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앞에서부터 읽을까, 뒤에서부터 읽을까? 독자의 머릿속을 미궁에 빠트릴 궁극의 미스터리 앞에서부터 읽을까, 뒤에서부터 읽을까? 처음부터 독자를 고민하게 만드는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 시리즈 중 이 최종 편은 한 권의 소설 안에 각기 다른 두 소설 - 외딴 섬에서 일어난 연쇄 밀실살인사건을 다룬 「목매다는 섬」과 도쿄 주택가의 감금 사건을 다룬「감금자」- 이 독립적으로 전개된다.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두 소설 사이에는 어떤 연결 고리가 존재하는가. 봉인된 페이지를 열면 기묘하게 얽힌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도착’ 시리즈 완결판! 『도착의 론도』『도착의 사각』에 이은 오리하라 이치 ‘도착(倒錯)’ 시리즈 마지막 작품!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받은 오리하라 이치의 새 장편 추리소설 『도착의 귀결』이 출간됐다.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倒錯)’ 시리즈 3연작 가운데 『도착의 론도』『도착의 사각』에 이은 마지막 작품이다. 오리하라 이치는 일본 미스터리 작가 중에서도 서술 트릭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며, 『십각관의 살인』의 아야츠지 유키토,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의 우타노 쇼고와 더불어 서술 트릭 3인방으로 불리는 작가이다. ‘도착’ 시리즈는 그 제목에서 풍기듯 약간의 정신병적 착시 또는 착각을 매개로 한 서술 트릭 연작이다. 이 시리즈는 국내 출간 전부터 미스터리 마니아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작품들이다. 이제 전작 『도착의 론도』『도착의 사각』을 뛰어넘는 완벽한 트릭으로 무장한 『도착의 귀결』 출간으로, 미스터리 소설 팬들과의 유쾌한 두뇌 게임이 예고된다. 특히 이 소설이 특이한 것은 전작 『도착의 사각』에서도 보여준 봉인 페이지는 물론이거니와, 앞쪽에서부터 읽는 소설 -「목매다는 섬」- 과 뒤쪽에서부터 읽는 소설 -「감금자」- 이 배치되었다는 점이다. 뒤쪽에서부터 책을 읽을 때는 책을 거꾸로 돌리고 다시 180도로 회전시켜서 읽어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역자는 앞쪽에서부터 읽기를 권한다. 「감금자」를 먼저 읽으면 놀랄 일이 한 가지 줄어들기 때문이다. ** 경고 : 중간 부분의 봉인 페이지는 절대 미리 개봉하거나 읽지 마십시오. 오리하라 이치의 사상 초유의 미스터리 괴작 미스터리의 필수 요소인 살인은 물론 알코올 중독, 훔쳐보기, 불륜, 절도 등 끈적하고 유쾌하지 않은 소재들로 엮여 있지만 결코 눅눅하지 않다. 오히려 거부감 없이 이 등장인물들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랄 정도로 평범하면서도 빠른 일상이 펼쳐진다. 그러는 사이에도 독자는 작가의 트릭을 발견해보려고 앞부분과 현재 부분을 오가며 빈틈을 노릴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여지없이 혼란스러워지는 머리. 그리고 이내 밝혀지는 너무도 단순명쾌한 결말. 그런데…… 그런데 왜 또 봉인 페이지가 있는 거지? 모든 것은 밝혀졌는데……. 미스터리 그리고 서술 트릭 추리 미스터리 소설은 그야말로 오락이다. 추리소설에서 그 외의 다른 것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물론 최근의 이른바 ‘사회파 추리’라 불리는 작품들 중에서는 뛰어난 문학성과 오래 여운이 남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들도 없진 않다. 그런 작품이 많이 나와 준다면 좋겠지만, 일단 추리소설의 미덕은 읽는 그 순간의 즐거움, 치열한 두뇌게임 그리고 유쾌한 패배와 감탄 같은 것들이다. 그런 탓에 추리소설을 폄하하는 이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저 오락으로 기대하고 볼 때 추리소설만큼 인간의 오감과 두뇌를 자극하고 거기에 집주하게 만드는 장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 추리소설 가운데서도 가장 최근에 ‘개발’된 분야가 ‘서술 트릭’이다. 1980년대 서술 트릭이 처음 일본에서 독자를 ‘기만’하고 놀라게 했을 때 그에 따른 논란도 많았다. 전통적인 추리소설이 오픈된 소스를 가지고 작가와 독자가 ‘공정하게’ 두뇌게임을 하는 것이라면, 서술 트릭이라는 이 ‘신소설’은 작가가 결정적인 단서를 감추고 게임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정통 추리소설 마니아들은 추리소설의 원칙을 깬 서술 트릭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더 많은 독자들이 서술 트릭에 열광했다. 이는 추리소설에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던 ‘공정 게임’의 룰을 깨트린 것으로, 어쩌면 추리소설의 진화에서 가장 극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서술 트릭은 공정하지 않다. 작가는 독자를 속이기 위해 작품을 쓰고 독자는 속기 위해 책을 읽는다. 공정했느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얼마나 치밀하게 철저하게 속였으며, 얼마나 충격적인 반전을 준비했느냐가 중요하다(많은 사람들이 영화 ‘식스 센스’를 예로 든다). 국내 독자들도 서술 트릭을 처음 접하면(‘서술 트릭’이라는 장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읽는 경우가 많다) 대개 첫 반응이 ‘비겁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독자들이 서술 트릭의 차이와 그 매력을 인정하고 있다. 기꺼이, 유쾌하게 속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십각관의 살인』의 마지막 부분에서 ‘뭐야 이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하며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렸던 기억,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읽고 ‘이렇게 완벽하게 속을 수는 없어, 분명 어딘가 허점이 있을 거야’ 하며 책을 되읽었던 기억, 그런 기억들이 다시 서술 트릭을 찾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