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서경식 · History/Social Science/Humanities
3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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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과연 어떤 나라일까? 일본이란 나라는 조용하면서도 섬세하고 예의 바른 듯하면서도 동시에 과거의 역사적 과오를 지워내려 하며 보수화로 치닫는 보이기도 한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조선인 서경식은 이 양가적인 이미지 가운데서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본다. 이번 책에서는 한일 양국 간에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각종 현안들을 조명하면서 동시에 왜 이렇게 일본이 보수화,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서경식의 진단에 의하면, 일본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사상적 반동기에 들어선다. 이는 단지 우파의 탓이라기보다는 일본 국민 다수에 침잠해 있는 ‘국민주의’적 심성을 우파들이 이용한 것이다. 여기서의 ‘국민주의’란, 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파고드는 것은 피하고 싶지만 동시에 자신을 ‘민주주의자’로서 도덕적 우위에 올려놓고 싶은 이율배반적이면서도 분열된 소망을 가리킨다. 즉, 과거의 잘못을 회피하고 그것을 지나간 일로 돌리면서도 양식 있고 선한 위치에 서고 싶은 심성이 사회적으로 발현되었고, 일본 정계의 다수파인 우파들이 이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2015년 말의 한일 위안부 합의는 바로 그러한 모순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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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머리말·한국의 독자들에게 1장 다음 세대의 사람들에게: 다시 재일조선인이 나아갈 길에 대하여 2장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지식인의 각성을 촉구한다: 와다 하루키 선생님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 3장 피해자를 갈라서게 하는 자기 정당화에 대하여: 와다 하루키 선생님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 4장 애매한 일본과 나: 마이너리티의 시선으로 본 근현대 일본의 풍경 5장 국가·고향·가족·개인: ‘패트리어티즘’을 생각한다 6장 유럽적 보편주의와 일본적 보편주의: 연대의 가능성을 찾아서 7장 타자에 대한 단편화된 인식에 대하여: 안보법제를 둘러싼 움직임을 중심으로 8장 헌법 9조를 지켜라: ‘조선병’ 환자의 독백 9장 일본인이 해부한 ‘닛뽄’의 민낯: 헨미 요의 『1★9★3★7』에 대한 응답 옮긴이의 글│주석│찾아보기

Description

우리는 지금의 ‘일본’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날카로운 소수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일본의 풍경/ 근대의 시발점부터 지금까지 ‘일본’은 우리에게 어렵고 곤란한 질문으로 남아 있다. ‘위안부’ 문제에서 알 수 있듯 식민지배라는 무거운 과거사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숙제이며, 재특회(在特会) 등의 세력이 거리에서 혐한론(嫌韓論)을 외치는 데서 알 수 있듯 일본 사회는 점점 극우 보수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에서 서경식은 바로 그러한 ‘일본’의 과거와 현재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댄다. 감성 풍부한 에세이스트 서경식과는 또 다른, 날카로운 ‘전투적 논객’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면서 말이다. 서경식은 재일조선인으로 평생을 일본에서 살아왔기에, 자신이 그 내부에 있으면서 동시에 ‘일본’이라는 대상을 끊임없이 사유할 수밖에 없는 문제적 존재다. 이 책은 그러한 그가 오래전 과거처럼 여겨지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식민주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아시아에서 벌인 전쟁에서 패한 이후 일본이 어떤 흐름을 거치면서 지금과 같은 사상적 반동기에 들어서게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자민족 중심주의를 넘어서 ‘보편’과 ‘연대’와 ‘평화’의 가치를 찾아갈 수 있을지를 탐색해본 작업이다. ─────────────────────────────────────────────── 과거의 ‘사실’을 외면하고 등 돌리는 일본의 현재 서경식의 진단에 의하면, 일본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사상적 반동기에 들어선다. 이는 단지 우파의 탓이라기보다는 일본 국민 다수에 침잠해 있는 ‘국민주의’적 심성을 우파들이 이용한 것이다. 여기서의 ‘국민주의’란, 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파고드는 것은 피하고 싶지만 동시에 자신을 ‘민주주의자’로서 도덕적 우위에 올려놓고 싶은 이율배반적이면서도 분열된 소망을 가리킨다. 즉, 과거의 잘못을 회피하고 그것을 지나간 일로 돌리면서도 양식 있고 선한 위치에 서고 싶은 심성이 사회적으로 발현되었고, 일본 정계의 다수파인 우파들이 이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2015년 말의 한일 위안부 합의는 바로 그러한 모순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해결해야만 하는 과거란 과연 무엇일가. 조선의 입장에서 보면 일제강점의 역사가 될 것이고, 중국과 대만 등 동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에게는 침략과 전쟁의 역사가 될 것이다. 40여 년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온 사람의 피로감이랄까. 이 뼈아픈 과거에 대한 서경식의 묘사에서는 다소 지친 기색도 엿보인다. 일본인으로서 전쟁의 열기가 타오르던 1937년의 일본을 해부하듯 묘사해나간 헨미 요(辺見庸)의 『1★9★3★7』을 소개하면서 서경식은 이렇게 말한다. ”이 작품은 전쟁, 학살, 차별 등에 대한 사실 인식을 독자에게 요구하지 않는다. ‘사실’이라면 그것은 다시 주장할 것도 없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난징 대학살’이나 ‘위안부’라는 사실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것일까. 적어도 어느 세대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사실’의 유무가 아니라 명명백백한 사실 앞에 서 있으면서 거기에 등 돌리고 지나칠 수 있는 심성이다.“ 물론 일본에도 한때 등 돌리고 지나치지 않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던 시기가 있었다. 전쟁 시기의 와타나베 가즈오로부터 전후의 가토 슈이치, 오에 겐자부로로 이어지는 일본 휴머니즘의 가느다란 계보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에는 이들이 비록 소수파일지언정 일본의 과오를 직시하면서 성찰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대외 팽창과 침략을 가능하게 했던 제도인 천황제에 대해서도, 시대에 뒤떨어진 천황제는 결국 사라질 것이라는 말들이 회자되곤 하던 시절이다. 서경식 또한 일본 사회에서 이들의 지적 세례를 받으며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성장한 지식인이다. 그러하기에 그에게 일본의 반동기는 더더욱 안타까운 현실이다.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반동기에 들어선 일본 그렇다면 이 반동기는 어떻게 태동된 것일까. 그 당시에 처음 존재를 드러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상황을 돌이켜보자. 넓은 역사적인 시야로 본다면, ‘위안부’ 문제는 세계적인 동서 냉전 구도의 종언과 함께 떠오른 사태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권위주의 체제가 동요하면서 민주화가 진행된 결과, 피해자들이 이름을 밝히며 나설 수 있게 되었고 지원 운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전까지 봉인돼 있던 일본의 전쟁범죄 문제가 표면에 떠오른 것이다. 반면에 당사국인 일본은 이 벡터가 역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동서 대립의 종언이 ‘탈이데올로기 시대’라는 천박한 구호와 함께 진보적 리버럴파의 자기 해체의 방향으로 진행된다. 새로이 진보 세력을 결집하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스스로 자기 붕괴의 길을 택한 것이다. 진보적 입장을 대변하던 사회당은 보수·우파인 자민당과의 연립을 받아들인다. 국가주의에 저항하며 히노마루(일장기) 게양과 기미가요 제창을 거부해왔던 일본교원노조는 방침을 전환해 이를 용인한다. 이때 상투적으로 쓰인 말은 “시대는 변했다. 이젠 이데올로기 시대가 아니다”이다. 진보 세력이 스스로 이념과 이상을 내버리자 우파 세력은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의 성채를 강화해나갔다. 이에 서경식이 냉철하게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는 대상은 바로 일본의 ‘리버럴파’다. “일본의 국수주의자나 우파를 비판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일본 사회의 ‘리버럴’한 언설을 깊은 의미까지 파고들어 비판하는 일이다. (……) 내 생각으로는, 많은 경우 한국인들의 일본론은 이 지점에 약점이 있는 듯하다.” 서경식이 말하는 ‘리버럴파’는 1990년대 중반까지의 ‘사회당·총평(總評, 일본노동조합총평의회)’계 그룹, 신문을 예로 든다면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도쿄신문》과 그 독자층 정도다. 일본 ‘리버럴파 지식인’은 예전의 ‘진보적 지식인’이라는 호칭과 거의 겹친다. 이들은 확신범적 국가주의자는 아니고 아시아 민족들과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관계 구축을 지향하고 있지만, 식민지 책임 문제에 대한 인식은 결여돼 있거나 부족하다. 서경식은 이들이 취하는 애매한 태도가 관성적으로 고착되면서 일본의 우경화를 막을 자성의 목소리가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단호하게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2~3장의 두 글이 일본의 대표적인 리버럴파 지식인인 ‘와다 하루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것은 서경식의 문제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경식은 1980년대 초의 어느 날, 와다 하루키와 도쿄의 긴자 거리에서 마주친다. 어디 가시는지 묻자 답변은 이러했다. “스키야바시 공원에 가서 시위를 할 겁니다.” 당시는 5·18민주화운동 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군사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현해탄 건너 타국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일본인들이 공원에 모여 이런 구호를 외쳤다. “김대중을 죽이지 마라!” 와다 하루키 역시 번화한 긴자 거리를 지나 바로 그 자리에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27년이 지난 지금, 서경식은 바로 그 와다 하루키에게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면서 그의 입장을 묻고 있다. 이들은 극심한 반동기를 경유하면서 결국 다른 입장으로 조우하게 된 셈이다. 서경식은 이념과 이상이라는 원칙을 지키면서 민주화를 쟁취한 한국과,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나둘 원칙을 포기하면서 보수파 및 관료들과 타협해간 일본의 진보 세력을 대비시킨다. 그리고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 선언한 2015년의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청산을 둘러싼 한일 간의 엇박자와 갈등 심화도 일본 리버럴파의 퇴행적 변절이 그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일본 리버럴파가 양국 간 갈등을 주도적으로 조성했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이들이 일본의 극우 반동적 퇴락을 저지하고 동아시아 공동체를 향한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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