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박상순 · Poem
1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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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R 13권. 1991년 「작가세계」로 데뷔해 2017년 올해로 등단 29년차인 박상순은 첫 시집 <6은 나무, 7은 돌고래>(1993)를 낸 이후 (1996), <Love Adagio>(2004)를 내고 오랜 시간 동안 시집을 엮지 않다가 13년 만에 네번째 시집 <슬픈 감자 200그램>(2017)을 낸, 과작이지만 자신의 시 세계를 확고히 구축한 중견시인이다. 문지 시인선 R로 다시 태어난 은 1996년 세계사에서 발행된 두번째 시집으로, 첫 시집 <6은 나무, 7은 돌고래>이 1990년대 시단에 가한 충격을 이어가는 첫 시집의 후속편이었다. 더욱이 당시는 물론 지금도 관행처럼 되어 있는 시집 해설을 싣지 않은 파격을 보여준 시집이었다. 해설을 배제한 시집 구성은, 이후 박상순 시집의 특징이 되었다. 22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새롭고 신선한 시편들로 가득한 은 그 어떤 시집보다 문지 시인선 R에 부합하는 시집이다. 1부는 1996년 세계사에서 출간할 때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새롭게 추리고 시어의 교체와 삭제, 시행의 배열에 변화를 주었다. 2부는 1996년 판에는 없는 미출간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해설 대신 1997년에 쓴 시인의 산문을 수정, 보완하여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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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1부 붉은 체크무늬의 외투를 뒤집어 쓴 태양/양 세 마리/돌이 울고 있었다/내가 본 마지막 겨울/바늘 잎의 별/너 혼자/앵두나무, 앵두나무/불멸/고독의 이미지/불 꺼진 창/불 켜진 창/바다를 입에 물고 너를 만난다/형광등 공장의 고추잠자리/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1/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2/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3/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4/그녀의 그것이 자꾸 자라나/밤의 버스/가을 속으로/거울에게 전하는 말/대리물의 정신물리학/달과 나/빵 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21년 뒤/빵 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22년 뒤/지난밤 한 남자가 말했다/물 없는 욕조에 들어앉아/나무를 뱉어내는 항아리/자네트가 아픈 날 1/자네트가 아픈 날 2/새벽/어린 유령들이 피어나는 길/불이 열리는 나무/도넛을 만드는 A, B, C/음,음,음. 2부 모든 불빛 소멸 공장/자루/내 가을의 소리/두 눈을 깜박이는 기하학적 공간/내 소원은 죽은 토끼/어떤 생일 축하 안내인/영혼이 어부에게 말했다/철새의 죽음/흙/오늘 밤 그녀의 시/스물셋과 염소와 뽕나무와 콩나무가/점과 선/이렇게 말해요/밤의 누드 산문_ 그림 카드와 종이 놀이 _박상순 기획의 말

Description

전위나 전복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3차원 세상에 언뜻언뜻 드러나는 다른 차원의 시 20여 년이 지나도 여전히 새롭고 놀라운 ‘여주인공, 마라나’ 1975년 문학과지성사 창립과 함께 시작하여 지난 40년 동안 독자들의 사랑과 문인들의 아낌 속에 한국 문학사상 가장 강력한 고유명사로 자리매김한 〈문학과지성 시인선〉이 2012년 겨울부터 그 안에 방 하나를 새로 내어 〈시인선 R〉을 펴내기 시작했다. 20세기 후반기에 출간되었다가 여러 사정으로 절판된 시집들 가운데, 지금-여기에서 새로운 시의 미적 갱신과 우리의 새로운 정신적 지평을 여는 데 기여하는 시들을 찾아 소개하는 시리즈이다. 이성복, 황지우, 오규원, 김혜순, 이수명 들의 시적 요체를 가장 그들다운 시적 틀에 담고 있는 시집들부터 황병승, 김경주, 이민하, 신영배 들의 신선하고 독특한 매력을 아낌없이 담고 있는 첫 시집들까지 〈시인선 R〉의 목록은 한 권 한 권이 쌓일 때마다, 단순한 ‘복간’이나 ‘반복’에 그치지 않고 중요하고 개성 넘치는 또 하나의 현대 시사로 거듭나고 있다. 이 시리즈의 열세번째 시집으로 박상순의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문학과지성 시인선 R 13, 2017)을 소개한다. “예술은 하나의 세계를 대체하는 끊임없는 생성의 놀이” 1991년 『작가세계』로 데뷔해 올해로 등단 29년차인 박상순은 첫 시집 『6은 나무, 7은 돌고래』(1993)를 낸 이후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1996), 『Love Adagio』(2004)를 내고 오랜 시간 동안 시집을 엮지 않다가 13년 만에 네번째 시집 『슬픈 감자 200그램』(2017)을 낸, 과작이지만 자신의 시 세계를 확고히 구축한 중견시인이다. 문지 시인선 R로 다시 태어난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은 1996년 세계사에서 발행된 두번째 시집으로, 첫 시집 『6은 나무, 7은 돌고래』이 1990년대 시단에 가한 충격을 이어가는 첫 시집의 후속편이었다. 더욱이 당시는 물론 지금도 관행처럼 되어 있는 시집 해설을 싣지 않은 파격을 보여준 시집이었다. 해설을 배제한 시집 구성은, 이후 박상순 시집의 특징이 되었다. 22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새롭고 신선한 시편들로 가득한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은 그 어떤 시집보다 문지 시인선 R에 부합하는 시집이다. 1부는 1996년 세계사에서 출간할 때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새롭게 추리고 시어의 교체와 삭제, 시행의 배열에 변화를 주었다. 2부는 1996년 판에는 없는 미출간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해설 대신 1997년에 쓴 시인의 산문을 수정, 보완하여 실었다. “시는 언어의 예술이다. 이때의 언어는 질료인으로서의 언어이다. 약속된 질료는 예술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시적 언어는 약속되지 않은 질료이다. 그것은 오직 하나의 동인(動因)만을 제공한다. 실재와 상상과 상징의 세계 따위를 밀고 당기는 힘. 그 힘은 말하려는 것 바깥에 또 다른 말해짐이 존재하는 것을 보여주는 힘이다. 이때 언어는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바깥에 존재하는 말해짐도 아니다. 그러한 에너지의 존재를 표출시키는 것이 언어 예술이 취할 미적 태도이다.” (시집 수록 산문 「그림 카드와 종이 놀이」에서) 풀밭에는 분홍 나무 풀밭에는 양 세 마리 두 마리는 마주 보고 한 마리는 옆을 보고 오른쪽 가슴으로 굵은 선이 지나는 그림 찍힌 티셔츠 ―「양 세 마리」 부분 박상순은 일상의 단어, 미니멀한 말들로써, 지금까지 대부분의 시가 외면해온 문장으로 자신의 언어를 세우고 허물고 또 그 자리에 세우기를 반복한다. 이때의 반복은 단순 반복, 즉 같은 것을 세우는 반복이 아니라 난반사의 반복, 무정형의 반복이다. 그가 세운 언어의, 시의 세상은 쉬우면서도 어렵고 보이면서도 보이지 않는 세상이다. 집으로 비유하면 허공에 띄운 집이거나, 쉼 없이 굴러가는 집이다. 중력 없는, 대지 없는 건축물처럼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건축물은 과학적으로 건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과학적인 구성물,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구축(물)인 것이다. 두 세기에 걸친, 30여 년의 전위, 20여 년의 전복 전위라는 수식어로만 박상순의 시는 규정되지 않는다. 전위라는 말에는 당연히 시간성이 내재해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위는 소멸하거나 정전(캐논)이 된다. 물론 이 시간은 일상의 시간이나 역사의 시간으로 대체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전위는 언제나 전위에 머물지는 못한다. 그런데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가 발행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그 시편들은 소멸은커녕 여전히 정전의 자리에도 안착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박상순의 시편들을 굳이 전위라고 한다면 여전히 지금 여기에서도 전위이다. 전복이라는 수식어로도 그의 시를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기존의 질서를 일시에 뒤집는, 기존의 서정시 또는 “리얼리즘이 판을 치는 우리 시단”(이승훈, 첫 시집 해설 「결핍의 공간에서 태어나는 자아」)을 뒤집는 반리얼리즘 시라는 평가는 박상순 시의 한 단면일 뿐이다. 잘 가세요. 그 여자는 물속에서 다시 떠오를 거예요. 당신의 빵 공장엔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나요? 기차가 지나가고 있나요? 그 기차는 빵을 싣고 가나요? 저 아래서 지하철을 타세요. 내 어머니가 기다리실 거예요. 그렇지만 당신 어머니는, 당신을 만난다 할지라도 당신을 알아볼 수 없겠지요? 그렇군요. 그래요. 당신 그림엔 당신이 없겠군요. 그렇겠지요. ―「빵 공장으로 통하는 철도로부터 22년 뒤」 부분 박상순 시는 각각의 이미지가 레이어로 겹쳐 있어 가까이 있는 것 같지만 엄연히 층위가 다른 곳에 존재한다. 박상순 시에 등장하는 단어(빵, 공장, 철도 여자, 물속, 가다, 싣다, 기다리다, 떠오르다 등등)는 그 자체로 새롭지도 않고 미래적이지도 않다. 그렇다고 낯간지러운(?) ‘시적 허용’식의 단어도 없다. ‘바로 이곳’의 사람들이 말할 때 쓰는 그런 평범한 단어다. 문장을 이룬 단어들은 시가 아니라면 너무도 평이해 문장 하나하나 무엇을 의미하는지 읽는 사람들은 바로 알 수 있다. 그러나 곧 그 의미는 휘발되고 이미지와 이미지는 서로 다른 레이어에 놓여 겹쳐지면서 충돌하거나 아득히 멀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구축된 시편들은 3차원 이상에 자리하면서 3차원적 의미를 무화시킨다. 독자들은 3차원 이상에 존재할 수 없으므로 시적 상상력으로 3차원 이상에 실재해야 그의 시를 온전히 읽을 수 있다. 아니, 그 시편들을 읽음으로써 독자들은 3차원 이상의 시적 차원을 상상할 수 있다. 차원이 다른 시, “구조에서 구축으로, 시선에서 포착으로” 시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해도 코끼리의 전체상을 알게 되는 것이 시적 발견, 시인의 말로는 ‘포착’이다. 그것은 쉽게 말해 시적 상상력이다. 이때 상상력이란 허무맹랑한, 기괴한 등의 수식어로 눙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무엇보다 과학적 상상력에 가깝다. 2차원의 사람은 3차원의 사람이 길을 가다가 점프하는 것을 볼 수 없다. 이때 2차원의 사람이 보는 것은 3차원의 사람이 길을 가다가 불현듯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박상순의 시를 읽는 독자들이 어리둥절할 때는 바로 이런 때이다.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 느닷없이 사라진 이미지 때문에 “난해하다” “기괴하다”는 감상평이 첫 시집 이후 지금까지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현실, 즉 3차원의 세계에서 시는 세 개의 좌푯값을 갖는다. 어떤 변방의 시도, 전위의 시도, 인생과 자연을 노래하는 서정시도 그 좌푯값은 x, y, z 세 개다. 세 개의 값을 숫자로 변환하여 표시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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