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취하는가, 어차피 깰 건데
왜 사는가, 어차피 죽을 건데
“술은 왜 마시는가? ‘음주욕’을 주제로 책까지 내는 판에 한 번쯤 정면으로 마주했어야 하는 질문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의 원고를 쓰는 동안에도 그 질문만큼은 애써 피해왔다. 다시, 술은 왜 마시는가? 그랬더니 엉뚱한 질문만 이어졌다. 공복인데 방귀는 왜 뀌는가? 가렵지도 않은 콧구멍은 왜 후비는가? 안 팔리는 글은 왜 쓰는가? 나는 왜 사는가? 결국 답 없는 질문의 끝판왕이나 다름없는 ‘나는 왜 사는가?’까지 나왔다.
내일의 내가 술 마시는 오늘의 나를 멱살 잡고 싶더라도, 지금 당장 즐겁고 싶다. 적어도 나는 술을 마시는 동안에는 알 수 없는 내일보다 ‘지금 이 순간’을 아낄 수 있었다. 왜 마시는지 모르고 마셨지만 술 마시는 매순간 즐거울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쁘지 않다.”
여름 밤, 혼술하며 읽기 딱 좋은 책!
술은 마시면 되지 책까지 읽을 일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이 딱이다. 술에 대한 지식, 역사, 교양… 그런 거 없다. 술에 대한 신념이나 철학, 그런 것도 이 책과는 멀다. 그냥 오늘도 한잔 마신다. 본업은 만화가, 부업은 에세이스트지만 만화는 안 그려지고 글은 안 팔린다. 먹고사는 일은 괴롭고, 그래서 또 술 한잔 생각이 난다.
퀴퀴하고 짠내 나는 일상, 그럴 듯한 포장도 없이 시시콜콜하게 펼쳐진 생활은 그저 시덥잖은 농담으로 가득 차 있다. 일이 많아서, 일이 없어서, 연애가 시작돼서, 연애가 망해서,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술꾼의 술 마실 핑계는 오늘도 무궁무진하다. 어쩌면 이건, 팍팍한 하루를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씻어내는 우리 모두의 얘기일 수도 있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쓰는 글과 술 한잔 마시고 쓰는 글은 같지 않다. 커피 한잔을 두고 나누는 대화와 술 한잔 마시며 나누는 대화도 같을 수 없다. 일도 사랑도, 그러니까 일단 한잔 마시고. 요즘 같은 여름 밤, 혼술하며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