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 인생 역정과 꿈의 무대 바다, 그곳에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해양인들이 있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 바다는 미지의 공간이면서 무궁한 가능성의 공간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많은 사람이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지만, 그런 해양인에 관한 인식은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해양인을 ‘뱃놈’이라고 부르는 등 그들을 천시하고 해양직업을 부끄럽게 여기는 시선 또한 존재한다. 30여 년간 해양문화를 연구해온 김정하 교수는 그러한 편견에 부당함과 의문을 느끼고 해양인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개선하고자 바다로 향했다. 그리고 1년간 부산을 중심으로 전국의 각종 해양수산 관련 현장의 실무자, 전문가, 애호가를 만나 인터뷰를 나누고 해양인들의 일과 삶을 듣고 정리했다. 『나는 바다로 출근한다』에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오며 다양한 해양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 25인의 삶이 녹아 있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저자는 해양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적인 오해와 오류의 소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자들은 이 책에 소개된 해양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넓은 해양직업의 세계를 경험할 것이다. 해양의 의미와 가치를 지켜온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읽으며 해양수산 종사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바로잡기를 기대한다. ▶ 일터이자 배움의 터전, 바다에서 일하고 바다를 배우는 사람들 1부는 바다를 배경으로 묵묵히 일해온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여성에게 힘들고 위험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인 바닷일이기에 바다에서 자신의 분야를 개척해온 여성 해양인의 이야기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50년 넘게 영도에서 물질을 해온 해녀들은 세월의 변화에 따라 작업 방식에 변화를 겪었다. 어장의 황폐화를 피부로 느끼는 그들은 바다 오염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환경의 파수꾼이 되어 경종을 울리는 한편 해녀 어로문화를 지키고 알리는 데도 열심이다. 오랜 시간 바다를 누빈 선박에 들러붙어 있는 해조류와 녹을 떨어내는 ‘깡깡이아지매’에게 깡깡이질은 자부심 어린 직업이다. 깡깡이질은 여성에게 힘들 뿐 아니라 남들에게 알리기 부끄러운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럼에도 40년간 깡깡이질을 하며 자식을 키우고 생계를 일군 강애순 노인의 삶은 ‘조선 강국’이 된 우리나라의 선박수리업을 떠받쳐온 여성 근로자의 모습 그 자체이다. 국내 최초의 여성 선장인 전경옥 선장은 미래의 한국 해운업계에서 여성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상징적 인물이다. 여성 해기사의 평균 승선 기간과 체력에 대한 선입견과 싸우며 열악한 해운환경에서 살아남은 그는 여성 해기사의 교육과 인력 활용, 복지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 외에도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한 숭어들이 어로장, 수산물 경매사, 항로표지원과 크레인 기사, 부산항 도선사 등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일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2부에는 바다의 문화와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들은 바다와 인간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어민의 재산 손해를 발생시키는 ‘바다의 병’ 적조를 막기 위해 한평생을 바친 해양연구자는 오랜 기간의 연구 끝에 황토가 적조 퇴치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알아내 어민들의 피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바닷가의 미관을 해치고 쓰레기가 쌓이게 할 뿐 아니라 추락사고의 주범이기도 한 테트라포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신공법 방파제 개발자들의 노력도 엿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의 바다가 지닌 역사를 파고드는 해양사학자와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힘쓰는 전 헌법재판관, 예비 선원을 길러내는 교수의 인터뷰를 실었다. ▶ 즐거움과 가능성의 공간 바다, 바다의 문화를 지키고 미래의 바다를 준비하다 바다는 생존과 배움의 공간임과 동시에 문화의 공간이기도 하다. 부산의 송정은 서핑을 위해 매년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이곳이 서핑의 성지로 자리 잡은 데는 송정 앞바다에서 한국 최초의 서핑을 시작한 송정서핑학교 서미희 대표의 노력이 있었다. 서미희 대표는 독학으로 파도 읽는 법을 터득해 서핑학교를 열고 전국에 서핑학교 운영시스템을 보급했다. 박수현 수중사진가는 바다에 매료되어 30년 넘는 세월 동안 2천 회 넘게 바다로 뛰어들었다. 위험과 두려움을 이기고 바다로 뛰어들어 해양생물을 소개하는 그의 작업을 통해 바닷속 기후변화로 인한 수중 생태계의 변화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유일의 범선 선장, 해양가요 연구자, 남해안별신굿 예능 보유자의 이야기를 통해 바다의 문화를 연구하고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21세기의 바다는 해양산업 발전, 해양오염, 기상이변 등의 문제에 대처해야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4부에서 저자는 바다의 미래를 도모하는 해양인을 만난다. 조형장 해양건축사는 서울의 세빛둥둥섬이나 제주의 선상 호텔처럼 부산에도 해양건축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다의 곡선미를 살린 ‘마리나 복합시설’로 학계와 업계의 인정을 받은 그의 최종 목표는 해양건축을 통해 바다를 재창조하는 것이다. 해저로봇 개발자 이판묵 박사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무인잠수정을 개발해 해저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해양로봇 개발이 아직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 국내 상황이지만 그는 인내를 가지고 해저로봇이 실용화될 미래를 준비한다. 이 외에도 4부에서는 미래의 복합문화공간이 될 어촌과 크루즈 관광이 활성화될 미래를 그리는 해양인, 극지 개척을 위해 노력하는 연구자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해양인들에게 이처럼 바다는 인생 역정과 꿈이 펼쳐진 무대였다. 때로 사회적 편견과 오해로 인해 그들이 하는 일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했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 끝내 한 편의 역전 드라마를 썼다. 『나는 바다로 출근한다』는 바다를 지키는 현재와 미래의 해양인들에게 건네는 힘찬 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