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1969년, 하버드 의대 교수 존 벡위드와 그의 연구진은 생물체의 염색체로부터 유전자를 분리해 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모두의 이목이 쏠린 연구발표 기자회견장에서 그가 강조한 것은 오히려 유전자 조작의 위험이었다. 사람들은 당혹스러워했고, 코웃음 쳤으며, 환호의 순간에 찬물을 끼얹는 그의 행태를 비판했다. 인간 유전자를 조작하려는 시도가 가능하다손 치더라도 50~60년은 지나야 할 것이라며 그의 경고를 무시하는 이들에게, 벡위드는 이렇게 말한다. “1896년에 처음 방사선이 발견된 이후 1945년에 원자폭탄이 사람들을 살상하기까지 5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급진적인 정치적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우리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할 신세가 될 것이다.” 이후 20년간 그는 급진적 과학운동단체 <민중을 위한 과학>(Science for the People)에 투신하여 우생학 논쟁, 사회생물학 논쟁, 유전자 차별 등의 이슈마다 정치적 행보를 이어 간다.
과학 연구와 사회적 책무 양쪽 모두에 헌신해 온 한 비범한 인간의 삶을 추적하는 이 책은 유전학자로서의 과학적 성공과 세계 수준의 사회운동 사이에서 진동했던 그의 이력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벡위드의 회고는 유전학에서 벌어진 논쟁의 역사뿐 아니라, 오펜하이머의 반핵 운동에서부터 인간게놈프로젝트와 최근의 ‘과학전쟁’까지 포괄하면서 지난 60년간 과학의 사회적 영향에 관한 폭넓은 시야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