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를 만든 과거의 관계를 돌아보며
이별과 상실의 장면들에서 길어 낸 사랑의 이론들
사랑, 친밀함, 자아에 관한 우아한 걸작이다. ― 록산 게이
에세이집 『두루미 아내』는 『파리 리뷰』에서 1백만 회 이상 조회되고 많은 여성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 내며 커다란 화제를 일으킨 기고문에서 출발했다. 파혼하고 열흘 뒤 소설 취재를 위해 두루미 탐구 답사를 떠난 저자 CJ 하우저는 외딴 바닷가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의 사랑과 내면을 진솔하고도 섬세하게 돌아본 이 에세이를 썼다.
이 책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한 여성의 내밀한 삶, 사랑, 자기 발견에 관한 솔직하고도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곱씹으며 사랑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저자는 타인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일이 결국은 〈나는 어떻게 지금의 내가 되었나〉 숙고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 이 책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여성의 내밀한 기록이자 연인, 가족, 친구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은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 깊이 공감하고 응원하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관계와 친밀함에 대한 박사 논문급 분석이자
진지한 자기 치유의 기록
나는 왜 이럴까? 나는 그때 왜 그랬을까? 소설가이자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CJ 하우저는 에세이집 『두루미 아내』를 통해 이런 질문들에 답하며 우리를 그의 삶에 기록된 기억의 지도 속으로 이끈다. 그 안에 들어가면,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수만큼 칸을 옮기는 보드게임처럼 예측할 수 없는 장소들을 오가게 된다. 「오즈의 마법사」 콘셉트의 카지노, 뉴욕 브로드웨이의 오래된 소극장, 로봇 경진 대회가 열리는 마이애미주의 한 경기장, 그리고 텍사스주의 두루미 서식지……. 이런 장소들을 배경으로 저자는 자신의 과거를 반추한다. 이 장소들은 저자에게 깊이 영향을 준 사람들의 모습이 되살아나는 무대가 되고, 저자는 그곳에서 상연되는 장면들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과오들을, 나도 모르는 채 새겨졌던 상처들을 깨닫는다.
하우저는 친밀했던 사람 ― 가족 또는 연인, 혹은 친구들과의 기억을 해부하며 사랑에 대한 이론과 가설들을 써내려 간다. 그리고 그 이론과 가설은 자신의 상처, 결핍, 욕망에 대한 스스럼없는 고백과 짝을 이루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보편성으로 나아간다.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을 떠나지 못하는 마음처럼 누구든 마주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복잡한 감정들을 하우저는 돌이켜 본다. 그 과정 속에서 그는 〈그때는 왜 몰랐을까?〉라며 자책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뚜렷하게 인식하고 성장하려 하며, 상처를 보듬는 해학을 독자와 나누려 한다.
우리를 〈미치게 만드는〉 현실 속
상처와 결핍과 욕망 들을 해부하는 이야기
『두루미 아내』에 대한 열광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세월이 흘러도 쉽게 달라지지 않으면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현실이 있고, 이 에세이는 그 현실의 한 원형에 가깝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똑똑하고 재능 있고 열정적인 여성들이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연인과 함께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을 것이다. 훌륭한 무대 뒤 스태프처럼 자신을 서서히 지워 나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계속 살아갈 수는 없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두루미 아내』에서 저자 하우저는 자신의 삶을 해체해,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나열해 보인다. 그것들은 웃음을 주체할 수 없는 단막극의 형태로, 혹은 눈물 젖은 일기장의 형태로 이 책의 곳곳에 놓여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 일과 자기 정체성을 선택하는 일을 혼동하게 되는 여자(「헵번 자신으로서의 헵번」), 애정에 굶주린 여자가 되지 않기 위해 욕망하는 것을 포기하는 여자(「두루미 아내」), 이 사람과 사귀어서 그를 구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자(「램프를 든 여인」)들이 있다. 옮긴이의 말을 빌려, 〈등짝을 퍽〉 때려 주며 정신 차리라고 말해 주고 싶지만 하우저는 그런 선택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상한 현실을 함께 제시하고, 그런 선택의 밑바닥에 있는 〈마음〉, 무 자르듯 쳐낼 수 없는 욕망과 감정을 파헤친다. 록산 게이는 이 책을 읽고 〈사랑, 친밀함, 자아에 관한 우아한 걸작〉이라 평했다. 여성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를 읽고 싶은 독자,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이 비루하고 지난하다는 것을 아는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