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 <독자상>
★ 2012 프랑스 만화 전문 서점상
★ 2011 『르 푸앵』 만화상
★ 2011 BDGest’Arts <최고의 만화책> 선정
★ 2011 『텔레라마』 선정 <놓치면 안 되는 만화책 15권>
★ 2011 퀘벡 만화상 베델리스 <올해의 해외 만화상>
『포르투갈』 을 통해 자신의 가족사를 들여다본 시릴 페드로사의 진솔한 이야기
칙칙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만화가인 시몽 뮈샤는 이렇다 할 영감도 떠오르지 않았고, 삶의 의미도 잃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만화제에 초청되어 며칠간 이 나라에 머무르게 된 시몽은 의도치 않게 우연히 여러 가지를 재발견한다. 어린 시절의 향기, 휴가지에서 노래처럼 들려오던 사람들의 웃음소리, 잊혀진, 아니 어쩌면 의도적으로 잊고 있던 한 가족의 화사한 온기를 다시금 새롭게 지각한 것이다. 뮈샤 집안에는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시몽은 왜 그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던 걸까? 그리고 도대체 왜 아무것도 못 알아듣는 이 언어에서 그 억양을 들으면 떨림이 느껴지는 것일까? 과거를 되짚어 보는 여행 사이사이에는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이 기다리고 있고, 아울러 그 밖의 새로운 질문들도 그를 기다린다. 지우개로 지워진 자신의 과거 속으로 파고들던 시몽은 결국 그 자신이 그려온 길을 다시금 그려낼 수 있었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사실인 듯 아닌 듯 써 나가는 시릴 페드로사는 거침없는 색채와 즉흥적인 느낌으로 정체성의 문제에 관한 본질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주인공을 통해 포르투갈 이민자의 후손인 자신의 가족사를 되짚어보다
전작 『세 개의 그림자』라는 참신하고 감동적인 작품을 선보였던 작가 시릴 페드로사가 이번에는 『포르투갈』로 새로운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삼대에 걸친 한 이민 가정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바로 ‘시몽’과 그 아버지 ‘장’, 그리고 시몽의 할아버지 ‘아벨’의 이야기이다. 일과 연애,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던 만화가 시몽은 리스본에서 열린 한 만화 행사를 통해 자신의 포르투갈 쪽 뿌리를 찾아 나간다.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해낸 작가 시릴 페드로사는 이 작품을 통해 매우 보편적인 문제 하나를 건드린다. 바로 자신의 기원에 대한 문제, 하나의 가족 혹은 한 국가에 대한 소속감의 문제이다. 작가가 5년간 몰두해 있던 이 인상적인 작품에 대해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책을 되짚어 본다.
작품 <포르투갈>은 어떤 책인가? 픽션인가, 아니면 작가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인가?
개인적 실화에서 영감을 얻은 픽션이다. 나 역시 어느 정도는 이 책의 주인공 시몽과 같은 일을 겪은 적이 있었다. 포르투갈에 갔을 때 나 또한 시몽처럼 매우 심란한 상태였다. 그런데 불현듯 우리 집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 내가 포르투갈에 갔던 건 딱 두 번, 그것도 어릴 적이었는데 말이다. 전에는 내 포르투갈 쪽 뿌리에 대해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초콜릿 에클레르에 대한 내 취향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고 할까. 하지만 포르투갈에 가보니 가족 사이에서도 별로 화젯거리가 아니었던 이 나라와의 유대 관계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되살아났다. 부모님께서는 집에서 포르투갈어를 사용한 적이 전혀 없었으며, 포르투갈에 관한 이야기도 늘 한 쪽으로 제쳐 두셨다. 어릴 적 내게 포르투갈어 수업을 받아 보지 않겠느냐고 아버지가 물으셨지만, 나는 바로 거부했었다. 다른 아이들이 나를 ‘포르투갈 자식’으로 분류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시몽을 만화가로 설정함으로써 작가 본인과 비슷하게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내 자신의 시각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지나친 허구적 요소들로 이야기의 흐름을 막지 말아야 했다. 또한 만화가라는 직업은 창작과 그림이라는 테마를 다루는 데에 있어서도 유용하다. 주인공이 겪고 있던 총체적 난국은 급격한 상황 변화를 위해 필요한 서사적 장치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나?
이 나라에서 내가 느끼던 <관계의 부재>에 대해 체감하게끔 만들어 주고 싶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울러 이주 가정의 평범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가족에게도 무언가 공유할 거리를 제공하고 싶었다.
작품 『포르투갈』은 264페이지에 달하는 꽤 두꺼운 책이기도 하고, 인물별로 꽤 다양한 분위기가 전개된다. 어떻게 이와 같은 구성을 하게 되었나?
처음에는 세 권짜리 시리즈로 만들어 낼 생각이었다. 이 방법이 실용적이긴 했다. 이렇게 긴 이야기의 책을 내는 게 보통 일은 아닐 것 같았으니까. 다만 그렇게는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나는 각 권에 대한 처음과 끝의 스토리 라인을 찾지 못했고, 담당 편집자도 결국 책을 한 권으로 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점에 수긍해 주었다. 나로서는 상황이 매우 수월해졌다.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했나?
우선 줄거리를 먼저 다 쓰려고 노력했다. 1부인 시몽의 이야기는 꽤 빨리 끝났는데, 2부인 장의 이야기는 쉽지 않았다. 허구적 요소가 비교적 많이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3부인 아벨의 이야기가 상당히 작업하기 힘들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세대와 관련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내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그 <관계의 공백> 상태에 완전히 빠져버린 셈이었다. 나는 소재가 고갈된 느낌을 받았다. 사실 할아버지와 나 사이의 관계가 매우 소원했었기 때문에, 결국 나는 다시 포르투갈로 돌아가 인물 속에 이 나라를 투영해 보아야 했다. 이 작품을 통해 나는 어떤 목적 없이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을 되찾았다. 크로키 작업을 상당히 많이 했는데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리려고 노력했다. 어떤 스타일도 추구하려 하지 않았는데, 그래야 선이 하나의 언어적 요소로써 이야기를 위해 전적으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가급적 유연한 그림체가 나오도록 노력했다. 1부에서는 선이 꽤 정리된 상태로 나오면서 틀 안에 갇힌 시몽의 정신 상태를 보여준다. 2부에서도 어느 정도 형태가 유지된 상태로 그려지고, 3부에서는 선이 완전히 풀어진다. 그림체가 시몽의 정신 상태를 따라가고 있다는 건 나도 나중에 깨닫게 된 사실이다.
가족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내가 우리 가족의 과거에 대해 그렇게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 적잖이 놀랐던 듯하다. 그렇게 가족 사이에 공백으로 남았던 곳의 문이 열리게 되었다. 가족 중에는 우리 가족에 얽힌 사연 가운데 내가 몰랐던 부분을 들려준 사람들도 있었다. 이로써 내가 느끼고 있던 가족 간의 공백이 어느 정도 채워지게 되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판타지에 가까운 모험 이야기를 그릴 것이다. 글은 다비드 쇼벨이 쓰고 있는데, 내전에 빠진 한 나라를 지나게 되는 소년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이 끝나면 개인 작업을 진행할 계획인데, 주제는 아직 미정이다. 유토피아에 대해서도 한번 다뤄 보고 싶다. 앞으로의 세계가 어찌될지 상상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따로 떨어져 있는 삶의 소소한 단편들이 서로 어떻게 교차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뤄 보고 싶고, 인간 삶의 모순과 부조리함에 대해서도 그려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