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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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지식인, 김선주의 첫 책! 김선주가 책을 펴낸다. 1969년 <조선일보>에 입사하여 6년 간, 1988년 <한겨레> 창간에 참여한 이후 20여 년 간 언론인으로서 기사와 칼럼을 써온 지 40여 년 만에 펴내는 첫 책이다. 보편적인 언어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상식을 바탕에 두되, 시대의 핵심적 문제를 꿰뚫어 보며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의 명칼럼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네 편 내 편 잘라 나누어 놓고, 반대편 상대를 향해 내리 꽂는 한방을 휘두르는 시평(時評)의 진부한 형식을 거슬러, 김선주의 글에는 발밑을 굽어보며 시작되는 성찰의 긴장감이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을 향한 시선에 두루 걸쳐 있다. 내 말과 글만 옳다는 승부형 글쓰기가 아닌, ‘성찰과 상식에 기댄 내 생각은 이러하다’고 던지는 김선주식 소통형 글쓰기에 오랜 세월 공감해온 많은 사람들은 김선주를 우리 시대의 대표적 여성 지식인이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20년 글쓰기의 고갱이 이 책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언론인’ 김선주가 지난 20년 간 쓴 글들의 고갱이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멀리는 1993년 9월에 씌어진 글부터 올 5월에 쓴 칼럼까지 거의 20년 세월 동안 널리 읽히고, 세월의 무게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빛나는 성찰을 던져주고 있는 102편의 글이 한데 모였다. 적지 않은 글들이 당대의 현실에 대해 시시비비를 던지는 시평의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오래 전 글과 최근의 글이 서로 성김없이 적절히 어울리고 호응한다. 그의 글과 세계관이 가지는 일관성과 생생한 생명력은 무엇 때문일까? 김선주는 글을 쓰기 전 먼저 여러 개의 칼럼 주제를 준비한다고 한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주제를 정한 후에는 같은 주제로 여러 버전의 글을 쓴다. 그러고는 자신의 양심에 거리낌은 없는지, “세월이 지나도 후회하지 않을 것인지” “10년 전에 쓴 글과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상관관계”를 곱씹고, “10년 뒤에도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을지”를 자신에게 되물으며, 고치고, 또 고쳐 쓴다. 그렇듯 눈앞의 시류에 기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냉철한 원칙과 양심에 바탕을 두고 한 글자 한 글자 생각을 다듬어낸 결과물이기에, 10~15매 안팎의 짧은 글 속에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성과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힘이 담겨 있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항상 괴로웠다. 이 글이 진실과 정의로움에 부합한 것인가, 이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역사에 올바로 동참하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가, 회피하거나 비겁하게 외면한 점은 없는가, 세월이 지나서도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를 매번 곱씹었다. 법정에서 반대신문을 하듯 스스로에게 다짐과 질문을 되풀이했다. 가벼운 이야기든, 무거운 이야기든 한 번도 쉽게 씌어진 글은 없었다.” (후기 중에서) “기자는 항상 자기검열을 하며 글을 써야 한다. 10년 전에 쓴 글과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상관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지금 쓰고 있는 글이 10년 뒤에도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을지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자신에게 던져야 한다.”(233~234쪽)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잘 사는 것인가?” 책에 실린 글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사람답게 사는 삶, 경제, 정치, 남북관계, 여성, 결혼, 교육, 노년, 언론, 그리고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던 사람 이야기 등 다양하다. 하지만 책에 실린 모든 글을 관통하는 화두는 한 마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잘 사는 것인가?”이다. 그는 더 나은 개인의 삶,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개인과 세상의 관계를 소망한다. 물론 단번에 사람이나 세상이 변화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뒤뚱뒤뚱 거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으며, 그 희망의 전제 조건이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잘 사는 것인가?”에 대한 무한한 질문과 실천이라는 것, 그것이 자신이 살아온 삶의 방식이라 말한다. 그 삶의 제1명제 아래서, 그는 자식에게 물려줄 것은 재산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임을 다짐하고, 아파트 경비 아저씨에게 돌린 삼계탕 점심값이 뇌물인지 선물인지를 고민하며, 여성 운동은 여성적 매력이 없는 패거리들이나 하는 것으로 폄하했던 젊은 날을 반성한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소망은 조금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이다. 국, 영, 수만 잘했던 별 볼 일 없는 학벌 좋은 사람보다는 열심히 일하는 고졸 생산직 노동자가 대접 받는 세상을 옹호하고, 나이든 어른의 지속적인 정신의 성장을 주문하며, 학교와 가정, 강대국의 폭력 메커니즘이 너무나 똑같은 것을 성토하고,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언론과 종교계, 재벌의 목소리를 경계한다. 무엇보다 그러한 삶의 방식을 자신에게 가르쳐준 것은 사람들이었다며, 김선주가 자신 인생의 스승들이랄 수 있는 사람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마지막 장 「나를 키운 8할은 사람」 속 글들은 이 책의 가장 빼어난 읽을거리 가운데 하나다. 젊은 시절 직장 동료 신홍범 씨에게서 무심히 들었던 “대한민국 평균 수준”이란 말이 김선주에게 가장 큰 인생의 잣대 가운데 하나가 됐음을 말하는 <그만하면 대한민국 평균 수준>, “엄마의 삶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이모의 삶을 동경하며 산 것이” 자신의 자화상이었다는 고백을 하는 <엄마와 이모 사이에서>, 소설가 이문구 씨에 대한 추모글인 <캐딜락을 타고 떠난 사람>, 직장 선배였던 이규태 씨와의 사연을 담은 <이규태 선배와 낙지볶음>, 아버지의 눈에 보이지 않은 사랑을 추억하는 등은 우리 시대 가장 아름다운 산문의 윗자리에 놓여질 만한 절창들이다. 가장 큰 목소리는 아니어도, 가장 설득력 있게 말하는 사람 이 책의 추천글에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이 정확히 지적했듯이 적잖은 지식인들은 ‘우리 모두의 문제다’ 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그 ‘우리’ 안에 자신은 쏙 빠지는 ‘소풍가는 돼지 가족의 셈법’을 차용하곤 하는데, 김선주의 글은 그 반대로 “자신의 부끄러움에서 출발한다.” 일상 속 자신의 문제에서 시작하는 김선주표 칼럼의 가장 큰 덕목은, ‘바로 그 일상의 문제’를 함께 겪고 있는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 있다. 그가 포착한 시선이 독자들 입장에서 “나의 시선, 나의 마음,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타인의 입장을 고민하고 세계의 이면을 살피려는 김선주의 글에서 내가 보고 겪은 일상, 나의 생각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글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에너지가 작동하는 순간이다. 무엇보다 김선주는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어제의 나’, ‘어제의 내 생각’을 깨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귀를 열어두고, 새로운 사고를 받아들이고, 자신을 반추하며, 몸과 정신의 변화를 수긍한다. 그러한 태도가 녹아 있는 그의 글을 읽으며,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기성찰에 동참하게 되고, 마음을 움직인다. 그렇게 변화를 경험하면서 또 다시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잘 사는 것인가?”라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질문과 조우한다. 그 질문과 고민의 끊임없는 순환 과정을 통해 아주 서서히, 조금 더 좋은 세상, 조금 더 나은 삶을 가능하게 한다는 믿음이 김선주의 글에 담겨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