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성장한 경제 시스템의 종말
지금의 경제 시스템은 노동과 자본이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던 기술 이전 시대,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의존하던 시대, 비효율로 돈을 벌던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성장을 추진하는 유일한 요소는 손쉬운 신용 거래와 우리가 절대로 갚을 수 없는 엄청난 빚이다. 이렇게 과거를 위해 건설된 경제 시스템을 인위적으로 계속 추진하다 보면 단순한 경제 문제 이상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세계는 훨씬 더 양극화되어 미래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역과 세계 경제를 위해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기술 지배의 시대가 불러올 디플레이션과 그것이 가져다줄 풍요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와 이 세계에 풍요를 가져다준 그 기술이 머지않아 그 풍요를 다시 파괴하게 될 것이다.
20년 동안 전자 상거래와 기술 분야의 선도자이자 최고경영자로 일해 온 저자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지을 기술적, 경제적 현실과 우리가 앞으로 나가면서 직면하게 될, 잠재적으로는 걱정스러워 보이지만 매우 희망적인 상황에 관해 설명한다.
디플레이션은 풍요로운 미래의 열쇠가 될 것인가?
오늘날 경제 성장을 이끄는 유일한 길은 손쉬운 신용 거래다. 신용 거래는 이해하기 힘든 속도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신용 거래와 그에 따른 부채의 증가로 우리는 냄비 안의 개구리가 서서히 물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도 모르는 상황과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우리가 과거에 만들어진 경제 시스템을 인위적으로 작동하고자 하면 할수록 문젯거리만 만들어내는 셈이 된다. 현 상황에서 이 세계는 앞으로 더욱 양극화되고 위험해질 것이다.
지금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기술 지배적 시대에 맞춰 설계된 것이 아니다. 그때는 노동과 자본이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성장에 의지하고, 결핍과 비효율성 덕분에 돈을 버는 시대였다. 이제 그런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 시대의 경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부의 불평등과 양극화, 불화는 더 심화되어 우리 모두의 미래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하나의 같은 원인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인플레이션 시대에 설계된 경제 시스템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기술은 디플레이션을 야기한다’
이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기술의 속성이다. 우리는 기술 발전 속도가 우리가 이해하기조차 힘든 속도로 빠르게 일어나는 보기 드문 시대에 살고 있다. 또한, 기술이 우리의 일상에 더 깊숙이 침투해 들어올수록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디플레이션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것을 별로 원치 않을 수도 있고, 혹은 그러한 변화를 각오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이런 발전은 고효율과 저비용을 동반해 풍요를 가져다준다. 이것이 곧 좋은 의미의 디플레이션이다. 우리는 현재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가 기대하는 (우리가 국가의 경제를 건설할 때 기반으로 한 제도인) 지속 성장과 인플레이션은 서서히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 기술 발전은 아주 강력한 힘으로 디플레이션 환경을 만들고 있어 결국 우리는 무슨 수로도 그것을 막지 못하게 될 것이다.
디플레이션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인다면 인류에 바람직한 일이 될 수 있다. 즉,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싸게 얻을 수 있다는 전제 조건만 놓고 본다면, 적게 버는 수입에도 풍요로운 삶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와 경제를 건설한 지금의 경제 운영 체계에도 정비가 필요해질 것이다.
저자인 제프 부스는 책의 말머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사회가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공개적으로 입에 올리기 어려운 보편적 진리를 말하고자 했다. 핵심적인 사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해결책이 부족한 점에 염증과 동시에 우리가 행동하지 않는다면 세계적으로 갈등이 얼마나 더 심각해질지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기술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운영 체계를 바꾸고 있으니 내가 이 사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세상이 걱정되었다.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대화하고 고민하며 거대한 질문들을 던지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