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오늘 밤, 우리 같이 죽자… 아니, 살자!” 사회복지사와 상담가로 일했던 작가가 자살 심리와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 통계청의 ‘2020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20대, 30대의 사망원인 1위는 ‘고의적 자해(자살)’이다. 국제 비교를 위한 연령표준화 자살률(연령 구조 차이를 제거한 사망률)은 23.5명으로, 이는 OECD 평균(10.9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대한민국은 자살 공화국”이라는 슬프고 불명예스러운 말 앞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수긍하게 만드는 현실이다. ‘자살 생존자(suicide survivor)’라는 용어가 있다. 흔히 자살을 시도했으나 살아남은 사람으로 오해하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다. ‘자살 생존자’는 자살의 영향을 받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의 자살은 적게는 5명, 많게는 28명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유명인 등 우리는 모두 주변에서 자살을 경험한 자살 생존자이다. 로빈 스티븐슨의 장편소설 『우리 없는 세상』은 자살과 사형제도를 소재로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작가는 사회복지사와 상담가로 오래 일했다. 그는 자살로 누군가를 잃었거나 스스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청소년을 여럿 만났으며, 자신이 담당한 여자아이가 자살한 일도 있었다. 그는 장례식에 참석해 생각했다. ‘내가 도대체 뭘 놓친 걸까? 주목했어야 하는 것은 무엇이고 나는 무엇을,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 함께 어둠 속으로 가자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이 떠나기? 아니면 마음을 다해 벼랑 끝에 선 그를 타이르기? 이 소설의 주인공 멜로디는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 제러미의 고민 앞에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 죽고 싶어 하는 제러미를 간절히 구하고 싶다. 아니 어쩌면 살아남은 자신을 구하고 싶다. 왜 누군가는 삶을 끝내려 하고, 누군가는 삶을 계속하려 할까?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심리는 무엇일까? 함께 죽고 싶어 하던 마음이 함께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푸는 데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서 섣불리 위로의 말을 건네거나 대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자살에 이르게 되는 심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나는 도대체 무엇을 놓친 걸까?’ 사무치는 마음이었던 적이 있다면 이 책에서 커다란 공감과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첫 장면은 그다음을 어떻게 이어갈지 전혀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썼어요. 멜로디와 제러미가 누구인지, 어떻게 해서 함께 대교까지 오게 되었는지 또는 왜 제러미는 뛰어내렸고 멜로디는 그러지 않았는지 저조차도 전혀 알지 못했어요. 초고를 쓰는 것 자체가 바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고, 첫 장면을 이해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소설을 쓰면서 제 고등학생 시절에 나눈 대화 몇 가지가 떠올랐어요. 이때는 자살을 농담 삼아 이야기하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죠. 당시 내 친구 중 한 명이 농담을 한 게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유머의 이면에 진심을 감춘 거였다면 어땠을까? 또 저는 상담사로 일을 하면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그래서 이 주제는 제가 수년간 정말 많이 생각해온 것이기도 하죠. 이 주제에 관해서 토의를 이끌어내고 의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쓴다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_저자 로빈 스티븐슨 인터뷰에서 “청소년의 자살 예방에 대한 의식을 높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책!” 번역가가 직접 기획ㆍ번역ㆍ출간하는 1인출판사 ‘잔잔씨’의 첫 책… ‘셜록황’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대표 심리학자 황상민의 추천! 불교출판문화상 수향번역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번역가 이은주는 자신이 번역가로서 처음 출간을 제안했던 원고를 잊을 수 없었다. 지금도 첫 장면을 읽어내리던 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이다. 소설 속 두 청소년의 모습에, 친구를 끝내 구해주지 못하고 영영 멀어졌던 자신의 죄책감이 겹쳐졌기 때문이었다. 원고는 안타깝게도 책으로 출간되지 못했다. 그가 자신이 세운 1인출판사의 첫 책으로 오래도록 마음에 품어왔던 『우리 없는 세상』을 선택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기획, 번역, 편집, 제작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며 마침내 책을 세상에 선보인다. 이 책은 슬픔과 죄의식, 자살 충동, 우정과 사랑에 관해 집요하게 파고든 역작이다. ‘셜록황’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대표 심리학자 황상민 박사가 감수했으며 여러 해외 언론에서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이 독자들의 마음에도 가닿기를 바란다.