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그곳에서 그때

장지한
2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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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과 정서영의 글과 드로잉을 한자리에 모은 책이다. 그간 김범과 정서영의 작품은 정신성에 기반한 수직적인 위계를 해체하고 가벼움과 냉소를 향하고자 하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했던 맥락에서 읽혀왔다. 갖가지 ‘물질’이 쏟아지던 새로운 세계는 누군가의 얼굴이 아니라 차가운 ‘사물’을 필요로 했고, 집단과 집단 사이의 좁은 틈에서 등장한 ‘개인’은 웅장한 서사가 아니라 산뜻한 ‘개념’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두 작가의 작품은 ‘사물’을 ‘개념적인’ 방식으로 활용함으로써 가볍지만 날카로운 ‘농담’을 던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동시대’의 지배적인 담론과 작가들의 사유를 구분해 보려 시도한다. 이는 ‘시대의 요구’가 아니라 ‘작가의 질문’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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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006 ’미술’ 있다 … 정서영 010 그것이 그곳에서 그때 … 장지한 015 유령 017 무제 … 김범 018 GHOST WILL BE BETTER … 정서영 020 유령 … 장지한 027 무제 … 김범 030 늘 공기를 바꾸고 싶다 … 정서영 033 거기엔 … 김범 038 유령 … 장지한 065 그것 066 그것 … 장지한 078 다른 꽃 두 개 … 정서영 081 사자 … 김범 082 박하사탕 … 정서영 085 나무 … 김범 088 조각적인 신부 … 정서영 094 그것 … 장지한 139 그곳 그때 141 무제 … 김범 144 유들유들한 덧셈 …정서영 149 늙은 어부 … 김범 150 Continuity … 정서영 154 그곳 그때 … 장지한 167 제의 육화 가담 투사 168 시각적 제의(祭儀)로서의 미술창작 … 김범 180 사물에의 가담과 투사에 의한 조각 작품 제작 연구 … 정서영 196 제의 육화 가담 투사 … 장지한

Description

책을 내면서 장지한의 《그것이 그곳에서 그때: 김범과 정서영의 글과 드로잉》은 서울시립미술관과 SeMA-하나 평론상의 수상자가 동반자가 되어 만들어가는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간되었다.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는 비평의 몫에 대한 공공 미술기관의 책임감과 평론가들의 생명력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로, 평론가가 가지고 있는 비평적 문제의식을 장기적 연구로 분배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획이다. 2019년 SeMA-하나 평론상 수상자인 장지한은 본격적 연구에 돌입하기에 앞서, 2020년부터 미술관과 약 6개월간 사전 연구 활동을 수행했고, 이를 기반으로 2년간 자신만의 담론적 독자성을 획득하기 위한 고구를 지속해 왔다. 2021년 출간된 《그것이 그곳에서 그때: 김범과 정서영의 글과 드로잉》에는 그 노고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에는 연구자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 현대미술의 현장, 담론의 특이성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그것이 그곳에서 그때》는 김범과 정서영의 글과 드로잉을 한자리에 모은 책이다. 그간 김범과 정서영의 작품은 정신성에 기반한 수직적인 위계를 해체하고 가벼움과 냉소를 향하고자 하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했던 맥락에서 읽혀왔다. 갖가지 ‘물질’이 쏟아지던 새로운 세계는 누군가의 얼굴이 아니라 차가운 ‘사물’을 필요로 했고, 집단과 집단 사이의 좁은 틈에서 등장한 ‘개인’은 웅장한 서사가 아니라 산뜻한 ‘개념’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두 작가의 작품은 ‘사물’을 ‘개념적인’ 방식으로 활용함으로써 가볍지만 날카로운 ‘농담’을 던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동시대’의 지배적인 담론과 작가들의 사유를 구분해 보려 시도한다. 이는 ‘시대의 요구’가 아니라 ‘작가의 질문’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두 작가에게 사유된 것은 무엇인가. 저자가 최근 미술계에서 전례 없이 ‘유행’한 ‘유령’이라는 현상에 주목한 것도 두 작가가 갖고 있는 질문의 심연을 들여다보려는 시도였다. ‘유령’은 가끔 세계의 모호한 감각 전부를 아우를 수 있는 말처럼 보이기도, 무엇보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김범과 정서영에게 유령은 반대로 자신의 바깥을 향하는 통로였으며, 유령은 내면이 아니라 ‘타자’를 향하는 ‘외존(外存)’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작품이라는 장소에서 흔히 ‘유령’ 이라고도 불리는,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의 목소리와 ‘관계’ 맺는다. 그렇기에 작품에서 떠오르는 것은 ‘그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제3의 무엇이며 그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물’ 은 시대를 대변하는 기호가 아니라 어떤 존재가 ‘그곳’에서 ‘그때’ 잠시 머물기에 적절한 장소다. 한편, 이 책의 구성은 김범과 정서영의 글과 이미지를 시간순으로 성실하게 따라가기보다 그들이 작업을 시작한 80년대 말부터 최근까지의 작업을 비평가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재배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 중에는 잘 알려진 작품도 있지만, 오랫동안 작가의 작업실 한편 먼지 쌓인 박스 속에 보관되어 온 작품도 있다. 글의 경우 작품의 일부인 것도 있지만 잡지에 기고한 단상이나 학위 논문, 그리고 출간할 생각이 없던 개인적인 일기에 가까운 것들이 뒤섞여 있다. 두 작가의 작업이 30여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방대한 작업 세계를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음을 생각하면, 그 복잡한 경로를 차분히 그려내는 일은 저자가 말했던 것처럼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지한은 이 책을 통해 너무나 익숙해서 제대로 직면하지 않았던 작가와 작품의 조각보를 재배치해보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저자는 그들의 사유를 경유하여, 우리에게 이렇게 질문해온다. ‘동시대 이후’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 ‘동시대’의 사유를 살펴보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어쩌면, 동시대의 사유를 살펴보는 일은 더 이상 ‘무엇이 사유되지 않는가’를 스스로에게 되묻는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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