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박명진 서울대 교수의 퇴임 기념 논문집 출간
박명진 교수의 영상문화 연구 30년의 기록,
영상문화의 시대별 쟁점에 관한 진단 · 분석을 집대성하다!
서울대학교 박명진 명예교수가 2013년 정년퇴임을 기념하여, 그간 연구해온 영상문화 이론을 집대성한 논문집 『이미지 문화와 시대 쟁점: 영상문화의 세계는 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출간했다. 박명진은 ‘서울대 최초의 여성 부총장’이라는 타이틀로 잘 알려져 있는 선구자적 인물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장·중앙도서관장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혁혁한 성과를 올려왔다. 이제 약 30년간 봉직해온 언론정보학과 교수직을 내려놓으면서 그간 올린 연구 성과물의 정수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낸 것이 바로 『이미지 문화와 시대 쟁점』이다.
이 책에는 1980년대부터 최근 2010년대까지 이슈가 되었던 영상문화 관련 쟁점들에 대한 저자의 탁월한 이론과 연구 방법론이 담겨 있다. 커뮤니케이션 연구방법론, 영화 이론, 디지털 시대의 문화, 새로운 매체예술 등 주제에 따라 네 개의 부를 구성하여, 모두 16편의 논문과 2편의 인터뷰, 그리고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경향신문』 등 주요 일간지에 기고했던 칼럼에서 30편을 선별해 실었다. 이 책을 통해 영상문화가 그동안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그리고 엄청난 사회변동을 겪은 1980년대 이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영상문화와 그 연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한눈에 개괄할 수 있다.(문학과지성사 刊)
회고와 전망 · 영상문화는 어떻게 발전해왔고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사진, 텔레비전, 영화 등 영상매체가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총아가 되면서 현대 문화를 ‘영상의 문화’라고 규정짓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영상은 다른 매체가 갖지 못한 특유의 위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영상은 사물의 외형을 본떠 표현의 기본 단위로 삼기 때문에 교육 정도나 문화적 차이에 관계없이 시력만 온전하면, 별다른 교육 없이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주적 언어로서, 다른 어떤 매체보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인식된 것이다. 그런데 과연 영상언어는 구두언어나 문자언어가 갖지 못한 특수한 자극적 힘을 지니고 있는가? 다른 매체보다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인가?
저자 박명진은 이에 대한 이론화 작업을 비롯, 단일 창작자의 고정적 내러티브 중심이던 전통적 영상문화 또는 재현의 문화에서 벗어나, ‘집단지성’과 ‘집단감성’의 참여와 협업 형태의 가변적인 영상문화가 부상하고 있는 시대적 변화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즉 디지털 기술 발달을 통해 하이퍼드라마에서 VR까지 영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수용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마음대로 조작해가며 감상하는 능동적인 사용자의 위상을 획득하게 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전문가의 시각에서 분석한다. 저자는 영상의 언어체로서의 특수한 성격을 밝히고, 영상 메시지의 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규명함으로써 영상매체에 부여된 ‘마력’의 정체를 밝혀내고, 다른 언어체와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를 진단해내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기호학과 정신분석학 등의 이론을 통해 몰입, 즐거움, 저항 등의 주요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나아가 현실에서 이슈가 된 문제들, 이를테면 ‘전자 게임은 청소년에게 해로운가’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세대 간 정보 격차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등에 대해 상세히 논한다. 또한 시장경제의 테두리 안에서 문화의 비판적, 저항적 위상을 재정립하고자 한 시대적 과제에 대해서도 통찰력을 발휘하고 있다. 영화기호학뿐 아니라, 한국 영화산업의 현실적 문제들도 저자의 주된 관심 대상이다.
20세기 후반부터 영상문화는 혁명적인 변화를 거듭했다. 이는 단순히 영상문화의 질적, 양적 변화만이 아니라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정신문화 전반에 걸쳐서 중대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매체의 메시지 분석에서는 인쇄매체의 분석법이 그대로 답습되어, 영상이 동반하는 구두언어나 문자언어의 메시지에만 의존하거나, 부분적 영상에 대한 해독 작업에 국한됨으로써 영상 메시지의 다양한 의미와 기능의 포착이 어려웠다는 것이 저자의 문제의식이었다. 저자는 그러한 연구 태도가 영상매체들의 사회학적 중요성에 비해 그 연구 폭을 좁고 빈약한 것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이론적 정초 작업을 다지는 데 애써왔다. 『이미지 문화와 시대 쟁점』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영상문화를 조망하는 큰 그림을 제시하다
이 책에 실린 논문들은 어느 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쓰인 것이 아니다. 가장 멀게는 1981년부터 가장 가까이는 2007년에 쓰였다. 1980년대는 대중문화를 비롯한 매체 환경의 격동기였다. 이 책은 당시에 어떤 논쟁들이 있었고 학계에서는 대중문화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가늠하게 해주며, 그동안 사회를 풍미했던 관심사와 논쟁이 되었던 이슈들이 무엇인지 되짚어보게 해준다.
1부에서는 영상의 언어적 문제와 연구 방법론의 문제를 다룬다. 기호학 방법론을 전반적으로 개괄하고, 영상의 일반이론과 매체별 영상언어의 구조적 특징을 간략히 설명한다. 나아가 디지털 영상언어의 특징과 연구 방법 문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양식인 VR의 이론화 가능성을 검토해본다.
2부에서는 영화매체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다. 언어체로서의 연구 방법, 대중영화의 산업적?정치적 함의, 영화정책, 영화문화의 핵심 이슈라고 생각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3부는 영상문화의 변화 과정을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의 시각과 디지털 매체의 등장과 관련해서 설명한다. 영화 같은 전통적인 영상문화의 변화상을 비롯해 뮤직비디오, 컴퓨터게임 같은 새로운 영상의 의미도 그러한 시각에서 조명한다. 하이퍼텍스트와 영상언어의 확산으로 야기될 사고처리 방식의 변화 등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도 상세히 서술한다.
4부에는 영상학자들과의 인터뷰가 두 편 실려 있다. 레지스 드브레, 앤드루 달리와 나눈 두 인터뷰는 사상적으로는 전통적인 진보의 개념이 붕괴된 시대, 매체적으로는 디지털 영상문화가 만개하기 시작한 시대에 영상문화가 지향해갈 방향을 타진해보는 데 도움을 준다. 시대적 변화의 요구에 부응해 대중적 영상문화의 중심을 지켜왔던 내러티브형 영상이 취할 수 있는 대안적 형태를 제시했다.
특히 1~3부의 말미에는 저자가 엄선한 칼럼 30편이 실렸다. 이 칼럼들은 이론과 현실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각 논문들의 주제와 밀접히 관련된, 혹은 더 읽으면 좋을 저자의 칼럼들을 통해 저자의 연구 과제들이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각 시대별로 어떤 문제들과 이슈들이 있었는지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의 흥미를 더해준다.
이 책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의 시대로, 올드미디어를 넘어 뉴미디어로, 재현의 세계에서 시뮬레이션의 세계로 발전해온 영상문화의 세계를 조망하는 큰 그림을 제시해준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학술서와 대중서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누구나 쉽게 이미지의 존재 방식과 기능, 그 사회적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영상문화의 세계를 심도 있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영상문화 및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관한 제1의 교과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