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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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유시민의 조용하지만 치열한 논쟁” 우리 사회의 가장 진지한 정치인 두 사람이 만났다!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대표와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대표. 1987년 6월 한 대열에 섰던 두 사람은 그 이후 25년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들이 나눈 6개월간의 대화 1980년대의 ‘필화(筆禍)’사건과는 전혀 다르지만 이정희-유시민 대담집 ‘미래의진보’는 정치적 상황에 휘말려 발간이 2주 이상 연기됐다. 27일에서야 배포된 이 책의 인쇄가 완료된 것은 6월 중순. 그러나 진보통합 합의문에 대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의결을 앞두고 ‘필요 없는 오해’를 피하기 위한 이정희 대표 측의 요청으로 이 책은 창고 안에서 잠을 자야만 했다. - 1부 : (프롤로그) 나는 왜 정치를 하나 - 2부 : (차이를 넘어) 우리가 한미FTA를 반대하는 이유 - 3부 : (국가와 시장) 삼성 왕국을 벗어나려면 - 4부 : (복지) 국가는 민중의 삶을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나 - 5부 : (동북아) 북한과 미국을 만나는 진보의 자세 - 6부 : (진보통합) 전태일과 노무현은 만날 수 있을까 - 7부 : (2012년) 끝나지 않은 6월과 2012년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합당선언문? 일부 언론에서는 이 책이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합당선언문’이 될 것이라 보도했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당장의 정치적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자타가 공인하는 자유주의자 유시민과 진보정당의 종가를 책임지고 있는 이정희는 이 대담에서 각자의 이념과 정책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대담의 대부분이 ‘논쟁’적 성격을 띠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로 시작한 대담은 한미 FTA에 대한 입장과 재벌-대기업 정책, 복지정책, 외교안보정책 등 우리 정치의 주요 의제로 이어진다. 또 ‘전태일과 노무현은 만날 수 있을까’라는 제목 아래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검토한다. 또 두 사람은 2012년의 야권연대와 정권교체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다. 짐작 가능한 것처럼 두 사람의 입장은 대부분의 의제에서 다르다. 이정희가 진보적 원칙들을 완강하게 견지했다면, 유시민은 현실과 원칙 사이의 방황을 꺼리지 않았다. 복지 정책들에서 이정희는 종종 ‘근본주의’적 입장을 취했지만 유시민은 시장을 의식했고, 대외 정책에서도 비슷했다. 이러한 차이들은 참여정부 시절에 일어났던 일에 대한 평가에서도 여전했는데, 다만 유시민이 한미 FTA나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 문제 등에서 밝힌 입장은 그와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한 위에서 읽혀져야 마땅할 것이다. 성찰하는 유시민, 열린 이정희 일반 독자들과 달리 정치부 기자라면 여전히 두 당의 ‘합당’ 문제에 관심이 쏠릴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책에는 합당과 관련한 명시적 언급은 없다. 다만 유시민은 진보진영과 개혁진영의 갈림길이 되었던 1987년 6월 항쟁 직후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1987년에 김대중 대통령께서 성수대교 밑에서 유세를 하시면서 저희들에게 ‘재야 여러분 평민당으로 들어오십시오. 영국 노동당이 자유당 속에서 기초를 닦아서 오늘의 노동당이 된 것처럼 여러분들도 이 당에 들어와서 실력을 닦고 경험을 쌓고 인재를 양성해서 여러분의 당을 만드십시오.’ 그렇게 권하셨거든요. 그 말 믿고 들어갔잖아요. 들어가서 25년 동안 수십 명의 국회의원이 배출되었지만 영국 노동당 같은 그런 정당은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더 이상 안하겠다는 겁니다.” 성공하는 진보 세력을 만들기 위해 김대중이 이끄는 야당에 들어간 경험에 대해 비판적 입장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유시민은 “이제는 원래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원래 우리가 하고 싶던 것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이정희 역시 확정적인 언급을 피한다. 이정희는 ‘내가 편협해 지고 있지는 않을까’ 돌아볼 것을 다짐한다. 또 “큰 틀에서 생각해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다 털고 가셨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래의 언급은 의미심장하다. “저는 과거를 묻지 않습니다. 다만 미래를 묻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합의된 생각을 가진다면, 또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가자면 현재에 대한 판단과 행동이 함께 이루어지기를 원하지요. 국민참여당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이미 공식적으로 제안하셨고, 또 문서로 통보를 해왔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국민참여당이 진보정당이냐, 혹은 아니냐를 규정할 상황이 아니라 함께 대화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여지가 얼마나 있는지를 판단해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진지한 정치를 원한다면 일독을 권한다 정치는 매우 논쟁적인 직업이다. 많은 사람들은 정치인이 거짓말쟁이이거나, 욕심이 많거나, 하는 일 없이 놀고 있거나, 싸움을 즐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치는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며, 따라서 정치를 혐오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정치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만약 정치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면, 우리는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진지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두 사람의 대담은 독자들의 진지한 시선을 환영하며, 독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참여정부가 끝날 무렵에 생각해봤습니다. 자연에는 진공이 없다고 하죠? 권력도 진공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국가(권력)는 필연적으로 있기 마련인데, 누군가는 이걸로 선이나 악을 행할 수 있습니다. 정당한 권력이 없으면 국가가 나쁜 짓을 하게 됩니다. 글을 쓰거나 강연을 하거나 결국 국가의 작동방식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 안 되더라고요, 누군가가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에 도달하니까 저 같은 사람이 그냥 책만 쓰거나 강의 다니면서 사는 게 비겁해 보였습니다.” (유시민) “제게 정치란 ‘고통에 대한 책임감’이라고 할까요? 사람들에게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혹은 국가가 그들을 억눌렀을 때, 그들의 표정, 그 얼굴들이 가슴속에 박혀 잊혀지지가 않아요. 국가는 할 수 있는데, 바꿀 수 있는데, 왜 안할까? 내가 하나라도 할 수 있다면 하는 게 맞지 않나? 정치에서 매력적인 요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 저에게는 고통에 대한 책임감이 더 큰 것 같아요.” (이정희) 두 사람의 대화가 끝없는 논쟁으로만 이어진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삼성과 재벌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 두 사람은 쉽게 합의에 이른다. 참여정부의 비정규 해법에 대해 유시민은 반성을, 이정희는 대안을 내놓는다. 두 사람은 확실히 ‘대체재’라기보다는 ‘보완재’라는 게 편집자이자 대담을 진행한 이정무 민중의소리 편집장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