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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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선집을 펴내며 ‘거대한 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고 싸우고 있었다. 그 알은 세계였고, 그 세계는 산산조각이 나야 했다.’ 세상과의 경계에 서 있는 젊음의 불안과 방황을 통한 자아실현과 영적 탐구를 헤르만 헤세만큼 투명하고 생생하게 보여준 작가는 없었다. 질풍노도의 성장기에 겪었던 혼돈과 투쟁, 그리고 그것을 통해 완전한 자유에 이르는 과정을 기록한 헤세의 날카롭고 섬세한 글들은 시대를 초월하는 젊은 영혼들을 위한 잠언집이다. 선과 악,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자연과 정신, 육체와 영혼의 이분법을 지양하는 헤세의 문학세계는 삶의 총체적 긍정에 도달하는 장대한 순례이다. 비상하는 새처럼 삶에 대한 더 높은 지평을 우리에게 제공하는 헤세의 작품들이 나날이 험난해지는 이 세상을 이해하고 이겨내는 데 모든 이들의 더할 나위 없는 동반자가 되기를 바란다. - 현대문학 편집부 세상 모든 청춘들을 위한 영혼의 바이블, 헤르만 헤세 선집 현대문학이 펴내고 있는 헤르만 헤세 선집이 이번에 《유리알 유희》, 《페터 카멘친트》, 에세이 선집 《잠 못 이루는 밤》 출간으로 총 12권으로 완간되었다. 20세기 유럽 작가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고 소개된 작가인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은 나치의 탄압 시기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대중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고 발표 이후 꾸준히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1946년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현대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를 넘어서 그의 작품들이 세계문학의 귀한 유산이 되었다는 공식 인증이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적인 저항 문화의 확산을 계기로 헤세의 작품들은 기성 제도와 관습적인 삶의 대안을 찾으려는 사람들에 의해 재발견되며 미국을 중심으로 해서 전 세계적으로 ‘헤세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사춘기의 청소년이 세상과 맞닥뜨리면서 겪는 보편적인 성장통을 예리하고 섬세한 필체로 포착한 《데미안》과 《수레바퀴 밑에》 같은 성장소설은 성인으로 입문하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 자리 잡았고 《황야의 늑대》와 《싯다르타》 같은 작품들은 기독교적인 이원론의 한계를 벗어나고 인습적 삶의 형태에 대한 대안을 강구하려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소설뿐 아니라 시와 산문, 그림, 정치적 논설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빛을 발했던 헤세의 작품세계는 그 규모가 한눈에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현대문학의 《헤르만 헤세 선집》은 그러한 헤세의 거대한 문학세계를 조감할 수 있는 대표작들을 간추렸다. 서정성과 낭만성이 풍부한 초기작들부터 인생에 대한 치열한 질문과 구도의 과정이 담긴 말년의 대작들에 이르기까지 헤세 특유의 원문의 결을 살린 번역과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으로 소개되는 이번 현대문학의 헤르만 헤세 선집은 헤세의 장대한 문학적 순례길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책에 관하여 《잠 못 이루는 밤》은 대문호 헤세의 에세이들을 한 데 묶은 에세이 선집이다.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펴낸 헤세 전집 중 자전적 글, 일기, 여행기, 단상, 짧은 산문들을 추렸다. 평생 동안 수십 권 분량의 다양한 작품들을 쓴 헤세의 문학적 단초, 그가 평생 동안 경도되었던 동양사상에 대한 글들, 고향의 풍정과 사람들에 대한 예찬, 그 밖에 다양한 주제에 관해 썼던 단상들이다. 이 에세이들을 통해 독자들은 헤세의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와 함께 한 거장의 내면 풍경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방랑과 여행을 좋아한 헤세는 수많은 여행기를 남겼다. 그의 여행기는 주관적이고 독자적인 시선으로 풍경을 통해 이끌어낸 삶에 대한 여러 가지 단상들을 보여 준다. 헤세에게 여행은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탈피하고 일로부터 휴식을 취하거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여행은 나와 다른 사람과 우연히 함께하고, 다른 풍경을 관찰하는 데 있다. 여행을 통해 풍요로워진 체험에 의해 다양성 속의 통일성과 지구와 인류라는 큰 조직에 대한 우리의 이해 증진, 옛 진리와 법칙을 전적으로 새로운 상황에서 재발견하는 데에 있다. 여행 철학이라고 할 만한 여행에 대한 헤세의 견해는 그 당시보다 훨씬 여행이 일상화된 지금의 우리한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크리스마스》라는 에세이에서는 행복하게 살기 위한 지혜를 들려준다. 그것은 적당히 먹고 마시기, 매일 몸을 약간 움직이기, 즐거운 마음으로 청결하게 생활하기이다. 그리고 아무리 작더라도 사심 없는 사랑과 헌신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알려준다. 행복은 거창한 성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것임을 헤세는 아무런 과장 없이 제시하고 있다. '권력이나 소유물, 인식이 아니라 사랑만이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디서나 최종적인 지혜이다. 모든 사욕 없는 마음, 사랑에서 비롯된 모든 포기, 모든 적극적인 동정, 모든 단념은 넘겨주는 것이자 체념인 것 같지만, 그러한 것은 더 풍요롭게 되고 더 위대하게 되는 것이며, 앞으로 그리고 위로 이끌어 가는 유일한 길이다.' 작가로서 헤세는 독서를 무작정 권장하지는 않는다. 좋지 않은 책을 권하지 않고 책을 잡지 보듯이 뒤적거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알프스에 오르는 등산객처럼, 무기고로 들어가는 전사처럼 책에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생각 없는 산만한 독서는 눈에 붕대를 감고 아름다운 풍경 속을 산책하는 것과 같다. 자신과 일상생활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자신의 삶을 보다 의식적이고 성숙하게 다시 단단히 손에 쥐기 위해 독서해야 한다.' 나쁜 책은 없다는 통념(?)과는 달리 헤세는 좋지 않은 책들은 분명히 있다고, 게다가 많다고 말한다. 헤세가 기독교를 배경으로 한 서양 문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동양사상에 평생 몰두한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동양학에 조예가 깊었던 집안의 분위기로 어렸을 때부터 친숙했지만 인도와 중국 등의 동양사상은 헤세의 인생과 문학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헤세는 이성과 기술로 대표되는 서양에는 없는 동양인의 종교성을 바라보며 동양과 서양을 종합하는 인류라는 공동체가 존재한다는 체험을 한다. 동양사상에 대한 관심과 이어지는 문명 비판과 자연 친화적인 삶에 대한 예찬도 헤세 에세이의 주제 중 하나이다. 산업화로 인한 인간의 노예화 현상을 경고하면서 자연과 친구가 되기 위한 게으름을 피울 것을 권유한다. 이 같은 그의 주장은 소위 속도가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느림의 미학과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자연의 향유》라는 에세이에서는 자연의 질서 있는 순환을 자명한 일로 그리고 기본적으로 진정 아름다운 일로 감수할 것과 모든 목적으로부터 해방되어 세계 전체와 친근해질 것을 주문한다. 지구 환경의 변화로 인한 삶의 대안 찾기 운동이 한창인 요즈음에 비추어 보면 헤세는 이 분야의 선구자적 존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쁨과 사랑의 감정 없이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야말로 늘 시간 부족과 불만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위한 치유제라고 말한다. 잠 못 이루는 밤에 고독과 고통을 곱씹어본 사람에게 동질감을 느낀다는 헤세는 그 같은 불면의 밤이야말로 삶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조된 분위기의 향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외경심의 학교라고 말한다. 행복과 사랑, 꿈과 심리분석을 담고 있는 헤세의 에세이들은 독자에게 다시 태어나게 하고, 자기 자신과 자신의 지각 능력을 다시 발견하게 하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헤세는 두 차례의 전쟁을 통해 비인간적인 세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겪었던 세대이지만 인간성의 위대함에 대한 신념을 결코 놓지 않았고 그것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20세기 가장 중요한 휴머니스트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