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

이철수
1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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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가 이철수는 23년 전부터 제천 외곽의 농촌 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짓고, 판화를 새기며 지낸다. 그가 '이철수의 집(www.mokpan.com)'을 통해 그날그날 사는 이야기를 엽서에 그리고 써서 부친 지도 8년째다.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에 이어 <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에서도 판화가 이철수는 나뭇잎 편지를 통해 여러 풍경들을 전한다. 바람 부는 데에 따라 이리저리 휘청거리되 결코 뽑혀나가진 않는 풀과 돌보는 이 없어도 혼자 당당히 꽃잎을 여는 여린 생명, 열매를 많이 맺지 못해 죄송스러워하는 머루와 설익은 채 떨어져버린 대추, 은밀하게 내통하는 봄과 산수유 이야기 등 이철수가 나지막이 들려주는 일상의 소식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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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다시 시작하는 새날 11 사는 동안 꽃처럼 51 비에 씻긴 초록의 노래 95 작을수록 더 가까이 131

Description

내게 가장 빛나는 당신께 엽서를 띄웁니다 판화가 이철수는 23년 전부터 제천 외곽의 농촌 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짓고, 판화를 새기며 지낸다. 그가 ‘이철수의 집(www.mokpan.com)’을 통해 그날그날 사는 이야기를 엽서에 그리고 써서 부친 지도 8년째다. 1년 내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부치는 이야기들 속에는 살면서 보는 크고 작은 생명의 분투도 그려져 있지만, 시시때때로 밖에서 오는 풍파로 겪는 모두의 아픔이 함께 스며들어 있다. “싸워 이겨야만 살아남는다”는 말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나, 조기유학, 조기교육, 성형 열풍에 이르기까지 외관을 드러내고 꾸미기 바쁜 비뚤어진 사회풍조를 만드는 자본의 축. 이웃과 다정하게 지내고 싶어도 자본을 축으로 해서 돌아가는 세상에 호흡 맞춰 살다 보면, 곁에 있는 사람과 손잡고 부둥켜안기보다는 등지고 경쟁하라는 세상의 요구에 응하게 된다. ‘신종’이라는 말이 붙은 전염병은 비단 몸에만 깃드는 게 아니다. 비뚤어진 세상이 부추기는 비뚤어진 욕망이 스며든 마음자리 또한 ‘신종’ 병을 앓는 셈이다. 바람 부는 데에 따라 이리저리 휘청거리되 결코 뽑혀나가진 않는 풀과 돌보는 이 없어도 혼자 당당히 꽃잎을 여는 여린 생명, 열매를 많이 맺지 못해 죄송스러워하는 머루와 설익은 채 떨어져버린 대추, 은밀하게 내통하는 봄과 산수유 이야기 등 이철수가 나지막이 들려주는 일상의 소식들은 하루하루 목숨을 등짐처럼 짊어지고 사는 우리가 어떻게 서로 기대어 살아갈지 말해주는 듯하다. 기쁜 날엔 기쁨이, 부끄러운 날엔 부끄러움이, 아픈 날엔 아픔, 분한 날엔 분노가 하루하루 보낸 나뭇잎 편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철수의 시선이 소박한 향기를 뿜는 머루꽃처럼 평범해도 깊은 느낌을 주는 사람, 갈 때가 아닌데도 서둘러 가버린 사람들의 뒷모습, 집과 직장을 잃어 차가운 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겨울을 견디는 이웃, 아침밥 대신 소주로 몸을 녹이는 사람 들을 향해 있어서다. 늘 기쁨만 선물할 순 없고, 저마다 겪는 시름과 아픔을 직접 나누거나 대신 해결해주진 못하더라도 함께 마음 맞대고 고민해보자는 제안이 수선스럽지 않은 말과 그림으로 전해져 온다. 매일 정성껏 그려 보낸 별 것 아니어 보이는 사물과 풍경은 길에서 보는 사소한 풍경, 늘 마주치는 이웃의 모습에서도 못된 세상을 못나게 살지 않을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일깨워주는 듯하다. 모두 다 제 갈 길 가기 바쁜 뒷모습을 보며 외로워도, 남루한 삶을 이어가느라 서러워도, 문득 옆을 살펴보면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누군가가 있다. 이름 없는 별처럼 제자리 곧게 지키는 당신의 존재. 겨울을 견디고 돋아날 새싹을 기다릴 수 있는 건 당신이 있어서라고, 엽서는 조용하게 마음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