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이수명 · Poem
1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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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450권. 이수명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이다. 갑자기 솟아오른 듯하지만 고요하고 고독하게 응시하는 시법으로 탄생한 시인의 시어들은 아무런 굉음없이 충돌한다. 자연수가 관념과 만나고 건축은 살아 숨을 쉬며, 주어가 예상치 못한 동사를 만나 벌이는 말의 과잉과 말의 한계가 드러나는 지점은 시가 아닌 다른 무엇일 수 없다. 어떤 '믿음 위에 우선 눕'게 되는 우리가 '똑같은 날들을' 바닥에 털어내고 '분별을 모두 잃'게 되는 그때 오롯이 시적인 순간 시적인 삶이 그려진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옳은 것처럼 보였다'라는 시어는 그의 시들을 반증한다. 시인은 누구보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아니 옳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권혁웅은 이수명의 시를 가리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도 시는 더한 역량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이번 시집은 말로서 번식하는 의미들이 아닌 빠져나가고 미끄러져 나가는 말의 속성과 시적 역량을 다시 한 번 유감없이 발휘한다. "시는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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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1부 시멘트 야채 종이 같은 것들|털실 따라 하기|4차선 도로|이유가 무엇입니까|누가 잠시|대부분의 그는|체조하는 사람|우리는 조용히 생각한다|나무에 올라갔는데|발코니에서는 괜찮아|이 건물에 대하여|팔을 들고|누워 있는 사람|나는 연결된다|툰드라|그대로|이 트럭|벼랑|시소의 시선 2부 여러 차례|운동장|소수의 사람들|좌판|천천히|맨 위로 올라가|나를 나른다|지면|인기척 안으로|마치|밤의 편대|박스를 덮고|소년의 형태|밀집 지역|우리의 비례|지내는 동안|사회 시간|세상의 모든 휴가|오늘은 내가 가장|즐거운 높이 3부 기상캐스터|오늘은 참|벽돌 쌓는 사람들|거주자들|공장의 결과|자정이 오고 있다|도처에서|거의 사실적인|방명록|대열|너의 모습 해설|시는 멈추지 않는다_권혁웅(문학평론가)

Description

‘이유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 뒤로 따르는 이유 없는 대답 증식하는 기호들, 증발하는 의미들 문학과지성 시인선 450번째 시집으로 이수명의 『마치』가 출간되었다. 증식하는 기호들로 의미를 확산하고 동시에 의미를 증발시키는 자신만의 시(‘이수명의 시’)를 만들어온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이다. 갑자기 솟아오른 듯하지만 고요하고 고독하게 응시하는 시법으로 탄생한 그의 시어들은 아무런 굉음 없이 충돌한다. 자연수가 관념과 만나고 건축은 살아 숨을 쉬며, 주어가 예상치 못한 동사를 만나 벌이는 말의 과잉과 말의 한계가 드러나는 지점은 시가 아닌 다른 무엇일 수 없다. 어떤 “믿음 위에 우선 눕”게 되는 우리가 “똑같은 날들을” 바닥에 털어내고 “분별을 모두 잃”게 되는 그때 오롯이 시적인 순간 시적인 삶이 그려진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옳은 것처럼 보였다”(「여러 차례」)라는 시어는 그의 시들을 반증한다. 시인은 누구보다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아니 옳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권혁웅은 이수명의 시를 가리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도 시는 더한 역량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이번 시집은 말로서 번식하는 의미들이 아닌 빠져나가고 미끄러져 나가는 말의 속성과 시적 역량을 다시 한 번 유감없이 발휘한다. “시는 멈추지 않는다.” 시에는 시 자체의 역량이 있으며, 이것이 불변자 곧 변치 않는 자질이 되어야 한다. 이수명은 오랫동안 이 역량을 믿어왔고 탐색해왔다. 이수명의 시가 소개하는 이상한 시공간은 바로 이 불변하는 시의 역량에서 도출되는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이수명에게 고유한 시작법이란 없다. 각각의 시들이 해설이 담당할 말들을 설명이 아닌 방식으로 되돌려놓았다. 숨은 것은, 아니 숨겨진 것은 없다. 전부 숨은 채로 드러나 있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도 시는 더한 역량을 발휘한다. 시 자체의 역량이 불변하기 때문이다. 시는 멈추지 않는다._권혁웅(문학평론가) 로스트 룸 ― 거룩한 ‘있음’을 집어삼키고 사라지는 ‘있음’을 거머쥐는 공간 어떤 방도 열 수 있는 ‘마스터 키’가 하나 있다. 그 열쇠로 문을 열면 항상 같은 방이 나온다. 그 방은 공기의 흐름도 정지된 듯 고요한 방이다. 어떤 물건이든 그 안에 던져 넣고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면 물건은 사라지고 방은 말끔히 정리되어 있다. ‘리셋’이다. 그리고 그 방을 통과해 반대편 출구로 나오면 낯선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고요하지만 엄청난 힘을 가진 이 방을 이수명의 시에 비유하면 어떨까. 백지, 제로 베이스, 무(無)의 세계에서 솟아오르고 전율하는 시들. “들판을 달리고 있는 사나이가 들판을 들고 온다. 들판은 늘어나는 사용이다. 사나이는 사나이에게로 밀려난다. 시멘트 야채 종이 같은 것들을 끄집어낸다”(「시멘트 야채 종이 같은 것들」). 이렇게 시작되는 시집은 한 편의 시 안에서도 일인칭이었다가 이인칭이었다가 삼인칭으로 바뀌며, 고백형이었다가 서술형이었다가 명령형으로 바뀐다. 먼저 가 했던 것 같고 가지 마 했던 것 같고 도로가 완전히 퍼져 나가면 도로를 막고 서 있으렴 [……] 실려 있는 것들을 지상의 모든 운반을 내려놓으라 하고 (「4차선 도로」 부분) 이유가 무엇입니까, 구겨진 신발 속으로 들어가다 말고 원인들은 무사히 지냅니까, 시체들이 바스락대는 날들입니다. 뼈가 어긋나고 더 멀리 방사상으로 팔을 벌린다. 싹이 나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무엇 하나 뱉어내지 못하고 한꺼번에 삼켰거든요.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삼키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패잔, 조심성 없이 이유가 모여 있습니까, 내 생각을 물을 때마다 내 생각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부분) “이유가 무엇입니까”라는 독자를 대변하는 듯한 이 물음에 “내 생각을 물을 때마다 내 생각이 가능해질 것이다”라고 답하는, 전능한 시의 가능, 시의 놀이.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일깨우지 않”으며 “두리번거리지 두리번거림에는 인기척이 없어 나는 인기척을 소란스럽게 만들어봅니다”. 이것이 이수명의 시가 사라지고 시작되는 지점이다. 마치, 꿈꾸는 것처럼 ― 무엇과도 연결될 수 있는 언어의 능력, 무엇으로든 변환되는 언어의 무력 “종이 한 장에 쓰인 시가 한 줌의 질량으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발휘하”는 시의 우주를 체험한 어떤 사람이라도 결정 불가능하며, 해석적 순환이 멈추지 않는 이수명의 시가 만들어내는 에너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수명의 모든 시어들은 “산출자이자 전환자”로 그 자신이 사물이면서 사물을 낳는 계기가 된다. 문학평론가 권혁웅의 말처럼 “입자와 파동을 자유롭게 오가는 빛의 역량처럼, 시 역시 계기와 사물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시간과 공간, 감정과 동작 모두를 시적 역량의 표현으로 만든다”. 어떤 것에도 가 닿을 수 있는 힘으로 무장한 저 직유의 수사 ‘마치’는 또한 마치 행진march하는 병정들처럼 시에 박동을 불어넣는다.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마치 꿈꾸는 것처럼.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구나 꿈속에서 처음 보는 접시를 닦고 있구나 접시를 아무리 가지런히 놓아도 마치 죽은 잎들이 땅을 덮으리 죽은 잎들이 땅을 온통 덮으리 그러면 실시간 그러면 거리에는 마치(「마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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