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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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남회근이 말하는 『맹자와 진심』 남회근 저서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유불도의 융회를 통한 동양 고전의 통합적 이해, 경전과 역사를 함께 탐구하여 체득하는 경사합참(經史合參) 방식, 유불도 경전에 대한 탁상공론식 해석이 아닌 실천적 가르침 등이다. 한마디로 고전에 대한 실천적 이해로 요약할 수 있다. 여러 학문에 두루 능통하고 또 몸소 수행에 나서서 체득한 바가 있는 저자가 이치와 경험으로 고전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맹자 진심' 강의는 저자의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이제까지 나왔던 그 어느 해석보다도 뛰어난 점을 보여 주었다. 이번에 내는 『맹자와 진심』(저작선 16)은 『맹자』 7편 「진심(盡心)」을 풀이한 것이다. 이미 2편이 『맹자와 공손추』(2015년)로, 1편이 『맹자와 양혜왕』(2016년)으로 나왔으니 「진심」은 맹자를 풀이한 세 번째 책이다. 저자는 「진심」 편을 일러 "맹자가 외용의 도를 말한 후 마음을 전하는 심법을 이야기하는 편으로 맹자가 성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이 심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맹자 학술 사상의 중심인 동시에 공맹의 심전"이며, 유가와 도가가 나누어지지 않고 불학이 중국에 들어오기 전 요순으로부터 비롯된 성인의 도를 이은 심법이 바로 「진심」에 서술되어 있다고 밝혔다. 『맹자와 진심』은 책의 반(半)을 불가의 이론을 빌려 유가의 구체적인 수양법을 드러내는 데 할애했다. 나머지 반은 내성(內聖)의 학문과 그것을 세상을 이롭게 하는 외왕(外王)의 학문을 연결하여 논했다. 수양을 다룬 후 개인의 수양이 세상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치 사상, 교화의 도리, 인간 이해 등으로 확장해 설명한 것이다. _ 맹자, 유가의 수양법과 수행을 말하다 남회근 저작의 핵심이자 가장 중요한 특징은 수양과 수행이다. 경을 설명하든 역사를 설명하든 그 바탕에는 심성 수양과 그것을 지켜내는 수행이 있다. 이는 남회근 저작의 전체 구성을 보아도 알 수 있고 대표적인 유학 경전인 『맹자』 「진심」 편의 강의 무게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저자가 유가의 수양법을 말하는 대목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다. 기존의 유가 사상 연구에서는 본체론이나 종교론, 우주론 등 형이상학적으로 설명했던 부분으로, 아마도 이 때문에 남회근에 대한 학계의 평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겠다. 선을 행하여 마음을 기르는 법, 욕심을 줄여 더 이상 욕망이 일지 않도록 하는 등 일상 속에서 어떻게 마음을 기르고 몸을 닦아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것은 좋은 예다. "그 마음을 보존함[存其心]"이란 매번 생각이 일어나고 마음이 격동되는 동안에도 선한 생각을 함으로써 그 마음을 보존하는 것이 서서히 많아져야 함을 말합니다. 이른바 "선하면 마음을 기르게 된다[善則養心]"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좋은 일을 한 후에는 그 마음이 즐거운데, 나쁜 일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해쳤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마음이 흐뭇합니다. 이것이 바로 "선하면 마음을 기르게 된다"는 이치입니다. (30쪽) 불가는 처음부터 망상을 없애고 망념을 제거하고 절대적으로 욕심을 없애라고 했습니다. (중략) 유가와 도가는 비교적 고명(高明)해서 먼저 "욕심을 적게 함"에서 시작해서 천천히 욕망을 감소시켰습니다. (328쪽) 실제로 불가에도 그런 법문이 있습니다. 일체의 습관이 먼저 '박지(薄地)'에 도달해야 하니, 망념과 욕망의 힘은 본래 아주 강한데 천천히 그것을 약하게 만듭니다. 그런 다음 '박지'에서 다시 '연지(軟地)'로 바뀌게 하여 부드럽게 만들면 힘이 없어집니다. 예를 들어 도를 닦는 사람은 성내는 생각[瞋念]을 제거하고 스스로를 억제하여 화를 내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해낼 수가 없으니, 반드시 먼저 욕심을 따라야[化欲] 비로소 서서히 줄어듭니다. 본래 강한 것이 엷게 변하고 다시 부드럽게 변해야만 억제할 수 있게 됩니다. (328쪽) 그렇지만 사람됨[人道]을 다함으로써 기맥이 활성화되고 나아가서 기맥이 통할 수 있을까? 불교나 도교의 수행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고개를 흔들면서 부정할 주장이다. 저자는 뚜렷이 답한다. '사람됨으로 충분히 기맥이 타통된다.' 바로 그것이 맹자의 체험이며, 「진심」은 그 점에서 맹자의 체험담이 분명하다고 한다. 진정한 수행은 심리 행위에서 시작하며 마음을 흔들어 참을성을 길러서, 마음이 움직이고 생각이 일어나는 사이에 "인의예지(仁義禮智)"에 합치되니 바로 지선(至善)의 경지입니다. 그렇게 되면 "마음속에 뿌리를 내려[根於心]" 즉 내심의 수행이 충분해져서 "그 기색에 나타납니다[其生色也]." 다시 말해 그런 후에는 기경팔맥과십이경맥이 모두 통하게 됩니다. "훤히 얼굴에 드러나며 등에 가득하며 사지에 베풀어져서", 그런 후에는 얼굴의 기색도 달라져서 환하게 빛이 납니다. (111쪽) 이것은 먼저 "이치를 궁구하고 본성을 다함으로써 천명에 이르는" 즉 심리 행위를 점검하는 수양이기도 하므로 수련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생리적인 변화가 생깁니다. 그와 동시에 심성과 체용의 도리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마음이 움직이고 생각이 일어서 사람 노릇 하고 일 처리 하는 이치가 외적인 행위로 드러나서 도덕적 준칙이 되고 사회 구성원들의 정치 윤리가 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112쪽) 맹자가 말했습니다. 망념을 줄일 수 있으면 서서히 헛된 일은 적게 생각하고 공상과 환상을 줄여 절실하고 요긴한 일 몇 가지만 생각합니다. 그렇게 자신을 훈련하고 수양하면 자연스럽게 환상과 망념이 갈수록 엷어지고 약해져서 마침내 선종 조사가 말했던 "마음을 쉬어서 망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직 생각할 만한 일이 없는 것이다"라는 경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것은 억지로 생각을 눌러 버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각할 일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중략) 이것이 참된 공(空)이니 이미 간파해 버린 것입니다. 이른바 "간파홍진(看破紅塵)"이 바로 그런 모습인데, 참으로 마음이 물처럼 평평한 경지에 도달하면 그 오묘함은 말로 할 수 없습니다. (329쪽) 유가의 수양법이 어떻게 몸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를 드러낸 부분은 기존의 남회근 저서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수행법과도 사뭇 다른 내용이다. 이 책의 가치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맹의 심전(心傳)을 다루는데, 그 내용이 자못 고루하지 않고 혁신적이기까지 한 것이다. 그러기에 「진심」 강의는 귀하다. 수행은 언제나 종교를 넘어선다. _ 유가의 사상과 수행을 불교의 이치로 풀어내다 저자에 의하면, 도에 이르는 중국의 독특한 심법은 외래 사상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고유의 것이다. 하지만 "서로 같은 원리를 다르게 표현"하기에, "형이상의 최고 철학인 성명(性命)의 이치에 관해서 불가의 분석은 정밀하고 상세한 데다 귀납되는 결론 역시 절대적으로 옳다"고 보았기에, 불교의 개념을 빌려와 「진심」의 심(心), 성(性), 명(命)의 이치를 풀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맹자와 진심』의 핵심인 진심(盡心)-지성(知性)-천명(天命)을 설명하는 대목을 보자. 맹자는 불법이 들어오기 이전에 이미 "그 마음을 다해야[盡其心]" 즉 자기 마음의 근원을 찾아내야 비로소 "그 본성을 알 수 있다[知其性]"고 제시했습니다. 이것은 '명심견성'이라는 어휘의 근원이니, "그 마음을 다해서" "그 본성을 알아야" "하늘을 알 수[知天]" 있습니다. (중략) '하늘[天]'은 형이상적 본체와 형이하적 만유 작용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불법에서 말하는 법계(法界)를 대신하는 부호 같은 것이지요. (22쪽) 유가의 '진심지성(盡心知性)' 학설 가운데 맹자의 수양은 '동심인성(動心忍性)'입니다. 이것은 곧 사람 노릇과 일 처리를 하는 수양입니다. '진심지성'은 고요하고 안정된경계라고도 말할 수 있으며, 전반적인 수행의 원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