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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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본, 인도 세 축으로 전개되는 흥미진진한 동양의 역사 시간의 흐름만을 좇느라 숨이 차는 통사들과는 달리 시공간을 넘나들어 역사의 ‘종횡무진’함을 전면에 보여주었던 책, 역사서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유머러스한 서술 방식 속에 누구보다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역사 인식을 드러내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남경태의 《종횡무진》 시리즈(전 5권)가 최종 개정판으로 출간된다. 방대한 동양의 역사를 손쉽게 이해하기 위해 동양사의 세 축을 중국과 인도, 일본으로 정하고, 한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고 어른이 되어 사회에 뛰어들게 되는 것에 빗대, ‘태어남’과 ‘자람’, ‘섞임’의 세 단계로 나누어 역사를 살핀다. 1부에서는 중국과 인도, 일본의 역사가 시작된 과정을 살펴보고, 2부에서는 그들 역사가 나름대로 독자적인 성장과 발전을 해온 과정, 그리고 3부에서는 세 역사가 하나의 전 지구적 역사, 세계사 속에 통합되고 편입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1. 주변의 역사와 세계사의 흐름에서 이해하는 거대한 동양사 ― 사건의 흐름을 보여주는 힘 있는 서사 ‘동양사’라고 하면 보통 중국사를 떠올리고, 동양사를 다루는 책 역시 중국사 위주로 서술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일본이나 인도를 동양사의 곁가지 정도로 여기지 않고, 그들을 동양사를 정립하고 있는 독자적인 역사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책들과 차별된다. 한편, 동양사의 흐름은 한반도 역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일찍이 중국, 일본, 인도와 고루 교류를 맺어 왔던 한반도에도 이들의 역사와 직접 관련 있는 사건, 또는 우연하게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중국사나 일본사와 관련된 한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엮어서 보여준다. 영종의 아버지를 어떻게 대우할 것인지를 두고 벌어진 송나라 판 예송논쟁, 당 고조 이연과 태종 이세민의 행적과 조선을 건국한 이씨 부자의 행적(왕자의 난)을 비교한 점 등이 그 예다. 이런 내용은 그 자체로 흥미로울 뿐 아니라 동양사 안에서 한국사의 존재를 환기시켜 주는 동시에, 동양사의 다채로운 흐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한다. 사건들의 흐름을 짚어가며 우리의 역사라고 과장하지 않고 일본의 역사라고 낮추어보지 않는 비판적이고 힘 있는 서술로 시종일관 이끌어 간다. 이렇듯 이 책은 거대한 동양사를 세 나라의 역사를 따로 살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주변의 역사와 세계사의 흐름을 함께 유기적으로 풀어냄으로써 동양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2. 동양의 역사를 통해 미래의 역사 내다보기 ― 차이와 통합을 아우르는 미래의 역사를 알기 위해 꼭 읽어야 할 동양사 동양과 서양은 역사가 전개되는 양상은 서로 달랐다. 그 가장 큰 이유로 지은이가 꼽는 것은 중심의 문제다. 중심을 이동해온 서양사와 중심이 고정되어 온 동양사의 발전 양상은 눈에 띄게 달랐던 것. 오리엔트에서 발생한 서양 문명은 크레타 섬으로, 그리스로, 이탈리아로 그리고 유럽으로까지 활발한 이동 과정을 거친 반면, 동양 문명은 언제나 중국을 중심으로 하여 왕조만 교체될 뿐 중심은 변하지 않았다. 이런 차이가 사회·경제·사상 등에서 오늘날 동서양의 차이를 낳았다. 그런데 17~18세기부터 서양 세력이 동양에 진출하면서 서양사와 동양사의 구분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그 뒤섞임의 과정이 몇 세기 동안 진행된 결과 지금은 지구 전체가 거의 단일한 문명권으로 통합되었다. 문명과 역사는 늘 ‘글로벌화’되어 왔지만, 그와 동시에 ‘로컬화’되기도 했다. 미래의 역사는 동양과 서양의 두 문명이 점점 내밀한 통합을 이루면서도 어떤 측면에서는 차이를 보존하고 확대하는 양상을 보여줄 것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폭 넓어진 역사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역사에 대한 인식도 구슬 꿰듯 서로 엮어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은 이런 목표 아래 가장 쉽고 흥미롭게 동양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꾀하고 있다. 본문은 물론 도판과 해설 각주에는 동·서양사와 한국사가 ‘종횡무진’ 교차하는 다양한 순간이 드러난다. 읽는 재미는 물론, 역사를 이해하는 폭을 훨씬 넓혀주고, 생생한 지도와 새롭게 수록된 도판들은 본문을 받쳐주는 또 하나의 텍스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3. 종횡무진 인문학자 남경태의 가장 독창적 역사 읽기 -역사의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고자 했던 인문학자 남경태가 남긴 것 남경태는 독자들이 믿고 읽는 인문학 전문 번역가이자 저술가로, 인문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섭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인문학의 바탕을 이루는 역사와 철학을 한 사람이 일관성을 가지고 서술해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인데, 그는 생각의 역사인 철학사(《누구나 한번쯤 철학을 생각한다》)와 현실의 역사인 세계사(《종횡무진 역사》)를 모두 선보이며, 인류 문명사의 거대한 두 흐름을 한눈에 선보인 바 있다. 거기에 머물지 않고 한 사람의 지은이가 한국사·동양사·서양사를 일관된 사관으로 쓴 《종횡무진》시리즈에는 남경태의 향기가 가장 진하게 베여 있다. 보통 통사를 서술할 때 쓰이는 고대-중세-근대의 시대 구분법은 방대한 동양의 세 역사를 한눈에 살펴보기에 적합하지 않을뿐더러, 종횡무진으로 펼쳐지는 역사의 흐름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기에, 지은이는 동양의 역사를 아이가 태어나 자라고 다른 이들과 뒤섞이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세계사 교과서에 한두 줄에 그친 사실 설명은 그가 파헤친 역사 속에서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입체적으로 조명된다. 역사의 사건들을 그저 나열하고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끊임없이 재해석해 오늘날 우리가 역사를 통해 배울 것과 버릴 것을 분명히 제시해주었다. ‘종횡무진’이라는 표제처럼 좌충우돌하며 자유분방하게 역사를 서술하면서도, 이 책은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과 정보를 최대한 수용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시리즈에서 한 사람의 지은이가 가진 일관된 사관과 역사 서술을 읽어내고 그것을 중심으로 공감이나 비판의 시선을 던져주었으면 한다. 이번이 이 시리즈의 최종판이 되겠지만, 독자들의 공감과 비판이 담긴 의견은 이 책을 계속 살아 숨 쉬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것이 생의 마지막까지 이 시리즈의 서문을 고쳐 쓴 지은이가 바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