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결혼은, 미친짓이다>를 끝내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던 유하 감독은 종종 이소룡의 절권도 얘기를 꺼냈다. 그건 차기작에 대한 구상인 동시에 그 자신의 오랜 기억에 대한 향수어린 반추이기도 했다. 그는 절권도가 지닌 기막힌 동작과 에너지를 박진감 넘치게 늘어놓으면서도, 이소룡에겐 왜 그렇게 절박한 무술이 필요했는지 설파하기도 했으며, 절권도에 심취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한 시절을 쓴웃음 속에 돌아보기도 했다. 이것은 고스란히 <말죽거리 잔혹사>로 옮겨졌다. 유신 정권 말기, 순진하면서도 폭발력을 잠재한 현수(권상우)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학교 폭력 이야기는 정확히 현수라는 개인의 심상과 시대의 공기를 양분시켰다. 이 영화의 모든 갈등은 이 대립 축으로부터 나온다. 처음엔 말도 잘 못하는 쑥맥 전학생이었던 현수는 같은 반 ‘학교 짱’ 우식(이정진), 선도부장 종훈(이종훈) 등을 알게 되며 폭력이 만연한 학교를 보게 된다. 학교를 휘감은 폭력의 기운은 아이들이 등교하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부터 배어나온다. 학생들은 두발 불량, 복장 불량 등의 이유로 같은 학생인 선도부에게 체벌을 받고, 교사들에게 구타를 당한다. 당대의 고등학교에서 폭력은 제도권과 유사 제도권, 그리고 비제도권을 가리지 않고 일상 그 자체였다. 그것은 유신의 잔재이기도 했고, 실은 그 무시무시한 등교 풍경이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여전한 교육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유하 감독은 이것을 철저하게 현수의 마음속으로 끌고 들어온다. 유약한 그의 마음속에선 순응과 저항을 양측에 둔 싸움이 벌어진다. 그는 절권도를 익혀 모든 부조리를 한꺼번에 끝장내기로 결심한다. (중략) _<작품 해설>중에서 [저자 소개] 편찬위원(가나다 순) 유동훈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이사장 이유진 (주)영화사 봄 프로듀서 이정국 영화감독 이지훈 ≪필름2.0≫ 편집장 황조윤 시나리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