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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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받은 영혼의 비극을 숨 막히는 구성과 서사적 스케일로 그려 낸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의 최고봉, 김난주 번역으로 새롭게 탄생! 2005년 일본에서 연극으로 상연 2006년 일본 TBS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로 방영 2009년 대한민국에서 손예진, 한석규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짐 2011년 일본에서 영화화 2016년 현재 일본 누적 발행 부수 230만 부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백야행』(전2권)이 김난주 번역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번역가 김난주는 수많은 일본 문학을 우리글로 옮겨 온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특히 일본이 자랑하는 고전 문학 『겐지 이야기』를 한국 최초로 완역해 낸 실력자다. 그의 매끄러운 번역으로 새롭게 탄생한 『백야행』은 섬세한 뉘앙스와 은밀한 복선, 시적인 암시 등 원작의 문학적 특징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백야행』은 일본에서 1999년에 처음 출판돼 이듬해 나오키 상 후보에 오른 미스터리 장편 소설로, 2006년 1월 100만 부 돌파, 2016년 4월 현재 일본 누적 발행 부수 230만 부를 자랑하는 밀리언셀러다. 2005년에는 일본에서 연극 무대에 올랐으며, 2006년에는 일본 TBS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어져 방영됐다. 2009년에는 이례적으로 일본보다 먼저 한국에서 영화화됐다. 손예진과 고수, 한석규가 출연한 화제작이었다. 일본에서는 2011년 영화로 만들어졌다. 일본 독서 시장에서 “숨 막히는 구성과 서사시적 스케일로 상처받은 인간의 비극을 그린 걸작 미스터리 장편”(일본 아마존 작품 해설)이라는 평을 받은, 자타가 공인하는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의 최고봉이다. 『백야행』의 간략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73년, 오사카 외곽에 있는 버려진 건물에서 인근 전당포 주인 기리하라 요스케가 피살된 사체로 발견된다. 그가 살해되기 직전에 만났던 한 여인이 용의선상에 떠오르지만, 얼마 후 그녀 또한 자살로 추정되는 가스 중독으로 생을 마감한다. 이후 결정적 증거 없이 사건은 미궁에 빠진 채 점차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 가고, 피해자의 아들 기리하라 료지와 용의자의 딸 니시모토 유키호도 각자의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료지와 유키호의 주변에는 살인, 강간 등과 같은 끔직한 범죄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이 두 사람이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끈으로 함께 묶여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가 하나둘씩 드러난다. 한편, 과거 전당포 주인 살해 사건의 초동수사를 맡았던 형사 사사가키가 베일에 싸인 두 사람의 행적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소설은 단순 미스터리로 출발해 점차 청춘소설, 혹은 성장소설의 양상으로 전개된다. 두 사람의 성장 과정을 몇 년 단위로 끊어서 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19년의 세월을 차례로 밟아 간다. 이처럼 이야기는 각종 사건과 함께 숨 가쁘게 진행되지만, 반대로 두 사람은 늘 전당포 주인 살해 사건이 일어났던 어두운 과거를 향해 있다. 과연 그때 이 두 사람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백야행』은 거대한 퍼즐과도 같다.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질 때까지는 큰 그림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고비마다 그림의 일부를 드러내는 암시가 있고 그 때문에 무릎을 치기도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복잡한 미궁 속으로 또다시 빠져든다. 더구나 작가는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료지와 유키호, 두 사람의 심리를 마지막까지 단 한 줄도 묘사하지 않는다. 심지어 두 사람은 소설 속에서 단 한 번도 만나지 않는다. 작가는 그들의 동선을 따라가며 사실적인 묘사에만 치중할 뿐이다. 이 같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치밀한 서사 전략이 소설을 시종 팽팽한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이런 점이야말로 소설『백야행』의 백미다. 마침내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 비로소 방대한 스토리의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고 독자들은 경악하게 된다. 일본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소설의 설계도가 교묘하고 정치하다.”(교고쿠 나츠히코 京極夏彦), “정밀 기계를 생각하게 만드는 완성도.”(기타카타 겐조 北方謙三)라고 『백야행』에 극찬을 보낸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백야행』은 제목에 소설 전체를 지배하는 어둡고 무거운 정서가 잘 압축돼 있다. 어린 시절의 고통스런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두 주인공의 숙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제목이다. 소설 중에 주인공이 심정을 털어놓는 독백이 짧게 등장한다. 료지는 “낮에 바깥을 걸어 다니고 싶다. (중략) 내 인생이 백야를 걷는 거나 다름없으니까.”라고 말한다. 반면 유키호는 “하지만 어둡지는 않았어. 태양을 대신하는 게 있었거든. (중략) 난 그 빛 덕분에 밤을 낮이라 생각하며 살 수 있었지. (중략) 애당초 내게는 태양이 없었어. 그래서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없는 거야.”라고 읊조린다. 한 사람은 백야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망을 내비치고 또 한 사람은 백야 속 인생에 체념하고 있다. 하지만 상처받은 두 영혼은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백야를 걸어야 하는 공동의 운명으로 단단히 결박돼 있다. 『백야행』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헌신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무조건적인 헌신, 그것은 선과 악의 경계를 넘어서는 지고지순한 자기희생이다. 헌신은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테마 중 하나다. 이 주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한편의 걸작 『용의자 X의 헌신』에도 잘 표현돼 있다. 행동의 옳고 그름이나 선악을 초월해 중요한 것은 동기의 순수성이다. 주군의 명예 회복을 위해 복수에 나선 47인의 사무라이의 죽음을 다룬 ‘구신주라(忠信藏)’가 지금도 끊임없이 연극과 영화로 만들어지고 이 이야기에 일본인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소설들과 달리『백야행』에는 죽음과 섹스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부패한 어른들의 집단 속에서 상처받고 좌절한 일본 문학의 주인공들이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개인의 진실을 지키기 위한 탈출구로 섹스와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은 일본 문학의 큰 특징 중 하나다. 이런 정서가 『백야행』에도 잘 드러나 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료지와 유키호, 두 주인공의 행동을 이끌어가는 원점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구도는 『백야행』의 시대적 배경인 1970년대 일본의 거품경제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백야행』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특징 중 하나인 사회비판적 성격이 예리하게 표출된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다. 소설은 결말에 이르러서도 표면적으로는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채 끝나고 만다. 마지막 장면은 다음과 같은 묘사로 마무리된다. “유키호가 에스컬레이터로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 뒷모습이 하얀 그림자로 보였다. 그녀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결말을 독자의 몫으로 남긴 것이다. 그 때문에 독자들은 “과연 유키호도 료지를 진심으로 사랑했을까, 아니면 료지는 그녀에게 편리한 도구에 불과했을까?” “료지는 유키호의 주술에 사로잡힌 정신적 노예였던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어느 쪽이든, 히가시노 게이고는 『백야행』에서 유키호라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내 위에 태양 따위는 없었어. 언제나 밤이었지. 하지만 어둡지는 않았어. 태양을 대신하는 존재가 있었으니까. 태양만큼 환하게 빛나지는 않았지만 내게는 충분했어. 난 그 빛 덕분에 밤을 낮이라 생각하며 살 수 있었고.”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