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새벽에 전화해도 됩니다” 깊은 밤,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나로부터 당신, 그리고 마주하는 모든 것으로 파생됩니다. 시인은 ‘전화’라는, 주로 말을 주고받는 수단을 매개로 전하지 못한 진심을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수화기를 드는 일은 그 대상이 마음에 한동안 머물러 있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부끄러워서, 용기가 없어서, 사랑하는 마음이 차고 넘쳐서…. 시인은 이 모든 마음에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 애쓴다. 쉽게 꺼내지 못한 채 묵혀 두었던 진심을 마주하기 위해 용기를 내기로 한다. ‘사랑’이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전화 한 통이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안부일 수도, 또 다른 이에게는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내린 용기일 수도, 때론 다급함을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마음을 펼쳐보는 일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그깟 전화 한 통에 사람이 살아 그깟 전화 한 통이 사람을 살려 (「SOS」 중에서) 가볍게만 여기던 누군가와의 전화 한 통이 절대 가벼울 수 없는 건 그 안에 큰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집을 통해 많은 이가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을 아끼는 이에게 건넬 수 있기를. 시집을 덮으며 각자의 마음 한켠에 ‘새벽에 전화해도 괜찮을 사람’을 마련해두기를. 그것만으로도 우린 충분히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이 새벽을 유영합니다. 에세이스트 송세아 작가의 첫 번째 시집 『새벽에 전화해도 되나요』가 출간되었다. 새벽 어스름이 깔린 거리, 푸른 달빛에 의지한 채 유유히 걷는 상상을 해본다. 선명하지 않은 장면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면, 그것은 그것대로 의미가 있다고. 그러니 그저 바라볼 뿐이라고. 시인은 시집을 통해 말한다. 마음에서는 언제나 또 다른 마음들이 자라난다. 이 마음 역시 어쩌지 못하는 것이라 두고 볼 뿐이다. 풀어헤치기 두려워 가만히 두었던 마음이 하얀 페이지에 검은 글자로 새겨져, 시가 되었다. 시집에 새겨진 마음들이 읽는 이에게 아늑하게 안착하길 바란다. 새벽에 전화해도 된다는 말은 언제고 전화해도 된다는 말, 돌아보면 내가 있다는 말, 혼자가 아니라는 말, 그러니 부디 외로워 말라는 말(43p). 까만 밤, 잠 못 이루는 밤, 어둡고 깊은 밤, 견디기 힘든 긴긴밤, 시인과의 새벽 통화가 읽는 이의 마음을 포근히 안아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