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가는 기분

박영란 · Novel
2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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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청소년문학 75권. 야간에 편의점에서 일하는 열여덟 살 소년 ‘나’를 중심으로 도시 변두리의 삶과 이웃 간의 연대를 핍진하게 그려 내 깊은 울림을 전하는 작품이다. 박영란 작가는 그동안 <라구나 이야기 외전>, <서울역>, <못된 정신의 확산> 등 다수의 청소년소설을 발표하며 청소년의 소외와 방황을 사실적이고도 가슴 시리게 묘사해 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주인공 소년과 편의점을 찾는 여러 인물들의 사연을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인생사의 굴곡을 투시하는 예리한 관찰력과 소외된 이들을 향한 온기 어린 시선을 드러내 한층 무르익은 작가의 문학적 역량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한밤의 편의점’이라는 시공간이 신비롭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 외롭고 가난한 인물들이 서로 보듬고 연대해 가는 과정을 담아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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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프롤로그 1부 2부 3부 작가의 말

Description

어서 오세요 지친 마음을 위로해 주는 특별한 편의점으로 박영란 장편소설 『편의점 가는 기분』이 창비청소년문학 75번으로 출간되었다. 야간에 편의점에서 일하는 열여덟 살 소년 ‘나’를 중심으로 도시 변두리의 삶과 이웃 간의 연대를 핍진하게 그려 내 깊은 울림을 전하는 작품이다. 박영란 작가는 그동안 『라구나 이야기 외전』 『서울역』 『못된 정신의 확산』 등 다수의 청소년소설을 발표하며 청소년의 소외와 방황을 사실적이고도 가슴 시리게 묘사해 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주인공 소년과 편의점을 찾는 여러 인물들의 사연을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인생사의 굴곡을 투시하는 예리한 관찰력과 소외된 이들을 향한 온기 어린 시선을 드러내 한층 무르익은 작가의 문학적 역량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한밤의 편의점’이라는 시공간이 신비롭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 외롭고 가난한 인물들이 서로 보듬고 연대해 가는 과정을 담아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이제 막 열여덟 살이 된 소년이 품고 있는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두려움은 새로운 지역이 개발되고 오래된 마을이 변해 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감정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그 사람들의 두려움을 이야기하려 했다. 하지만 내 인물은 나의 의도를 넘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려움 속에 감춰져 있던 힘을 발견해 낸 것 같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깊은 밤, 가난한 도시의 변두리 편의점에는 누가 찾아올까? 작품은 주인공 소년 ‘나’가 편의점 손님들과 함께 보내는 겨울 한 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년은 재개발이 예정된 오래된 마을에서 외할아버지의 마트 일을 도왔다. 외조부모와 살고 고등학교마저 자퇴한 소년에게 마음을 나눌 친구라고는 한동네에 사는 장애인 소녀 수지뿐이다. 소년에게는 밤마다 수지를 뒤에 태우고 스쿠터를 모는 것이 소중한 일상인데, 어느 날 수지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마트를 접고 새로 생긴 원룸가에 24시 편의점을 연다. 이제 소년은 밤새 편의점을 지켜야 한다. 깊은 밤 편의점에는 누가 찾아올까? 소년은 계산대를 지키며 다양한 손님들을 만난다. 아픈 엄마를 데리고 와서 유통 기한이 지난 도시락을 얻어먹으며 밤을 지새우는 꼬마 수지, 주민들 몰래 길고양이 밥을 주러 다니는 캣맘, 비밀리에 동거 중인 고등학생 커플, 불쑥 나타났다가 훅 사라지는 정체 모를 청년 ‘훅’ 등이 그들이다. 소년은 그들과 가까워지고 아픈 사연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그리고 자신을 버린 엄마와 떠나간 수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간다. 추위를 피하려는 소녀와 엄마, 캣맘, 여고생… 함께 있어 외롭지 않았던 따뜻한 겨울 이야기 소설 속에서 편의점은 새로운 인연의 가능성을 열어 주는, 따뜻한 이웃집과 같은 공간이다. 주인공 소년은 반복되는 노동 속에서 묵묵히 삶을 일구는 법을 배우고, 여러 손님들과 가까워진다. ‘한밤의 편의점’이라는 시공간은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정취를 자아내 독자들을 흠뻑 빠져들게 한다. 특히 실어증에 걸린 엄마 곁을 지키며 부러 더 명랑하고 씩씩하게 구는 열한 살 꼬마 수지의 모습이 생생하고 강렬하다. 꼬마 수지는 중국으로 떠난 아빠와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고 싶은 마음에 공항을 찾아가기도 하는 독특한 아이다. 원룸의 보일러가 고장 나 추위를 견딜 수 없어지자 아픈 엄마를 이끌고 와 편의점에서 밤을 보낸다. 소년은 모녀를 차마 내쫓지 못하고 유통 기한이 지난 도시락이나마 말없이 건넨다. 누군가 골목 한구석에 놓아 둔 사료 한 그릇이 배곯은 길고양이에게 큰 힘이 되듯, 꼬마 수지와 엄마에게는 원룸가 편의점이 추위와 배고픔을 더는 소중한 안식처이다. 이는 캣맘 아줌마와 꼬마 수지의 대화에서 잘 드러난다. “그럼 여기 주변에 사는 고양이들은 이제 편의점 고양이가 되는 거네.” “편의점 고양이요?” “편의점에서 단골로 밥 먹는 고양이. 단골로 밥 먹을 곳 있는 애들은 겨울나기가 그래도 수월해.” 그러자 꼬마 수지가 골똘하게 생각하더니 뭐가 우스운지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저도 알아요.” ―본문 122면 편의점을 중심으로 모인 인물들은 서로 상처를 보듬으며 서서히 허무와 체념을 떨쳐 낸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일굴 방안을 찾기 시작한다. 청년 ‘훅’은 “모두가 지금의 방식에서 동시에 손을 뗀다면 어떨 것 같나?”라고 물으며(215면) 다른 방식으로 사는 법을 고민한다. 주인공 소년은 ‘갑을 관계’의 전형으로 꼽히는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 문제를 알게 되고, 외할아버지의 걱정을 함께 나눈다. 이 인물들이 무심한 듯 툭툭 내뱉는 간결한 대사 속에는 삶에 대한 통찰과 진심이 담겨 있어 긴 여운을 남긴다. 소외된 곳, 상처 입은 사람들을 향하는 온기 어린 시선 박영란 작가는 그간 여러 작품을 통해 변두리 지역의 삶과 청소년의 소외 문제를 깊이 천착해 왔다. 이 작품에서도 작가 자신이 ‘구지구’라고 이름 붙인 오래된 마을의 풍경이 중요하게 그려진다. 주인공 소년은 자기 마을을 구질구질하고 더러운, 싸구려 동네라고 말한다. 새로 개발된 옆 동네는 다를 것 같지만, 소년은 원룸가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그러한 기대도 헛된 것임을 깨닫는다. 밤에 편의점을 지키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거였다. 가난은 구지구에만 있는 게 아니다. 어디에나 있다. ―본문 29면 흔히 재개발 광풍과 같은 자본주의의 일면은 청소년의 생활과는 동떨어진, 어른만의 문제로 이해된다. 그러나 작품 속 청소년들의 고민은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장애를 가진 수지는 “난 구지구도 싫고, 너도 싫고, 다 싫어.”라고 말하며(95면) 기댈 곳 없는 심정을 드러내고, 철거가 예정된 건물에서 내쫓기듯 떠난다. 겉보기엔 번드르르한 원룸가의 아이들 사이에는 불을 질러야 저주를 피할 수 있다는 ‘행운의 편지’가 돌며 작은 화재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나쁜 맘들은 더러 먹어도 진짜로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사람들은 나쁜 것보다는 좋은 일에 더 쉽게 마음을 내주니까.”라는 캣맘 아줌마의 말처럼(125면)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인물들은 다시 꿈꿀 희망을 찾는다. 그리고 서로 아끼며 살아갈 힘을 회복해 간다. 삶의 비극성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애절하게 담아내 가슴을 촉촉이 물들일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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