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시아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픽션
[루시퍼의 복음]으로 USA 투데이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른 폴 크리스토퍼의 소설 [렘브란트의 유령]. 렘브란트의 그림을 단서로 펼쳐지는 장대한 스케일의 모험이 펼쳐지는 미스터리와 어드벤처의 크로스오버 소설인 이 책은 문자라는 형식으로도 이토록 섬세한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뉴욕에서 유엔과 경찰의 미술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자문역을 맡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풍부한 미술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렘브란트의 그림을 소재로 사건을 전개하고 또 풀어나간다. 책을 읽어 나갈수록 저자의 풍부한 지식에 사로잡히는 기분 좋은 구속을 느낄 것이다.
책장을 넘기면서부터 등장하는 영화 ‘오만과 편견’의 키이라 나이틀리를 연상시키는 깜찍발랄한 캐릭터의 여주인공 핀 라이언과 할리우드의 미남배우 주드 로가 바로 떠오르는 영국의 공작 필그림.
위작임이 틀림없는 렘브란트의 그림을 단초로 시작되는 그들의 모험은 유럽과 아시아를 넘나들며 시종일관 눈에 보이는 듯 섬세하고도 자세한 묘사 속에 마치 한 편의 신나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처럼 현란하게 펼쳐진다.
소설 속에는 1400년대 초 대규모 선단을 조직해 대항해를 떠났던 중국 명나라 때의 정화제독 보물선단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영국의 핵잠수함 함장 출신인 개빈 멘지스가 쓴 책에 따르면 정화제독은 1492년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보다 50여년이나 일찍 발견했다고 한다.
숨겨진 보물은 과연 정화제독의 보물인지, 아니면 독일이 건조한 대형 잠수함의 대금을 치루기 위해 일본에서 마련한 금괴인지, 그 수수께끼가 궁금하다. 만약 일본의 금괴였고 갑작스런 침몰만 없었다면 제 2차 세계대전의 향배를 바꿀 수도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흥미진진한 줄거리가 펼쳐진다.
렘브란트 그림 속 비밀이 그들을 모험으로 이끈다
미술사학을 전공한 젊고 매력적인 여주인공 핀 라이언. 그녀는 런던 유수의 미술품 경매회사에서 고객자문역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던 중 미술품을 감정하러 온 젊고 잘 생긴 영국의 공작 필그림을 만나게 된다.
핀은 그를 통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피터르 부하르트라는 사람이 그의 먼 친척이고 갑자기 실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필그림과 그녀가 생면부지의 피터르 부하르트로부터 공동으로 유산을 상속받게 됐다는 점이다.
피터르의 유산은 네델란드의 유명화가 렘브란트의 그림 한 점과 암스테르담에 있는 대저택, 그리고 동남아시아 보르네오 섬 근처에 떠있는 낡은 배 한 척이다. 단, 이 유산을 온전히 상속받기 위해서는 보름 안에 세 가지 유산을 모두 찾아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다.
첫 번째 유산인 렘브란트의 그림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문화재 수집품 특수부대의 라벨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모조품처럼 보이던 그림의 캔버스를 벗겨내자 그 속에 누군가의 초상화를 그린 렘브란트의 진품그림이 드러나고, 두 사람은 백주 대낮에 느닷없는 괴한의 습격으로 죽을 위기를 겪는다.
우여곡절 끝에 두 번째 유산인 암스테르담의 대저택에 도착한 두 사람은 렘브란트의 초상화에 그려져 있는 비밀의 방을 어렵사리 찾아낸다. 그리고 신기한 물건으로 가득 찬 그 방에서 수백 년은 지났음직한 낡은 항해일지를 발견한다. 그 항해일지는 보물섬일지도 모를 비밀의 섬으로 가는 항로를 그리고 있었다.
이제 남은 유산은 단 하나, 보르네오 섬 근처에 떠있는 낡은 배 한 척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그 배와 낡은 항해일지, 하나하나 아귀가 맞아가는 유산의 수수께끼. 이제부터 본격적인 모험은 시작된다.
이들 주인공 외에 동남아를 무대로 혁명을 꿈꾸는 인텔리 해적 ‘칸’, 전형적인 썩은 경찰 아라가스, 이들은 모두 소문으로만 떠도는 ‘보물섬’을 찾아 동남아의 이름 모를 섬에 도착했고, 놀랍게도 그 섬에는 갑자기 자취를 감췄던 피터르 부하르트가 한 마을의 백인왕으로 멀쩡히(?) 살아있는데….
아기자기한 여성 취향의 소설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오랜만에 선 굵은 소설이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해 『루시퍼 복음』으로 USA Today 베스트셀러 작가로 선정된 폴 크리스토퍼의 신작소설이다.
뉴욕에서 유엔과 경찰의 미술관련 자문으로 활약하고 있는 저자는 자신의 풍부한 미술관련 지식과 다방면에 걸친 박학한 지식을 활용해 소설을 이끌어 가고 있다. 때문에 생소한 단어를 접하는 독자들은 다소 당황할 수도 있으나 상세한 설명이 각주로 처리돼 있고 책 마지막 장에 각주에 대해 다시한번 설명을 달아 새로운 지식을 얻어가는 지적인 만족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네델란드의 대표적인 화가인 렘브란트의 그림을 주요한 소재로 선택해 그림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도 흥미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문명이 지배하는 런던, 암스테르담 등 유럽의 대도시와 여전히 오지의 알려진 동남아의 섬들을 넘나드는 이 작품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연상시키는 모험과 그림을 둘러 싼 미스터리가 뒤섞여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크로스오버 소설로 자리매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