 사랑하는 누군가와 헤어졌을 때,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때,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은 여행이라고 확신했다.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이,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눈앞에 펼쳐지는 낯선 풍경이, 낯선 이가 건네는 따뜻한 차 한 잔이 엉망진창인 우리 인생을 위로해준다고 믿기로 했다.”(- 본문 117쪽 중에서) 최갑수 작가의 글은 삶의 한 단면,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사랑, 헤어짐, 슬픔, 고독에 관한 글들은 결국 삶은 사랑과 여행 아니면 아무것도 아님을 관조한다. 그러나 사랑할 수 없고 여행할 수 없을 때 보잘것없는 일상이라며 절망하기보다 ‘인간의 내면을 깨는 도끼 같은 문장’(카프카)들이 삶의 무언가를 회복해준다고 믿어보면 어떨까. 이를테면 이런 문장들이 말이다. “바다 저편에 낙원이 있다는 그의 확신은, 가령 그것이 환상이라고 해도 이 젊은이의 삶에 조그마한 위안이 될 것이다.”(- 후지와라 신야, 『후지와라 신야, 여행의 순간들』 중에서) "자네는 괜찮을 거야. 식사를 하고 나서 이를 닦는 것만 잊지 마. 그러면 자네한테 어떤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폴 오스터, 『우연의 음악』 중에서) 그 계절의 우리를 아스라이 떠오르게 하는 글과 사진 여전히 외로운 우릴 감싸줄, 함께 여행하고 싶은 이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최갑수 작가는 사진으로도 유명하다. 이탈리아 마르케의 어느 식당에서, 필리핀 보홀의 바닷가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리 위에서, 페루의 신비로운 새벽 거리에서, 우리가 만나 함께 걷고 이야기를 나누듯 그의 사진에는 시간과 공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여행의 사진들은 지구상에 ‘낭만적 인생관’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있음을 안내하지만 그의 글은 함부로 삶을 긍정하지 않는다. 그 속 깊은 담담함이 이내 눈가를 젖어들게 한다. 누구에게나 다정한 글이 아니라 어떤 날 나에게만 다정한 글이며, 당신을 밀고 당기는 글이 아니라 깊은 밤 당신에게 찾아가는 글이며, 뇌리에 선명하게 스치는 글이 아니라 그 계절의 우리를 아스라이 떠오르게 하고 가슴에 스며드는 글이기 때문이다. 삶과 사랑과 여행이 다르지 않기에 우리는 그의 여행 이야기와 사진에서 위로를 얻는다. 그와 함께 길을 가고, 가끔 멈춰서 뒤를 돌아보고, 셔터를 누르듯 이 계절을 시작해보자.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에서 작가의 이야기는 이렇게 정리된다. 다음에는 또 어떤 문장으로 우리를 찾아올지 희미한 기대감을 안겨주면서. “인생은 그다지 의미가 없으며, 나의 사랑과 당신의 사랑은 일치하지 않으며, 세상의 모든 구원은 거짓임을 알게 된 어느 날. 문득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희미한 즐거움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