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디언의 굴레

조귀동 · Social Science
2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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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각양각색의 모순이 두텁고도 끈끈히 덧얽힌 호남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정교히 뜯어보는 책이 출간되었다. 《세습 중산층 사회》를 통해 불평등 사회에 날카롭고 묵직한 화두를 던졌던 저자가 이번에는 보편의 문제와 특수한 사정이 옭아매는 한국 내 유일한 지역 “호남”에 주목한다. 책은 광주를 중심으로 호남이 안고 있는 문제를 다양한 각도와 층위에서 살펴본다. 지역차별, 저발전, 불평등, 산업 및 경제 구조, 부패와 무능, 취약한 지역정치 구조와 거버넌스 등 오늘날 호남이 안고 있는 중층적 모순을 들여다본다.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차별,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호남의 이야기를 그려낸 《전라디언의 굴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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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들어가며∥광주로 가는 길 지역의 풍경: 빽빽한 아파트와 텅 빈 구도심│왜 ‘낡은’ 호남문제를 들추는가│자립을 위한 직시│글의 구성│함께 쓴 사람들 1장 반도의 흑인 또는 아일랜드인 호남문제는 인종 문제다│전라디언의 탄생Ⅰ: 명문고와 엘리트 경쟁│전라디언의 탄생Ⅱ: 도시 하층 노동자의 대군│정체성의 형성: 5·18과 야구│진짜 호남인은 이중차별을 받는다 2장 ‘산업화 열차의 꼬리칸’이라는 문제 남강의 지주는 휴대폰을 만들고, 영산강의 지주는 폰팔이를 하지│“광주는 핵심 기술을 가진 업체가 없어요.”│건설업만 우뚝 서 있는 곳│소득과 불평등의 상태│‘헬호남’을 떠나는 청년들 3장 흔들리지 않는 패권, 민주당 초우위의 비결 지역패권정당의 역사적 기원│인구 150만-당원 35만 사회의 작동 방식│호남은 왜 ‘대세추종형’ 지지를 하는가│민주당: 호남당에서 마포·용산·성동의 당으로│취약한 대안│지역정치의 정체와 낙후 4장 부패와 무능의 도시 학동 참사가 보여주는 지역의 부패│기득권 이익 수호 카르텔│메가 프로젝트의 총체적 난국: 아시아문화전당의 경우│팽배한 비관론: 광주형 일자리의 경우 5장 지방지배체제의 균열 텅 빈 고속도로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주변부화되는 지역│왜 광주만 코스트코·스타필드가 없나요? 6장 이중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소수파의 지방의회 진출을 보장하라│독자적 발전 모델, 독자적 경제권의 창출│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나오며∥호남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중앙 정치권력 의존의 악순환│익숙함과의 결별이 필요하다│스스로의 필요와 언어로 구축된 담론을 만들자 주 참고문헌

Description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추천★ 《세습 중산층 사회》 저자 조귀동의 두 번째 책 “매년 5월과 선거철에만 소환되는, ‘전라도인’이라는 이등시민에 관하여” ※‘전라디언’은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에서 호남 지역인들을 비하하려고 만든 멸칭이다. 오래된 이야기에서 시작해, 그곳에 똬리 튼 수많은 ‘민낯’을 드러내는 시도 매년 5월과 선거철에만 소환되는 지역이 있다. 호남이다. 5·18민주화운동의 뜨거운 정신으로 기억되고,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으로 자리하는 호남. 어딘지 모르게 고맙고, 또 어딘지 모르게 미안한 지역. 우리가 호남을 기억하는 긍정적인 방식은 여기까지다. 이어지는 키워드들. 낙후, 소외, 침체 그리고 차별. 《세습 중산층 사회》를 통해 불평등 사회에 날카롭고 묵직한 화두를 던졌던 저자가 ‘지역 문제’로 돌아왔다. 전작에서 90년대생이 겪는 불평등에 천착했다면, 이번에는 보편의 문제와 특수한 사정이 옭아매는 한국 내 유일한 지역 “호남”에 주목한다. 앞서 서술한 호남의 비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래된 이야기다. 그런데 책은 2021년, 왜 ‘낡은’ 호남문제를 들추는가. 저자는 두 가지 대답을 들려준다. 먼저 한국 사회가 쌓아올린 모순이 이 지역, 호남에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이 ‘머리’가 되고 지방이 ‘손발’이 되는 경제적 역할 분리, 개별 지역의 불균등 발전, 이촌향도라고 불리는 대규모 인구이동과 이주민의 도시 하층민으로의 편입, 지역 기반 정당 간의 경쟁 구도, 개별 지역 내부에서 패권적 지위를 갖는 정당의 출현 등을 양적·질적으로 가장 강도 높게 겪었던 곳이 바로 호남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호남이라는 지역이 가진 특수성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호남은 불균등 발전의 희생양이었다. 산업화라는 로켓에 탑승하는 걸 거부당하고, 차별과 모멸을 받고, 거대한 국가 폭력에서 집단 학살의 대상이 되는 과정은 기실 한 사회의 ‘어둠’을 한 지역에 몰아넣는 것이나 다름없었다(16~17쪽). 여기,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각양각색의 모순이 두텁고도 끈끈히 덧얽힌 호남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정교히 뜯어보는 책이 출간되었다. 책은 광주를 중심으로 호남이 안고 있는 문제를 다양한 각도와 층위에서 살펴본다. 지역차별, 저발전, 불평등, 산업 및 경제 구조, 부패와 무능, 취약한 지역정치 구조와 거버넌스 등 오늘날 호남이 안고 있는 중층적 모순을 들여다본다.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차별,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호남의 이야기를 그려낸 《전라디언의 굴레》다. “반도의 흑인 또는 아일랜드인” 우리가 호남을 타자화하는 방식 전라도 출신을 향한 노골적인 차별 행위는, 여전히 한국 사회 도처에 남아 꿈틀거린다. 인터넷에서건, 생활 세계에서건 자리를 가리지 않고 살그머니 고개를 들고는 한다. 지난 2018년 경기도 부천의 한 편의점에서 내건 아르바이트생 채용공고가 상당한 화제를 모은 일이 있었다. “주민등록번호 중 8번째, 9번째 숫자가 48~66 사이에 해당하시는 분은 채용 어렵습니다(가족 구성원도 해당할 경우 채용 어렵습니다)”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주민등록번호 8, 9번째 숫자는 출신 지역으로 부여되는데, 전북·전남·광주에 해당한다. 요컨대 ‘본인이나 부모가 전라도 출신이면 채용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저자는 지역감정이나 지역차별이 노동시장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하게 나타나는 사례는 ‘호남차별’밖에 없다고 말한다. ‘경상도 사람들은 이렇고, 충청도 사람들은 저렇다’는 다분히 주관 섞인 시각도 존재하지만, 그러한 편견이나 악감정은 경제 행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심각하게는 호남차별의 기저에 일종의 “준인종적 정체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상의 인종 차별이라는 것이다. 극우 성향을 가진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의 단골 콘텐츠 중 하나는 “호남 출신은 열등한 품성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지역 출신과 비교하면 더욱 그러하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외모마저 구분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19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에서 깡패, 사기꾼, 양아치를 맡은 배역이 서남 방언을 즐겨 사용해서 문제가 됐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전라도’에 특정한 속성을 부여하고 통상적인 ‘한국인’의 범주에서 벗어난 이질적인 존재인 것처럼 규정하며, 끊임없이 타자화하는 방식은 그들에게 일종의 인종성을 부여하는 것에 가깝다(38쪽). 이렇듯 호남차별의 본질이 인종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호남인이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다른 지역’과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밝힌다. 그보다는 근대화와 그에 따른 대규모 인구이동 속에서 다른 인간 집단, 정확히는 좀 더 열등한 이등시민으로 간주되고 스스로도 구별된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컨대 “전라도인은 반도의 ‘흑인’과 ‘아일랜드인’ 사이 어느 중간에 있는 존재”라고 꼬집는다. 흑인처럼 피부와 언어가 다르고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이들은 아니면서도, 아일랜드인처럼 나중에 온 이민자들 덕에 ‘백인성’의 범주에 포함되기에는 여전히 상당한 차별과 모멸을 받고 있는 까닭이다. 제목에 속한 단어이자, 인터넷에서 멸칭으로 쓰이는 ‘전라디언’이라는 단어는 사실상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 ‘전라디언’이 탄생한 두 가지 경로: 엘리트 사회 내 배제와 도시 하층 노동자 대군의 등장 전라디언이라는 이등시민은 한국이 경험한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탄생했다. 해방 이후 기업과 자본이 성장하면서, 이른바 ‘엘리트’ 자리를 두고 뜨거운 경쟁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자본에 대한 배분권을 쥔 정치권력이었고, 기준은 ‘지연과 학연’이었다. 학교 동창, 특히 고교 동창이 네트워크(연줄망)의 핵심에 자리했다. 지역 소재 명문중·명문고를 거쳐 촘촘히 얽힌 각 지역 출신의 재경 엘리트 네트워크를 구성한 것이다. 1961년 5·16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세력의 핵심은 TK(대구·경북)였다. 정확히는 TK 출신의 육사 졸업 장교와 경북고(와 그 전신인 대구고보) 네트워크였다. 이들은 국가를 경영하면서, 자신들의 기반인 영남을 중심으로 산업을 발전시켰다. PK(부산·경남)는 TK의 하위 파트너 역할을 맡았다. 그들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맺은 영남 출신 기업인들에게 자본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영남을 중심으로 각종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했다. 1950년대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이러한 경향은 정부 주도 산업화 과정에서 강화되고, 결국 거대한 물적 토대의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한국의 고성장이 만들어낸 각종 기회에 철저하게 소외된 것은 호남 명문고 출신들이었다. 이들은 1950년대에는 한국민주당(한민당)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뭉쳐 이승만 정권 당시 야당 역할을 했다. 특히 호남은 1971년 대선에서 영남이 성장의 과실을 독식하는 상황에 신민당 지지로 결집하면서 명실상부한 반박정희 지역이 되었다. 지역 명문고 출신들이 ‘중앙’에 진입해 경쟁하는 구도에서 태생적 ‘야당’인 전라도 출신들은 거의 완전히 배제됐다. 그들은 다양한 조직에서 임용, 승진, 경력 형성 등의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 저자는 이들의 사례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1990년대까지 어느 정도 교육받고 번듯한 일자리를 잡았던, 또는 엘리트 사회에서 경쟁해야 했던 전라도 사람들과 그들을 부모로 둔 이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해야 했던 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리라는 것이다. 이들이 겪었던 차별과 배제의 경험은 오히려 ‘호남 사람’이라는 지울 수 없는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갖도록 이끌었을 것이라 서술한다. 그러나 엘리트 사회, 좀 더 넓게 보아 산업·금융 등 기업, 관계, 법조계 등에서 전라도 출신에 대한 배제가 있었다고 해서 지역 전체에 대한 차별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전라도 출신이 바람직하지 않고 부도덕하기까지 한 속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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