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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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마이너리티들의 영원한 히어로 박민규가 돌아왔다. 더욱 섬세하고 예리해진 무규칙이종소설가의 리얼 로맨틱 귀환! 2003년 한국 문단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며 등단한 이후, 늘 새로운 상상력과 실험정신으로 주목받아온 소설가 박민규의 신작 장편소설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2008년 12월부터 2009년 5월까지 6개월 동안 온라인서점 예스24 블로그에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연재 초기부터 ‘박민규의 색다른 연애소설’로 회자되며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나 최근 몇 년간 실험적이고 장르적인 소재에 천착해온 작가에게 내심 현실의 중력에 발을 디딘 박민규식 서사를 기대하고 있던 독자들이라면 더욱 반가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소설은 박민규 비블리오그래피 중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계보를 잇는다는 관점에서 더욱 특별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못생긴 여자와 못생긴 여자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20대 성장소설의 형식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작가 스스로 ‘80년대 빈티지 신파’라 일컬을 만큼 내용이나 스타일에 있어서 큰 변화를 보인다. 낯설고 기이했던 우주적 게임계는 본격 자본주의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한 80년대 중반의 서울로 무대를 옮겼고, 백수, 왕따, 꼴찌 같은 한국산 남성 루저들의 자리엔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거부받을 정도로 못생긴 아가씨와 잘생기고 번듯하지만 부모에게 버림받은 트라우마를 공유하고 있는 두 명의 청년이 등장한다. 백화점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만난 이들 세 명의 청춘들이 만들어가는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에는 기존의 전복적 세계관이나 키치적 유머 대신에 상처받은 인간의 내면 깊은 곳까지 함께 침잠해 들어가는 작가의 세심한 배려가 녹아 있다. 부조리와 편견 가득한 사회의 장벽 앞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무참히 사회의 바깥으로 추방당한 첫사랑의 기억을 찾아서 박민규는 80년대의 변두리 골목으로 나섰다. 가혹한 세상 옆에 들러리 서 있던 우리의 자화상! 그래도 끝내 사랑의 주인공으로 아로새겨진 청춘의 환(幻)을 찾아서... 온 세상이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데뷔곡 「Baby One More Time」으로 가득하던 1999년의 겨울, 34세의 성공한 작가인 나는 언제나처럼 모리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듣고 있다. 그리고 잊지 못할 단 한 명의 여인을 추억한다. 오래전, 우리는 눈 오는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고, 그녀는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모리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선물했다. 우연찮게도 우리가 그날 함께했던 카페엔 벨라스케스의 그림 「라스메니나스」가 걸려 있었는데, 모리스 라벨은 그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 그림 속의 아주 못생긴 여인, 하지만 자꾸 나의 시선을 잡아끄는 여인은 그녀와 동일시되어, 늘 나의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나의 아버지는 뒤늦게 인기배우가 된 잘생긴 남자였고, 어머니는 그런 남자를 위해 헌신하는 못생긴 여자였다. 성공을 거머쥐자, 아버진 결국 우리 가족을 떠났고, 어머니는 슬픔과 절망 속에 삶을 이어갔다. 그때 1986년 내 나이 스무 살. 온 나라가 경제성장의 가속도를 타고 부를 향해 미친 듯이 노력하던 그 시절, 나는 자본주의의 최전선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내 인생의 중요한 두 사람을 만나게 된다. 민감했던 나의 청춘에 정신적 스승이 돼주던 요한이라는 인물과 그 누구도 쳐다보기 싫어하던 못생긴 그녀. 우리는 서로 사랑했고, 즐거웠으며 늘 함께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녀는 외모로 인한 사회적 소수자의 상처를 입고 내 곁을 떠났다. 그리고 요한도 가족에 대한 심리적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채, 머나 먼 요양소로 떠나버렸다. 세월이 흐르고 소설가로 성공한 나는 수소문 끝에 그녀가 독일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데... 외모 이데올로기에 대한 야심찬 반격! 우리는 모두 죽은 ‘왕녀’ 곁에 들러리 선 시녀와 마찬가지였다. 표제이기도 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죽은 ‘왕녀’ 곁에 선 ‘시녀’가 상징하는 것은 비단 주인공의 못생긴 연인만이 아니다. 그것은 80년대에 대한 추억 그 자체다. 그것은 록음악이기도 했고, 소설이기도 했으며, 늘 성공을 꿈꾸던 우리네 서민들의 삶 자체이기도 하다. 마돈나, 마이클 잭슨, 할리우드의 온갖 삼류영화들 틈바구니에서 문득 자신들의 비루한 삶에 눈물을 삼키곤 했던, 그래서 예뻐지고 싶고, 부유해지고 싶고, 세련되고 싶었던 지나간 우리의 모습들이다. KFC가 등장하기도 전에 시장골목 어귀마다 서 있던 켄터키 치킨집과 「Hope」라 씌어 있었으므로 희망을 안주 삼던 변두리 호프집에서 백화점의 죠다쉬와 나이키와 자가용을 욕망하던 촌스럽고 시시했던 시절들 모두가 죽은 ‘왕녀’ 곁에 선 ‘시녀’를 떠올리게 한다. 마치 모리스 라벨이 벨라스케스의 그림에서 모티브를 얻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작곡했듯, 박민규는 죽은 왕녀 곁에 들러리 선 시녀의 모습에서 부와 권력의 시스템 안에 농락당한 애처로운 절대다수의 그림자를 발견해 낸 셈이다. 따라서 죽은 ‘왕녀’는 절대다수가 신봉해 온 자본주의의 꽃인 부와 아름다움이 된다. 사실 그 꽃은 소수의 권력자가 자신들의 지위와 부를 유지하기 위해 설정해 놓은 허울 좋은 이데올로기임에도 불구하고 절대다수인 우리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 꽃을 찬탄하며 부러워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주인공인 ‘나’는 이미 달콤한 성공의 꽃을 찾아 가족의 삶을 유기해 버린 아버지에게서 상처를 받은 바, 실체를 알 수 없는 꽃들의 향기에 염증을 느끼고 오히려 못생긴 ‘그녀’에게서 진정한 사랑의 토대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언제나 그의 소설에서 발견되는 자본주의 시스템과 주류ㆍ비주류의 역학관계에 대한 비판의식이 이번에는 ‘외모 이데올로기’에 희생당하고 있는 여성의 입장을 새롭게 부각시키고 있다.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이 시대 모든 여성들을 위한 연서 소설읽기의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게 될 BGM 음반과 라이터스 컷 도입 “저는 늘 스펙만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경쟁력 없이 살 수밖에 없는 대다수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삼미 슈퍼스타즈가 남자들을 위한 소설이었다면, 이번 소설은 여자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석에서 듣게 된 작가의 말처럼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외모 경쟁에서 뒤떨어진 여성들, 나아가 늘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이 시대 모든 여성들을 위한 일종의 연서이다. 또한 이 소설은 인간을 이끌고 구속하는 그 ‘힘’에 대한 문제제기다. 부를 거머쥔 극소수의 인간이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에 군림해 왔듯이, 미모를 지닌 극소수의 인간들이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를 사로잡아온 역사, 결국 극소수가 절대다수를 지배하는 시스템 오류에 대한 지적이다. 하지만, 역시나 이 모든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사랑의 힘’이다. 아름다운 어느 한 사람의 화려한 빛이 아니라, 불완전한 우리 각자의 인생들이 자신감 있게 전원 스위치를 켜고 내면의 빛을 밝혀야 사랑도 세상도 완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이번 소설에서 특기할 점은 책의 말미에 라이터스 컷(Writer's cut)을 도입한 것이다. 영화로 치자면 일종의 디렉터스 컷과 같은 장치로 독자들이 본 내용의 결말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두려는 작가의 특별한 기획이다. 또한 이 소설만을 위한 BMG 음반이 제작되었다. 아련한 추억을 환기시키는 머쉬룸 밴드의 음악이 소설읽기의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의 손에 들려진 유일한 열쇠는 「사랑」입니다. 어떤 독재자보다도, 권력을 쥔 그 누구보다도... 어떤 이데올로기보다도 강한 것을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들은 실로 대책 없이 강한 존재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가 부끄러워하길 부러워하길 바라왔고,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