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비용

데버라 리비 · Essay
1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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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 이은 데버라 리비의 자전적 에세이 3부작의 둘째 권. 50대에 들어선 지은이가 이혼한 시점을 배경으로 사회가 여성, 특히 어머니라는 존재를 두고 멋대로 품은 망상과 이들에게 가해 온 억압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 문학과 영화, 조각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한 앞선 세대 여성 작가들과 교감하는 한편 젊은 여성 세대에 희망과 연대를 표한다. 이 자전적 이야기의 메시지는 “아직 쓰이지 않은 주연급 여성 캐릭터”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살림 비용>은 그런 캐릭터를 작품에서 형상화하려는 작가의 고민을 공유하는 에세이며, 나아가 지은이 자신이 현실에서 그런 여성이 되고자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전작에 이어 번역가 이예원이 간결하면서도 암시적인 지은이의 산문을 생명력 넘치는 우리말로 재탄생시켰고, 책 말미에는 소설가 백수린의 ‘후기’ 「나로 존재하는 수고로움」과 강영숙, 강화길, 최은미의 ‘추천의 글’을 수록해 한국어판에 생생한 숨결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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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1 빅 실버 2 폭풍 3 그물 4 노란빛 나날 5 중력 6 전기 신체 7 검고 푸르스름한 어둠 8 공화국 9 방랑하는 밤 10 내가 지금 있는 곳 X 11 집 안을 오가는 발소리 12 모든 것의 시작 13 우윳빛 은하 14 반가운 기별들 후기 나로 존재하는 수고로움 - 백수린 추천의 글 174

Description

젠더와 나이가 가하는 제약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소설가 데버라 리비, 작품 속 등장 인물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도 자유로운 여성이 되기로 결심하다 가부장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불안하면서도 흥분되는 새로운 삶에 대한 묘사, 앞선 세대와 후속 세대 여성들에게 보내는 연대의 손길까지, 자유로워지고자 고군분투하는 여자들에게 바치는 이야기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 이은 데버라 리비의 ‘생활 3부작’ 둘째 권 『가디언』 선정 ‘21세기의 책 100권’ 2020년 프랑스 페미나상 해외 문학 부문 수상 소설가 백수린의 ‘후기’, 강영숙, 강화길, 최은미의 ‘추천의 글’ 수록 “남자와 아이의 안위와 행복을 우선 순위로 두어 오던 가정집이라는 동화의 벽지를 뜯어낸다는 건 그 뒤에 고마움도 사랑도 받지 못한 채 무시되거나 방치되어 있던 기진한 여자를 찾는다는 의미다.” 201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영국 소설가 데버라 리비는 자전적 에세이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발표했다. 처음 출간되었을 때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라는 부제가 붙기도 한 이 책에서 리비는 밝히지 않은 상처를 안은 채로 여성 작가의 자아라는 문제를 성찰했다. 활발히 소설 집필을 이어 가던 와중 그는 이 자전적 에세이를 ‘생활 자서전’(living autobiography) 3부작으로 확장했고 2018년에 둘째 권인 『살림 비용』을 출간했다. 『살림 비용』은 출간 후 “회고록이자 페미니즘 선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가디언』이 뽑은 ‘21세기의 책 100권’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고, 2020년에는 『알고 싶지 않은 것들』과 함께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심사 위원이 전원 여성으로 구성되는 페미나상의 해외 문학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전작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 이어 이번에도 이예원 번역가의 작업으로 플레이타임에서 『살림 비용』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 50대에 들어선 지은이가 이혼한 직후 시점에서 시작되는 『살림 비용』은 사회적 보호를 빌미로 사회가 여성, 특히 어머니라는 존재를 두고 멋대로 품은 망상과 이들에게 가해 온 억압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 지은이는 문학과 영화, 조각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한 앞선 세대 여성 작가들과 교감하는 한편 젊은 여성 세대에 희망과 연대를 표한다. 또 “타고난 초현실주의자”라는 평가답게 현재와 과거를 공존시키는 형식 실험을 통해 향수에 붙들리지 않고서 독자들을 새로운 삶으로 데려가고 있기도 하다. 이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아직 쓰이지 않은 주연급 여성 캐릭터”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살림 비용』은 그런 캐릭터를 작품에서 형상화하려는 작가의 고민을 공유하는 에세이며, 나아가 지은이 자신이 현실에서 그런 여성이 되고자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살림 비용』은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 이어 번역가 이예원이 한국어로 빚었다. 번역이 출발어를 도착어로 ‘옮겨 쓰는’ 행위임을 독창적인 문체로 증명해 온 옮긴이 덕분에 간결하면서도 암시적인 지은이의 산문이 생명력 넘치는 우리말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또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책 말미에 소설가 네 명의 ‘후기’와 ‘추천의 글’을 수록했다. 2020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백수린은 ‘후기’ 「나로 존재하는 수고로움」에서 옥상 수도 동파와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매개로 가부장제 바깥에서 살림을 꾸려 가는 여성 작가의 분투라는 주제를 자신만의 색채로 변주하고 있다. 지은이 못지않게 새로운 여성 등장 인물을 모색하고 실험해 온 소설가 강영숙은 『살림 비용』이라는 텍스트의 요체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추천사를 기고했고, 한겨레문학상과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한 강화길은 지은이의 문장을 통해 에밀리 디킨슨, 버지니아 울프 같은 선배 여성 작가들을 다시 만나며 다진 각오를, 2021년 현대문학상 수상 작가 최은미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공동의 장에서 맞닿”는 언어의 기쁨을 담은 추천사를 보내 왔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활발히 창작 활동을 벌이고 있는 여성 작가들의 문장은 『살림 비용』 한국어판에 더욱 생생한 숨결을 불어 넣어 주고 있다. “다른 재능을 가진 새로운 주인공들을 찾을 때였다.” 50대에 들어선 여성 작가 데버라 리비,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고자 과거에 작별을 고하다 2013년에 출간한 『알고 싶지 않은 것들』에서 40대의 데버라 리비는 “인생살이가 어지간히 고되고 내 신세와 전쟁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 통 보이지 않아 막막해” 하다 에스파냐의 마요르카로, 이를 경유해 어린 시절을 보낸 아파르트헤이트 시기의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5년 후 발표한 후속작인 『살림 비용』에서 50대에 들어선 그는 20여 년간 함께한 남편과 막 이혼한 상태다. 하지만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세한 경위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는 가부장제의 손아귀에 붙잡혀 있었던 지난날 입은 손실을 헤아리며, 현실에서나 픽션에서나 새로운 여성성을 빚고 지어야 할 필요를 성찰한다. 이혼을 겪고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한 다음 새로운 살림을 시작하는 여정을 기록한 이 책에서 지은이가 경험한 일화들과 회고하는 과거들은 가부장제에서 여성의 지위, 여성성의 문화적 정의를 중심으로 연결된다. 그는 종종 일상의 경험에서 관찰과 생각을 이어 나가다 젠더 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빛나는 문장으로 매듭짓는다. 세심한 관찰자인 지은이의 시야에 들어온 남자 상당수가 가부장제의 충실한 수호자다. 젊은 여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말이 너무 많다며 무시하는 중년 남자, 와이프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와이프’라고만 지칭하는 기혼 남자, 부인을 절대 쳐다보지 않는 남편, 처음 만난 여자에게 시중을 요구하는 남자, 자신만이 세상의 주연이며 화젯거리여야 한다고 굳게 믿는 무수한 남자. 때로는 여자들마저도 가부장제에 중독돼 다른 여자를, 그리하여 자기 자신을 맹렬히 혐오하기에 이른다. 여자들은 가정에서 “손수 짓고 꾸린 가정집에서 정작 스스로는 겉도는 느낌과 대면”하며, 일터에서는 “21세기 이곳에서도 여자들의 신체는 하이힐과 짧은 치마 차림으로 일터에 오는 것이 곧 임파워먼트라고 우기는 여러 남자 상사에게 상상적으로 소유되고” 있다. 그렇기에 한 명의 작가이자 생활인, 엄마이자 딸인 지은이는 “다른 재능을 가진 새로운 주인공들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라고 느낀다. “그래, 내가 아는 여자 중에 여성성이라는 유령을 복원시키고자 하는 이는 몇 되지 않았다. 게다가, 유령이 뭔데? 여성성이라는 유령은 허상이자 망상이자 사회적 환상이다. 연기하기에 매우 까다로운 인물이며, 그 역할(희생, 감내, 고통의 와중에도 발랄함을 잃지 않기)을 연기하다 끝내 이성을 잃고 만 여자도 수두룩했다. 그런 이야기라면 결단코 다시 듣고 싶지 않았다.” (78~79쪽) 한 대담에서 지은이는 『살림 비용』이 자신의 가장 정치적인 책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 책이 젠더 정치라는 첨예한 쟁점을 소재로 삼고 있고, 나아가 지은이 자신이 생활을 통해, 글쓰기를 통해 가부장제가 지어낸 이야기에서 발을 뺀 주연급 여성 등장 인물을 빚고자 단호히 결심했음을 생생하게 드러내 주기 때문일 것이다. 가부장제는 우리(특히 여성)를 상징적으로 보호해 줄지도 모르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사회의 정상성 서사에 종속된다. 그리고 『살림 비용』은 무엇보다도 여성성이라는 사회적 가면을 벗고자 결심한 여성들의 용기를 북돋는 책이다. 혼란스럽고도 기진맥진해 있으면서도 유머와 활력으로 가득한 새로운 시작 이혼 후 그는 정신없이 바쁘다. 두 딸과 함께 다른 집으로 이사하면서 과거의 삶 및 기억과 작별을 고해야 하고 살림(생계와 가사 모두)을 도맡아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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