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소한 일에도 걱정이 앞설까?”
‘걱정 많은 나’에서 ‘멘탈 강한 나’로 거듭나는 4단계 심리 처방
남에게 피해를 줄까 봐 전전긍긍하는 남자가 있다. 그는 회사에서나 친구들 사이에서나 갈등이 일어나는 게 싫어 조용히 산다. 잔소리를 해대는 여자친구에게 짜증 한 번 내지 않는다. 그런데 겉보기엔 순하고 자상한 이 남자, 묘하게 사람 속을 뒤집는 재주가 있다. 회사에는 곧잘 지각을 하고,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도 수시로 까먹는다. 대체 왜 그럴까?
신간 《걱정도 습관이다》의 저자에 따르면, 놀랍게도 이는 ‘습관성 걱정’의 수많은 폐해 중 하나다. 남을 실망시킬까 봐 걱정이 많은 이 남자는 본인이 하기 싫은 일도 남이 원하면 억지로 하려고 든다. 하지만 무의식중에 자아가 고개를 빳빳이 쳐들면서 결국 늦잠을 자거나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식으로 남의 뒤통수를 치고 만다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들의 증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ㆍ 남의 눈치를 많이 본다.
ㆍ 실수를 할까 봐 두려워한다.
ㆍ 주변 사람들로부터 예민하게 군다는 말을 곧잘 듣는다.
ㆍ 스스로 정신력이 약하다고 생각하고, 수시로 피곤함을 느낀다.
ㆍ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상황이나 사람은 회피하려 든다.
《걱정도 습관이다》는 이처럼 걱정이야말로 평범한 우리들의 정신을 갉아먹는 지긋지긋한 주범이라는 사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절대 끊어지지 않는 걱정의 슬픈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시에 우리가 습관성 걱정에서 당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무엇보다 머릿속을 꽉 채운 복잡한 걱정을 깨끗이 헹궈내고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로 재탄생하기 위한 지침을 생생한 사례와 함께 명확히 짚어주고 있다.
“자꾸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게 될 때”
MBA 출신 정신과 의사의 현실적인 걱정 관리법
이 책의 저자 최명기는 ‘마음 경영 전문의’로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정신과 의사로서는 이례적으로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여 MBA까지 취득했다. 마음이라고 하는 추상적인 대상을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하는 바람에서였다. 그래서인지 그가 마음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여느 의사들과 다소 차이가 있다.
병의 증상에 집중하면서 그에 맞춰 약을 처방하는 여느 의사들과 달리, 그는 기업이 시스템을 바꿔 혁신을 달성하듯 사람 역시 마음과 정신의 결을 바꿔 증상을 치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마음의 성장을 이룬 사람들은 폭주하는 걱정을 스스로 잘 통제하고, 감정을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관리해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제안들은 다른 심리서들에 비해 퍽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나에게 언짢은 기색을 비칠 때는 ‘저 사람이 대체 내게 왜 그러는 거지? 내가 말을 잘못한 건가?’ 하고 걱정에 휩싸일 것이 아니라, 그냥 ‘나를 싫어하고 미워해서’라고 심플하게 생각하고 나도 기분 나쁘다는 뜻을 분명히 전하라는 식이다. 이 룰은 심지어 부모-자식 간에도 적용된다. 아이를 아무리 사랑하는 부모라도, 아이가 말썽을 부려 혼내는 그 순간만큼은 아이가 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자꾸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재앙화’ 경향의 사람들에게는 타인의 불행에서 위안을 받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것이 ‘근심의 꼬리를 자르는 조금 비겁한 방법’이며 ‘도덕적으로 올바른 방법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당장 마음이 너무나 괴로운 사람들에게는 ‘결코 나쁘지 않은 임시방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머리가 너무 아플 때면 묘지를 찾아가 걱정의 무게를 덜어낸다고도 고백한다.
“남의 말보다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평생 걱정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 성장의 심리학
저자는 진정한 마음 성장을 이뤄내 걱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4단계 과정을 제시한다.
먼저 1단계는 ‘나란 사람 이해하기’다. 여기에서는 당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 사소한 일에도 겁먹고 고민하는 사람, 자꾸 남의 눈치를 보게 되는 사람 등 걱정 많은 이들의 다양한 유형과 특성이 소개된다. 이를 위해 관련 사례를 자세히 담아 자신이 가진 문제와 성격, 행동의 특성과 비교해볼 수 있게 구성했다. 나아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으면 그 부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까지가 이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2단계는 ‘일상 속의 작은 노력’이다. 나의 어떤 면이 걱정을 만들어내는지 알았으면 이제는 “내 머릿속 근심 걱정, 무엇으로 쫓아낼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들쭉날쭉한 감정을 온전히 붙잡기 위한 감정 일지 쓰는 법과, 걱정 집중 시간 및 생각 집중 시간을 번갈아 정해놓음으로써 걱정을 관리하는 방법 등이 소개된다. 무엇보다 걱정을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일상 속의 작은 노력들을 통해 걱정을 조금씩 줄이려는 시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3단계는 ‘마침내 결단 그리고 결정’이다. 어떤 걱정에도 괴로워하지 않는 강한 멘탈을 갖고자 한다면 지금부터 펼쳐질 내용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단계는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까?”라는 물음에 답을 찾는 과정이다. 특히 나를 둘러싼 환경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누구를 가까이하고 누구를 멀리해야 할지 등에 관한 힌트가 제공된다.
4단계는 ‘더 단단한 나를 향해 한 걸음’이다. 마음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한 단계로, 여기서는 생애 주기별로 인생 목표를 세우는 법이라든가 무의식적인 성장을 이루는 법 등을 소개한다. 걱정을 덜하게 되고 끓어오르는 감정을 순식간에 잘 가라앉히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외부적인 상황에 영향받지 않고 나를 지켜갈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3단계, 4단계는 바로 이런 체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평생에 걸쳐 꾸준히 내적 성장을 일구어가겠다는 개인의 강한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미리 하는 걱정의 99퍼센트는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말조차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당신에게 이 책은 따뜻하면서도 냉철한 처방전을 건넨다. 남이 뭐라고 하든 말든 웃어넘길 줄 아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 닥치지 않은 상황에 대해 미리 넘겨짚지도 고민하지도 않는 여유 있는 사람이 늘 부러웠다면, 이 책을 통해 당신도 그렇게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