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프랑스 문학의 살아 있는 신화 르 클레지오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르 클레지오의 소설 <성스러운 세 도시>는 <황금 물고기> <하늘빛 사람들>에 이어 문학동네에서 세번째로 소개하는 작품이다. 르 클레지오는 1963년 9월 첫 작품 『조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한 이래 인간과 문명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작가의 한국 방문(10월 15일~10월 22일, 대산문화재단 초청)에 맞춰 출간되는 <성스러운 세 도시>(1980)는 시원의 도시를 찾아가는 세 편의 순례기를 통해 타락한 현대 문명을 반성하고 인간의 본원적 얼굴을 탐구하는 산문시 같은 작품이다. 사라진 문명 위로 흐르는 장엄한 비탄 사라진 성도(聖都)를 찾아가는 세 편의 순례기 <성스러운 세 도시>는 빛나는 시적 언어로 시원 회귀의 간절한 여로를 열어간다. 세상으로부터 잘려나간 세 도시, 샨카, 틱스카칼, 폼. 함락당한 후 영원한 잠에 빠져든 도시들, 인간을 외면해버린 모욕당한 신들, 목마름의 순교를 겪고 있는 성도를 향해 침묵의 행군을 하는 사람들. 유카탄 반도, 마야 인디언들의 그림자 속에 황량한 대지, 길 없는 숲, 어지러운 건물들과 무한의 소음들 사이로 사라진 옛 도시의 자취를 찾아 헤매는 그들은 한발이 들끓는 대지를 지나 단 하나의 성지를 향해 나아간다. 시적 산문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가의 글은 존재와 사물들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 시간의 숨길을 트며, 천천히 시원의 성스러운 풍경을 열어간다. 작가가 새로이 정신적 뿌리를 내린 인디언 문명의 영적이며 종교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현대인의 근원적 불안을 신성한 시간과 대면케 하는 장엄한 영가다. 그리하여 사라진 문명의 폐허 위로, 존재의 신성한 기원이 선뜩 선뜩 어리고, 시간의 압도적 두께가 그 위엄을 드리울 때, ‘성스러운 세 도시’는 깊은 울림 속에 부재하는 시적 비원으로 남는다. 황홀한 시적 직관 너머로 깨어나는 신성의 시간 과거의 화려함을 뒤로 한 채 문명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옛 성지들, 그 죽어 있는 도시들이 내뿜는 성스러운 기운 사이로 르 클레지오의 투명한 언어가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시적 통찰과 섬세한 문체가 돋보이는 이번 연작은 장중하며 신비롭다. 그의 근작들은 현대 도시 문명의 불안과 공허를 근원적으로 반성하고 있는 바, 이는 서구 모더니티의 종착점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작가의 치열하고도 정교한 정신사적 모험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물과 신과 신비를 기다리는 자들의 고된 행로가 아름다운 열대의 풍광 속에서 펼쳐지는 <성스러운 세 도시>는 빛과 어둠 사이에서 고투를 벌이는 긴 시편과도 같다. 작가는 정묘하고 비의적인 언어들로 작가 자신이 경험한 바 있는 오지의 신비를 아름답게 묘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