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동아시아 지역 연구에 많은 애정을 쏟고 있는 트랜스아시아영상문화연구소의 아시아 영화 및 문화연구 관련 여러 국제 심포지엄의 결과물들과 기고문들을 엮은 이 책은 아시아 영화의 근대성을 논하며 아시아 영상문화의 지도를 그려내고 있다. 1부 ‘트랜스 아시아 영상문화 이론’은 민족, 자본, 국제성, 세계화와 연관된 동아시아 스크린 문화의 복잡한 동학의 한 축을 보여주고 있으며, 2부 ‘아시아 웨스턴’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남아시아를 아우르는 제국과 하위 제국, 식민의 역사 속에서 탈식민 문화 생산의 양태를 보여주는 지역별 웨스턴을 심도 깊게 탐구하고 있다. 민족?젠더?국제성?세계화를 통해 본 아시아 영상문화 이론 젠더의 정치성을 다루고 있는 논문은 얼 잭슨 주니어의 두 편이다. 타이완 자오퉁대학 필름 센터의 디렉터로서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동남아시아?디아스포라 문학 등에 접근해온 펑핀치아는 차이밍량의 초기 영화 네 편을 아우르며 타이베이의 여성들이 시각적으로 재현되는 방식과 도시 여성성의 재현을 여성 관객의 입장에서 읽고 있다. 그는 차이밍량의 영화에 나타난 영화 공간은 후기 자본주의 경제 모델에 부합하는 여성의 이동성과 작인(에이전시)을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서 여성들은 강압적 이성애주의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거의 항상 그 이성애자들의 욕망에 갇히게 됨으로써, 욕망하는 육체 이외의 다른 무엇이 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얼 잭슨 주니어는 <레인>과 <공각기동대> 두 편의 아니메(애니메이션)를 세심히 들여다보면서 테크놀로지, 재현, 주체성, 그리고 젠더의 문제를 ‘테크노시학’, 즉 테크놀로지가 무엇을 수행하는지, 또한 그 테크놀로지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통해 다루고 있다. 박병원의 은 초기 중국 영화론에 관하여 세 가지 물음을 던지고 모색하며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중국의 불교적 사유론에 근거한 영화 인식의 ‘공(空)’적 존재론이 기존의 이원론적 대립에 포섭되지 않는 영화적 글쓰기(에크리튀르)가 될 수 있을까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1920년대 극작론에 나타난 중국 영화의 ‘희(戱)’적 본성론을 통해 동아시아의 불가적?도가적 인생관을 읽음으로써 내부의 유목적 사유를 통해 우언적 독법과 글쓰기의 의미를 부각시킨다. 세 번째는 탈근대적 이념의 토대로서의 선종, 도가 문화적 전통과 영화의 관계다. 이러한 세 가지 물음이 가 닿는 곳은 공적 존재론 속에서 영화가 위치하는 역사적 증명과 환상적 촉발 사이의 경계지대이며, 이념적으로는 유가적 주체의 탈중심화이다. 박병원은 이 세 가지 질문 끝에 세계화와 자본주의화를 맞은 중국에서 유교의 위상에 대한 논의 또한 내놓고 있다. 김무규의 <트랜스문화와 인터미디어>는 아시아를 횡단하는 문화적 흐름을 분석적으로 진단하기 위한 선결 과제로 미디어 자체에 관한 이론화, 메타 이론을 검토한다. 여기서 인터미디어 그리고 트랜스 문화성 등이 미디어의 하이브리드 현상과 민족 국가 문화를 넘어서는 문화구성적 시각을 위해 제안되는데, 한국의 PC방이라는 호명과 쓰임새, 그리고 얼 잭슨 주니어의 <올드보이> 일본 망가와 한국 영화 분석 등이 그 예로 제시되고 있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교수인 스티븐 티오는 에서 아시아적 영화 공간을 창출하는 감독들을 ‘오즈 야스지로의 아이들’이라 칭하는 한편, 왕자웨이의 360도 공간과 그가 드러내는 공간의 무정향성을 할리우드의 180도 가상 라인을 월경하는 문화횡단적 공간, 아시아적 영화 공간으로 제시하고 있다. 박병원과 스티븐 티오가 트랜스 아시아, 동아시아로 확장할 수 있는 영화 시원의 인식론과 영화적 공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김무규의 논문이 미디어론에서 ‘트랜스’하다는 것의 의미를 이론화한다면,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 학자 양인실의 <한류 전야>는 일본에서 한류 붐이 나타나기 전에 ‘한국 붐’을 일군 1980년대의 대중문화적 재현의 장을 다루며, 한류의 전사(前史)이자 트랜스 아시아 문화 흐름에서 누락되었던 역사적 장을 복기하고 있다. 양인실은 가까운 과거에 대한 성찰 결과 최근의 한류에는 이전의 한국 붐에서 핵심적 정동의 논리를 이룬 ‘모성’과 같은 정치적이고 젠더적인 측면이 다른 것으로 치환되거나 실종되었다고 지적한다. 아시아 웨스턴 영화에 나타난 탈식민 문화 읽기 2부 ‘아시아 웨스턴’은 한국, 일본, 필리핀, 방글라데시, 인도에서 만들어진 ‘웨스턴’에 관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인도의 영화 연구자들의 논문 중 일부로 구성됐다. 이 논문들은 할리우드를 넘어선 웨스턴 장르의 횡단과 번역 작업을 이론화하고 역사화하는 작업을 통해 웨스턴, 스파게티 웨스턴을 ‘스파게티 이스턴’, ‘이스턴 웨스턴’으로 변형시키는 흥미로운 과정을 담고 있다. 필리핀 영화감독인 닉 데오캄포의 는 필리핀 같은 곳에서 그 무엇이 웨스턴 장르를 베끼는 ‘사생아’의 현실을 낳았을까 하고 질문한다. 그리고 폭력적인 식민화, 경제적 독점, 강요된 문화 이식으로 구성된 세계에 나타난 부당한 경제 현실과 불평등, 문화적 헤게모니의 영향 아래서 과연 누가 ‘사생아’인지 되묻는다. 또한 그는 사생아야말로 적자보다 자기 정체성에 민감하다고 전제하면서, 필리핀의 웨스턴, 타갈로그 웨스턴이 할리우드에서 구축된 장르의 체계화된 기호와 상징을 방언화와 패러디를 통해 오용하고 남용함으로써 외래의 것을 점유해왔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타갈로그 웨스턴은 신자유주의적 유사 ‘보편적’ 관점에서 보면 기술적으로 초라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정의와 평화, 가족과 사회의 가치, 그리고 신앙심이라는 필리핀 사람들의 정서를 담고 있다고 결론짓는다.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현재 말레이시아의 모나시대학 교수로 있는 자키르 후세인 라주의 < 읽기 : 대중영화와 문화적 번역, 방글라데시의 ‘웨스턴’ 리메이크>는 인도의 커리 웨스턴 <숄레이>를 리메이크한 방글라데시의 을 영화 산업적 측면, 국가적 알레고리의 측면, 유토피아적 공간의 측면에서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 은 방글라데시 액션 영화의 새로운 전기를 제공한 영화로, 트랜스로컬한 프로덕션으로 방글라데시-인도-이탈리아-미국-일본이라는 다중 하이픈 정체성을 지닌 혼종적 영화다. 김소영의 는 만주를 국가의 범위를 넘어선 아시아 ‘공공의 판타지’로 정의하고, 대륙 활극 혹은 만주 웨스턴을 냉전 시대의 지정학적 판타지로 읽으며, 이 영화들이 국민 국가를 넘어서는 상상을 생산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비판적인 지정학적 판타지의 위치 바꿈이나 위치 짓기를 통해, 그리고 대중문화 속에 드러나는 동일시 재현 과정의 문제를 통해, 우리로 하여금 근대국가의 정치적 무의식과 관련된 대안적 양식을 사고하게끔 한다고 주장한다. 비판적 지정학적 판타지는 할리우드와 비할리우드, 미국 대중문화와 그렇지 않은 것의 대립 속에서 트랜스아시아적 문화 흐름을 위한 플랫폼으로도 기능한다고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