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자신만의 독특한 ‘카프카적’ 세계를 형성하여 존재론적 질문과
근원적인 불안, 갈등을 통해 인간의 실존과 소외, 허무를 심층적으로 다룬
실존문학 문학의 선구자이자 20세기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카프카 단편집》
카프카는 일생 동안 자기 존재에 대한 질문과 커다란 상처에 시달렸다. 유대인으로 태어났으나 동방의 정통 유대인이 아닌 유럽화된 서방 유대인에 속했고, 유대인으로 태어났으므로 기독교 사회에 속할 수 없었다. 독일어를 사용했으나 체코인은 아니었고 보헤미아계 독일인도 아니었으며, 보헤미아에서 태어났으나 오스트리아에 속하지도 않았다. 또한 노동자재해보험국의 관리였으므로 일반 서민 계급은 아니었으며, 상인 가문에서 태어났으므로 노동자 계급도 아니었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무수한 세계에 속하면서,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이방인이었다.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카프카의 문학은 유별나게 그의 생애와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다. 카프카를 집중적으로 연구한 독일의 영향력 있는 문예작가 빌헬름 엠리히(Wilhelm Emrich)는 카프카의 문학이 지니는 특수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의 모든 작품은 하나의 통일된 핵심적인 ‘약속’에 의해 그 구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나하나의 작품은 서로 다른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밀하게 관찰하고 분석하면 하나의 근원적인 구조에 의해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카프카의 생애는 실존주의가 탄생하기까지의 배경과 일치하는데 기계 문명에 의한 인간의 평균화, 자기 소외, 공동 사회와 개인의 대립, 존재의 독자적인 방법으로써 실존의 자각 등 이처럼 인간의 실존이 사회 구조적으로 위협받기 시작한 20세기 초, 위기 상황 속에서 카프카의 문학이 탄생했다. 카프카에게 있어서 ‘존재한다’는 것은 ‘있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소속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존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소속되어 있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카프카의 작품은 소속과 무소속, 존재와 비존재, 내면의 고뇌와 무수한 존재론적 질문— 그에 답하는 실존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관찰》 《시골 의사》 《단식 수도자》는 카프카의 소품과 단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관찰》은 1912년 출간된 카프카의 첫 작품집으로 〈국도의 아이들〉 〈경마 기수를 위한 사색〉 〈불운하다는 것〉 등 18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1920년에 출간된 두 번째 작품집 《시골 의사》는 자신의 외삼촌 지크프리트 뢰비를 모델로 삼아 자전적인 요소를 담은 〈시골 의사〉와 내면의 근원적인 갈등을 형상화해서 다룬 〈서커스 관중석에서〉 〈황제의 사자〉 〈어느 학술원에의 보고〉 등 1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1924년, 키얼링 요양소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며 교정한 원고이자 마지막 작품집인 《단식 수도자》는 폐결핵으로 후두가 부어 말하기와 음식 섭취가 어려운 당시 상황에 영향을 받았는지, 예술가적 삶의 자기 확인으로써 단식을 행하는 광대의 삶을 그린 〈단식 수도자〉와 〈최초의 고민〉 〈가수 요제피네, 혹은 쥐의 일족〉 등 4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단식 수도자〉의 단식 광대는 전형적인 카프카적 인물로서, 사회 전반에 소속되지 못하고 소외되고 희생되는 개인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카프카의 처음과 죽음을 함께한 작품집 《관찰》 《시골 의사》 《단식 수도자》를 한데 묶은 이 책 《카프카 단편집》은 실존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카프카가 일생 동안 한 치 양보 없이 전개해온 자기 존재에 대한 물음을 오늘날 다시 새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