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Keiichiro Hirano · Novel
2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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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하반기 120회 일본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이 작품은 아쿠타가와 사상 대학생이 23년만에 처음으로 상을 받은 데다 소재와 표현기법이 특이해 일본열도를 떠들썩하게 했다. 아쿠타가와상 수상자 중 대학생이 수상자로 뽑힌 것은 이시하라 신타로, 오에 겐자부로, 무라카미 류에 이어 히라노 게이치로가 네 번째이다. 이 작품이 일본의 대표적 문예지 「신조」에 실린 것은 1998년. 히라노는 자신의 첫 소설을 '겁없이' 투고했고, 잡지사는 과감히 권두 소설로 전재해 일본문단에 화제가 됐다. 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작가는 중세시대의 유럽 수도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당시 종교와 사상을 깊이 있게 천착, 지적 방대함에 혀를 내두르게 했다. 소설은 초로의 성직자가 16세기 초반 시점에서 젊은 수도사 시절(1482년)에 겪은 비밀스런 기적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작품에는 15세기 후반에서 16세기 초반까지 중세유럽의 사상적 흐름이 그대로 담겨 있으며 마니교, 이슬람교, 연금술 등 이단의 종교철학들도 복잡하게 얽혀든다. 도미니코 회 수도사인 주인공은 주류이자 정통 기독교 사상의 범주 안에 존재하면서도 늘 자신이 속한 사상에 의문을 제기한다. 영과 육으로 구분된 이원론으로는 궁극적 초월성을 만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이단 철학 안에 분명히 존재하는 진실과 접하고자 한다. 그리고 어느 날, 젊은 수도사는 한 연금술사와 조우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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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작가 인터뷰 옮긴이의 말

Description

“1년 전에 히라노가 자신의 문학관을 담은 16장의 두툼한 편지를 보내왔다. 보들레르에서부터 니체, 종교학자 엘리아데까지 인용한 편지에서 ‘나는 예술지상주의자이며, 문학으로써 성스러움을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신인상이라는 제도 자체에 의문을 갖고 있으므로, 무언가 다른 형식으로 이 작품을 발표하고 싶다’고 했다. 그 편지와 함께 보내온 것이 『일식』이다. 『일식』을 읽고 나서 한동안 몸이 부르르 떨리는 전율을 느꼈다. 나는 곧장 히라노를 만나기 위해 교토로 달려갔다." _'신조新潮' 편집장의 말에서 ‘움베르토 에코’와 ‘미시마 유키오’ 사이에 선 천재, ‘히라노 열풍’의 서막을 열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교토대학 법학부에 재학중이던 1998년, 일본의 대표적 문예지 <신조>에 자신의 첫 소설 『일식』을 ‘겁없이’ 투고했고, 편집부가 이를 과감히 권두 소설로 전재하면서 일본문단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9년에는 23세의 나이로 최고 권위의 순문학 등용문인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면서 ‘일본 문단의 새로운 태양’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무명 신인의 투고 작품이 유수한 문예지에 권두 소설로 전재된 것은 일본 문예지의 유구한 역사상 최초의 일이요, 대학 재학생이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것은 무라카미 류 이후 23년 만의 일이었다. 평단의 호평과 더불어 출간 몇 주 만에 40만 부가 팔려나간 『일식』은 일본문학계에서 이른바 하나의 ‘문학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비평가들은 『일식』을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필적할 만한 소설이라고 평가하며,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再來!’라는 파격적인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화려한 데뷔와 함께 히라노 게이치로는 오래지 않아 미디어­문학계의 절정으로 솟아올랐고, 이후 『달』『장송』『센티멘털』『당신이, 없었다, 당신』등, 진중하고 깊이 있는 작품을 연이어 발표하며 일본 현대문학의 독보적인 젊은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장중한 의고체 문장에 실려 다가오는 엄청난 전율의 해일! 소설은 16세기 초반, 초로의 성직자가 젊은 수도사 시절(1482)에 겪은 비밀스런 기적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16세기 초반은 아우구스티누스적인 전통의 기독교에 있어서, 육과 영이라든가, 신과 세계라든가가 서로를 향해 무한히 접근했던, 20세기 이전에 단 한 번 있었던 예외의 시기였다. 이후 기독교는 플라톤주의를 수용하고 종교개혁을 겪으면서, 다시 신과 세계를 나누고, 육에 대한 영의 우위 확립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작가는 그 갈라지기 직전의 긴장된 시기를 소설의 배경으로 삼고 있다. 그리하여 『일식』에는, 초기 스콜라 철학이 변질되어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론은 점점 밀려나고, 새로이 플라톤주의가 득세하는 15세기 후반에서 16세기 초반까지 중세유럽의 사상적 흐름이 고스란히 복원되고 있다. 젊은 수도사인 주인공은 여전히 토마스 이론을 신봉하며 새로운 흐름을 경멸하는, 이른바 시대와 야합하지 않는 인물이다. 여기에 이단의 종교 철학들, 마니교와 이슬람교, 연금술과 같은 비주류 사상이 얽혀든다. 대개 한 시대의 사상적 흐름이란 간단히 몇 줄기로 분할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다양한 본류와 지류들이 교차하며, 그 가운데 각각의 진실과 허위를 공히 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도미니코 회 수도사인 주인공은 주류이자 정통 기독교 사상의 범주 안에 존재하면서도 늘 자신이 속한 사상에 의문을 제기한다. 영과 육으로 구분된 이원론으로는 궁극적 초월성을 만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이단 철학 안에 분명히 존재하는 진실과 접하고자 한다. 그리고 어느 날, 젊은 수도사는 한 연금술사와 조우하게 되는데…… 대학생 히라노는 이 같은 스토리를 매우 정교하게 전개해 나간다. 혹자는 다소 난해하다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히라노는 이런 평가에 대해 당당히 답한다. “저는 지금껏 글을 써오면서,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을 일부러 어렵게 쓴 기억은 없습니다. 반대로 적절한 표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소 어려운 단어라는 이유로 애써 쉬운 표현을 찾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작가가 글을 쓰는 데 있어, 독자의 수준을 낮게 설정하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골라가면서 쓰는 태도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모리 오가이의 문제가 어렵다고 얘기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그의 작품들을 주로 고등학교 때 읽었는데, 이해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어요. 물론 어려운 표현이 많이 등장하지만,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사전을 찾아가며 보면 되지 않겠어요? 소설이라고 해서 공부하면서 읽으면 안 된다는 법 있습니까? 설사 모리 오가이의 문체가 다소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근본적인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히라노의 인터뷰를 요약하자면, 무엇보다 장중한 의고체 문장과 현학적인 어휘 표현 모두 『일식』의 필연적인 선택이었다는 논지다. 스콜라 철학적인 고전주의와 르네상스적 인문주의가 부딪치던 당시 유럽 분위기를 어미語尾는 현대어이고 그 밖의 요소들은 메이지 시대 초기의 한자어로 구성된 독특한 문체로 담아낸 것이다. 결국 문장이 어렵다, 현학 취미다, 라는 비판은 그대로 뒤집혀 찬사로 완성되었다. 천재인가? 히라노는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내 소설을 뽑은 건, 아쿠타가와상에 의미 있는 일”이라고 단언하듯 말했다. 르 몽드 (1999년 3월 19일) 등단에서부터 수상까지 파격적인 기록을 낳으며 1백년 일본 현대문학의 ‘태양’을 삼켜버린 새로운 태양 히라노 게이치로. 만 스물세 살 대학생의 첫 소설 앞에서, 일본 문단은 ‘충격’이었다. 히라노는 근본적으로 순수한 정신을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여기는 작가다. 그러나 21세기에 계산 없는 순수함이란 넌센스다. 결국 그는, 철저히 계산하고 탐구하고 상상한다. 순수함을 위해, 작품의 배경이 될 시대를 고르고, 언어까지도 그 작품에만 한정되는 언어를 직조해낸다. 그는 플롯을 세밀한 밑그림으로 그린 후에 작품을 시작하고, 디테일을 디자인하고 인물과 사물을 하나하나 직접 데생하고, 몇날 며칠을 데생을 들여다보면서 그 그림에 적절한 묘사를 집요하게 찾아내는 작업을 한다. (‘밑그림’이나 ‘데생’은 비유가 아니다. 그는 실제로 그림을 그린다.)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지성, 철두철미한 구성, 경이로운 상상력, 전율을 느끼게 하는 묘사”란 평가의 이면에는 히라노의 완벽주의가 깔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식』은 빤한 이야기의 ‘달리 말하기’도, 그저 그런 스토리를 변주한 ‘낯설게 하기’도 아니다. 제120회 아쿠타가와 상 심사평 작품 구성의 크기와 사고의 심오함이 낳은 인상 때문이었으리라. 나는 『일식』을 읽으면서, 천장 높은 건축물에 발을 들인 듯한 인상이었다. 긴장감과 스릴이 스토리를 전개하는 장중한 힘을 이루고 있다. 참으로 스케일이 큰 신선한 작품이다. ―구로이 센지(소설가) 이 작품은 무모하다. 그러나 아무튼 해버렸다. 나 같은 사람은 감탄 이전에, 내던져진 그 시도가 별로 유난떨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맵시 있는 포물선을 그리는 것을, 아연 바라보았을 뿐이다. ―후루이 요시키치(소설가) 요즘 소설들이 보여주는 분위기나 내는 정도의 비현실감이나 자폐나 파괴충동, 그리고 종말의식 같은 단조로움에 나는 싫증이 난다. 그에 비해 소설의 정통에 서고자 하는, 히라노의 『일식』을 나는 추천한다. 이 소설이 의식적인 문어체의 격조를 마지막까지 잃지 않고 지켜나간 것도 참으로 대단했고, 주인공의 영혼의 통합체험도 공감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소설 공간이란, 스쳐 지나가는 잡다한 일상으로부터 ‘영혼의 현실의 결정을 만들어가는 연금로이며, 창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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