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노트 가장 순수한 음악
“쇼팽은 제안하고, 가정하고, 넌지시 말을 건네고, 유혹하고, 설득한다.” _ 앙드레 지드
20세기 초반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 앙드레 지드. 어린 시절, 엄격한 어머니로부터 강요된 기독교적 윤리 아래서 자랐던 지드에게 쇼팽의 음악은 보들레르의 '악의 꽃'과 마찬가지로 가까이해서는 안 될, 불순한 음악이었다. 지드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로서 평생 사랑했던 쇼팽 정신의 정수를 40여년의 망설임 끝에 글로 풀어낸다. 그는 쇼팽의 작품에서 보들레르와 발레리가 작품에 담아냈던 ‘프랑스 정신’의 정수를 발견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지드의 일기 중 음악과 관련된 부분, 자서전 《한 알의 밀이 죽지 아니하면》 중 쇼팽을 들을 수 없었던 어린 시절, 그의 쇼팽 해석을 지지하고 반대하는 글 그리고 그에 대한 지드의 답, 프랑스 현대음악가 미카엘 레비나스의 해설이 덧붙여져 지드의 글을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쇼팽, 가장 순수한 음악
“음악 중에 가장 순수한 음악”
지드는 몬테 카시노 수도원장 신부의 입을 빌려 쇼팽의 음악을 이렇게 정의한다. 바그너의 ‘종합예술론’의 위광에 짓눌린 20세기 초의 예술인들 앞에서 섬세한 아름다움을 지닌, 자칫 가녀리고 감상적인 음악으로 오해받기 쉬운 쇼팽의 음악이 얼마나 높은 가치를 담고 있으며, 그 안에서 ‘게르만적 정신’과 구별되는 ‘프랑스적 정신’이 얼마나 찬란하게 드러나고 있는지를 차근차근 일러준다. 그는 보들레르의 ‘악의 꽃’에서 구현되었던 프랑스 정신을 마찬가지로 쇼팽의 작품들에게 발견하며, 발레리의 단어를 들어 쇼팽의 음표를 설명한다. 그는 ‘완벽한 확신’을 가지고 엄청난 속도로 곡을 연주할 수 있는 명연주자들 앞에서 쇼팽의 곡에 담긴 섬세한 정서들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질식된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지적한다. 일기에는 과도한 기교에 대한 이런 지적이 자칫 자신의 부족한 피아노 연주 실력 때문으로 오해받을까 고민하는 인간적인 모습도 드러낸다.
‘거장이 만난 거장’ 시리즈
《쇼팽 노트 _ 가장 순수한 음악》은 음악전문출판사 포노가 선보이는 ‘거장이 만난 거장’ 시리즈의 첫 번째 권입니다. 이따금 얄궂은 예외도 없지 않지만, 대개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제목과 마찬가지로 역사에 ‘등대’와 같이 등장했던 한 거장이 다른 거장을 만나 그를 통해 어떻게 세계와 예술을 이해했는지 직접 그 거장의 글로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